문화 책 이야기

회복탄력 공동체

이춘아 2023. 11. 2. 11:48


모니카 요츠나 멜란히톤, “회복탄력성 있는 공동체로서 함께하는 여정: 비전2030을 통한 변혁적인 삶”, [기독교사상](2023.10월호).

이 글은 2023년 9월 15~20일 인도 첸나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ymca연맹 제21차 총회의 기조연설“ Journeying Together as a Resilient Community: Transforming Lives Through Vision 2030”을 번역한 것이다. 모니카 요츠나 멜란히톤 교수는 호주 멜버른에 있는 디비니티대학교에서 구약학을 가르치고 있다. - 편집자


이번 총회의 주제는 복합적인데, 네 가지 주요 요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함께하는 여정
- 회복탄력성 있는 공동체
- 변혁적인 삶
- 비전 2030

유엔 인권선언의 언어를 사용하여 완전히 비종교적인 관점에서 이 주제를 언급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운동은 신앙에 기반한 사회운동,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기독교운동이며, 우리는 이 주제를 공동으로 성찰하고 그 과정에서 이 비전을 효과적으로 실천하고 구현할 수 있는 영적 신학적 자원을 찾기 위해 여기에 모였습니다. 성서학자이자 반영자이면서 동시에 상황 신학자로서, 저는 성서적 렌즈를 사용하여 이번 주제의 네 가지 구성 요소를 이해하고, 선택한 성서 본문에서 주제를 풀어내는 데 도움이 될 통찰력과 우리가 설정한 비전과 사명을 구현하는 방법을 도출하고자 합니다. 회복탄력성이란 역경에 맞서 생존하겠다는 의지와 희망을 가지고 자기의 삶을 개선하고 지역사회와 국가의 갊을 변혁시키기 위해 변화를 촉진하는 것입니다. 회복탄력성은 결단력과 배짱으로 고난을 극복하는 역량입니다.

회복탄력성 resilience 라는 말은 ‘다시 튀어오르다 rebound를 뜻하는 라틴어 동사 resilire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이 개념은 심리학 사회학 발달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고 있지만, 종교학에서는 미미하게 사용됩니다. 회복탄력성은 역경, 트라우마, 비극, 위협 또는 심각한 스트레스 요인에 직면했을 때 잘 대처하고 적응하는 과정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회복탄력성은 어려운 상황을 겪은 후 다시 되돌아 가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회복탄력성은 나쁜 상황을 경험한 후에도 번성할 수 있는 잠재력을 말합니다. 따라서 어려운 상황에 대처하고 그러한 어려움의 경험을 통해 성장하는 인간의 능력을 의미하는 것이지요. 회복탄력성은 인간과 운동이 가진 특정한 형태의 에이전시로 볼 수 있지만, 동시에 생태적 맥락의 다른 조건들(예: 가족, 교회, 학교, 사회, 문화 등)에 크게 영향을 받으며 신학적으로는 ’은총’에 영향을 받습니다.

제가 선택한 성서 본문은 사무엘하 마지막 부분에 있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기이하고, 괴롭고, 가슴 아픈 리스바 이야기이지요(삼하 21:10-14) 그 땅에 기근이 들었고 다윗은 기근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전에 3년을 기다립니다. 신탁은, 사울이 기브온 사람들을 죽여서 사울의 집안에 ‘피흘린 죄’가 있음을 드러냅니다. 사울은 기브온 족속을 전멸시키려 함으로써 여호수아가 그들과 맺은 동맹을 불명예스럽게 하였습니다. 그 동맹은 기브온 족속에 속아서 맺은 것이었습니다.  신은 기근의 원인으로 사울을 지목했고, 기근의 피해자인 기브온 사람들은 사울의 아들들을 제물로 바치라고 요청합니다. 본문은, 다윗이 신을 달래고 온 땅에 기근의 저주를 가져오고 백성들에게 고통을 안겨준 사울의 잘못을 속죄하기 위해 이 모든 일을 한다고 암시합니다. (기브온에게 넘겨준) 일곱 사람은 칼에 찔려 노출된 채로 방치되며 맹세 위반에 대한 처벌로 매장이 거부됩니다. 처형은 아마도 기근이 끝날 것을 기대하며 추수를 시작할 무렵 일어납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비가 내리지 않습니다. 이를 통해 다윗은 왕위를 차지하려는 사울 가문의 모든 잠재적 경쟁자들을 제거하고, 사울의 동조자나 왕위를 열망하는 다른 사람들과 다윗 자신의 리더십에 의구심을 품은 사람들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삼하 21장) 리스바의 행동은 이야기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위기 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매의 딸’ 또는 ‘불타는 숯’이라는 뜻의 리스바는 사울의 두 번째 아내이자, 사울의 아들 알모니와 므비보셋의 어머니인 아야의 딸입니다. 자식들이 찔려 죽은 후, 리스바는 굵은 베를 가져다가 혼자서 바위 위에 폈습니다. 리스바는 추수가 시작될 때분터 비가 내릴 때까지 아들과 조카들의 시신이 동물과 새들에 의해 더렵혀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앉아 있었습니다. 다윗은 리스바의 침묵시위 소식을 듣고 블레셋 사람들에 의해 시신이 더렵혀진 요나단과 사울의 뼈를 가져와(삼상 31:8-13), 그의 일곱 아들 및 손자들과 함께 베냐민 지파의 영토와 사울의 아버지 기스의 무덤에 묻습니다. “그 후에야 하나님이 그 땅을 위한 기도를 들으셨습니다”(삼하 21:14) 리스바의 시위와 무언의 회복탄력성이 이 이야기에 힘을 실어주었기  때문에 나는 ‘회복탄력성’에 주목하며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리스바는 앉아서 기도하면서 조상과 신의 개입을 구하며 자녀와 가족을 위해 정의를 실현해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그녀는 하나님을 정의를 베푸시는 분으로 이해했으며 기도가 응답될 것이라고 확신했을 것입니다. 이것이 철야 기도 내내 그녀를 지탱해 주었을 것입니다. 회복탄력성이 강한 사람들과 운동들은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하고, 절망에 빠져 절규하는 대신 고난에 의미를 부여할 뿐만 아니라, 즉석에서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이것이 바로 회복탄력성의 본질이며, 우리는 이를 결코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리스바는 하나님 외에 더 높은 권위에 의지할 곳도 없었고, 우리가 알고 있는 지위나 부도 없었습니다. 죽은 지도자의 둘째 분인이었을 뿐이지요. 그러나 그녀는 죽은 아들들을 위해 정의를 실현하고 가족과 공동체를 치유하기 위해 자기 능력의 한계 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했습니다. 그녀의 힘은 신앙과 결단력, 그리고 당대 최고의 권력자인 다윗에 맞서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용기에서 나왔고, 결국 성공했습니다. ‘회복탄력성 있는 공동체’에서 회복력의 원천은 무엇인가요? 이 운동의 사회생태학적 요인 중 회복탄력성에 기여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종교나 신앙(반드시 기독교 신앙은 아님)은 이 운동과 그 비전, 사명이 직면한 역경에 맞서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데 이떤 역할을 할 수 있나요? 긍정적인 관계/ 사회적 지원, 타인에 대한 신뢰 역경 속에서의 효용성에 대한 확신, 그리고 유연성은 운동의 회복력 및 지속성을 위한 역량을 증대시킵니다. 본문에서 리스바는 철야 농성을 하기로 결심하는데, 본문은 리스바의 시위를 고독한 시위로 묘사합니다. 리스바가 그렇게 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그녀는 비인간화된 일곱 명의 인간성을 회복해야 했다.
. 기억을 잃는 것은 항상 정체성 상실을 동반하기 때문에 그녀는 그들을 추모해야만 했다. 그녀는 자녀와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살릴 필요가 있었다.
.그들을 들판에 남겨두는 것은 죽은 자와 산 자 모두에게 불명예스러운 일이었기 때문에 그녀는 그들을 묻어야 했다. 하지만 저는, 그녀가 결코 혼자가 아니었고 이 젊은이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그녀를 중심으로 공동체를 형성했을 것이라고 상상합니다. 그들은 아마도 그녀에게 음식, 물, 의복을 가져다주고 함께 기도했을 것입니다. 리스바는 침묵 속에서 많은 이들 앞에 슬픔을 드러냈습니다. 그녀가 목도한 것은 정치적 사건이 아니라 인간의 비극이지요. 이 사람들의 죽음은 모멸감과 수치심의 표시가 아닙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존엄성과 존귀함에 대한 공격입니다. 말이 필요 없었지요 저항을 동반한 그녀의 침묵은 공동체의 다른 사람들, 다윗, 궁극적으로는 하나님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 충분히 효과적이었습니다. “그녀의 사랑과 연대의 행동은 우리를 왕궁의 권력과 손아귀에서 벗어나 희생적 저항의 자유로 인도합니다. 그녀는 우리의 관심을 권력의 중심에서 고통과 정의 주변으로 끌어당깁니다.”

전 세계의 사람들, 개인과 공동체는 파괴적인 세계적 유행병에 맞서 싸우는 용기와 끈기를 보여주었습니다. 분쟁, 전쟁, 기후 변화, 그리고 성별/인종/계급/언어/종교/성적 지향에 대한 차별, 장애인에 대한 부당한 대우 등 전 지구적인 이슈에 대한 공동체의 대응 방식도 이와 유사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억제하는 일은 개인의 노력으로 시작되었지만,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비록 더디지만 분명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운동이 되었지요. 이러한 문제들은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는데, 우리는 절망하기보다는 적극적인 회복력, 즉 위험을 감수하고 해야 할 일을 찾아내야 하빈다. 공동체를 조직하여 함께 힘을 합치고, 함께 일하고, 억압적인 구조나 시스템, 정권, 정부, 정책에 맞서 싸우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는 동시에 사람들을 교육해야 합니다. 이러한 모든 노력과 회복력의 이면에는 감정적인 정직함이 있습니다. 현실로부터 숨는 것은 사람을 야갛게 하고, 현실에 개방적이면 힘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회복탄력성은 변화와 혁신에 매우 중요하며, 회복력이 있으면 힘이 생기고, 없으면 약해질 뿐만 아니라 결국 희생자가 되빈다. 우리의 문화, 법, 가치관, 종교적 정치적 배경은 회복력, 그리고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운동으로서 함께 일할 수 있는 능력에 깊은 영향을 미칩니다.

공동체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으면 어려운 상황에대처하고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주체성, 사회적 지능, 공감, 경험 공유, 돌봄 기능, 공동체 연결, 미래에 대한 감각, 신뢰, 희망, 결단력, 성장, 영성과의 연결, 도덕성 등은 정의 추구와 같은 공동의 대의를 위해 함께 여정을 떠나는 공동체의 특징입니다. 회복탄력성은 특성 지향적이기보다는 과정 지향적입니다. 따라서 ‘자기초월적 회복력’을 키우기 위한 전략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여정은 학습과 성장의 과정입니다. 따라서 그룹 내 개인의 강점을 인식하고 식별하고, 그룹 내 의사소통 프로세스를 강화하며, 이를 상대방을 돌보고 타자의 유익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정이란 단순히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는 수단이 아니라 개인이나 공동체의 발전 과정입니다.
우리가 아시아인으로서 ‘아시아인다움’과 운동으로서의 정체성이라는 이 복잡한 문제를 어떻게 다룰 수 있을지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빈다. 이러한 다양성을 고려할 때,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것은 무엇일까요?

현재의 구조와 시스템은 많은 사람에게 고통과 아픔을 주고 있으므로 변혁되어야 합니다. 세상을 변혁시키려는 우리의 노력은 사실상 지구의 현실과 우리의 역사, 즉 우리의 경제 및 정치 활동과 종교 문화적 경험에서 비롯된 여갓에 얽혀 있는 하나님의 통치를 확립하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치유, 화해, 정의, 평등, 평화를 선교와 신학의 중심에 놓을 때, 우리는 사실상 “하나님의 통치”의 언어를 말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통치가 요청하고 추구하는 변혁은 모든 사람, 그들의 주체성, 정체성, 인간성을 존중하는 것입니다. 변혁은 인종이나 계급, 성적 지향에 관계 없이 남성과 여성 모두가 자유롭고 평등하며, 인간 세계와 풍요의 창조자이자, 자기의 삶과 역사의 주체가 되는 비전을 꿈꾸게 합니다.

성찰을 위한 질문
- 우리가 회복탄력성을 유지하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 우리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약화시키는 요인은 무엇입니까?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 종교나 신앙이 필요한가요? 그것은 힘을 부여하는 원천인가요, 아니면 힘을 부여하는 데 방해가 되는지요? 어떤 경우든지 간에, 어떻게 해야 할까요?
- 비전2030 중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우선 순위를 두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