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낭독의 발견'은 2020년 서초여성가족플라자에서 책소개를 의뢰하면서 시작되어 2022년까지 총14회 진행되었습니다. 시나리오 원고와 제작된 유튜브를 올립니다. ㅡ이춘아
<낭독 주요내용>
- 낭독은 왜 필요한가, 낭독이 주는 의미
- 책 선정 사유 및 소개
주요부분 발췌하여 낭독
- 낭독 소감과 책이 주는 의미
- 낭독은 왜 필요한가, 낭독이 주는 의미:
(문화감수성, 문학적 감수성의 재발견)
젊었을 때 소설에 푹 빠져 읽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핸드폰을 사용하면서 깊이 있게 읽기 보다는 정보성을 빨리 스케치하는 것에 익숙해져서 좋아하는 책도 영화도 가볍게 시간 때우기 식으로 읽고 보게 됩니다. 책을 베껴 쓰고, 소리내어 낭독하면서 뭔가 달라지고 있었습니다. 영화도 한번 이상은 보지않았습니다. 영화를 많이 보았다고 스스로 위로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을 만났습니다. 몇달전 영화로 보았는데, 친구가 그 영화를 이야기 하길래 다시 보았고, 책을 구입했습니다. 한동안 영화의 영상에서 벗어나질 못해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시간을 두었다가 읽기 시작하자 금방 빠져들었습니다. 편지형태의 소설인 이 책을 읽으면서 마구마구 편지가 쓰고 싶었습니다. 카톡의 단문이 아닌 긴 편지로. 그리고 다시 영화를 보았는데 웬걸! 이전에 본 영화는 제대로 본게 아니구나, 라고 느낄 정도로 영화는 새로웠습니다. 현재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낭독’이 아니라, 낭독을 통해 깊이 있게 읽는다는 것입니다. 책 읽어주는 팟캐스트를 2010년부터 시작했던 작가 김영하는 책을 가장 깊이 읽는 것이 번역이라고 했습니다. 그만큼 문장을 들여다 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문장들이 주는 맛에 빠져든다는것입니다.
제가 참여하고있는 책읽기 모임이 코로나로 중단되자 각자 낭독 시간을 갖기 위해 블로그에 매일 책을 옮겨 적었습니다. 그러다 코로나가 소강상태로 접어들면서 실내가 아닌 야외 수목원 정자에 모여 돌아가며 낭독을 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각자 낭독하는 시간과는 또 다른 매력을 회원 모두 느끼면서 코로나의 위협에도 모임을 갖고 있습니다. 위협보다 그 느낌 그 맛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 책 선정 사유 및 소개 (책 표지 사진과 영화 한 장면 캡쳐해서 보여줌) 앞에서 언급했던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을 첫번 책으로 선정했습니다. 영화로 제작되어 흥행하면서 되늦게 번역되었습니다.. 책을 읽고, 또는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읽어도 좋을듯 합니다. 책을 읽은 후 영화를 다시 본다든지 하는 것은 각자의 몫으로 남깁니다. 거듭 강조하고 싶은 것은 책을 깊이 읽는 방식으로 ‘낭독’을 택한다는 것입니다. 내 경우는 서서 왔다갔다 하면서 감정을 조절하면서 낭독하는 것도 좋았습니다.
추천하고 싶은 것은 혼자서 낭독하고 읽는 것도 좋지만 북클럽, 책읽기 모임을 만들어 함께 낭독하고 자신의 느낌을 나누고 글로 쓰는 것입니다.. 우리가 잃어버리고 또는 잊고 있었던 나의 문화적 감수성을 회복하는 것은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합니다. 삶이 시들해질 때 내가 찾고 싶었뎌 것은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입니다. 반짝거리는 내 눈을 보고 싶은 것입니다. 반짝거림이 있는 한 사는 것이 재미있어집니다. 대리만족이 아닌 낭독과 자신의 느낌을 나눈다는 것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멋진 방법 중 하나입니다. .
[건지 ....] 일부 낭독
매리 앤 섀퍼, 애니 배로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신선해 옮김), 비전비엔피, 2018.
아멜리아(Amelia)가 줄리엣(Juliet)에게
2월 18일
친애하는 애슈턴 양,
(.............)
그날 저녁 문학회 회원들은 우리 집에 와서 읽을 책을 골랐어요. 성경이나 종자 안내 책자, 외에는 글을 거의 읽어본 적 없는 사람들이었죠. 도시(Dawsey)가 찰스 램을 발견하고 이솔라가 [폭풍의 언덕]에 푹 빠진 것도 바로 이때 시작되었답니다. 저는 [픽웍 페이퍼스](찰스 디킨스의 첫 장편소설)를 골랐어요. 읽으면 기분이 좋아질까 싶어 골랐는데 과연 잘 골랐더군요.
그리고 각자 집으로 돌아가 책을 읽었지요. 모임이 시작되었어요. 처음에는 사령관이 올 때를 대비한 것이었고, 그 후로는 우리가 즐거워서 모였답니다. 우리 중 누구도 문학회란 걸 경험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 나름의 규칙을 정했어요. 읽은 책에 대해 돌아가며 발표하기로 했지요. 시작할 때는 조용히 경청하고 객관성을 잃지 않으려 애썼지만, 곧 분위기가 바뀌고 발표자의 목적은 자기가 읽은 책을 다른 회원들도 읽고 싶게 부추기는 쪽으로 흘러갔어요. 한번은 두 명이 같은 책을 읽고 논쟁을 벌였는데 그러니까 굉장히 즐겁더라고요. 우리는 책을 읽고 책에 관해 이야기하고 책을 놓고 토론하면서 점점 더 가까워졌어요. 섬의 다른 주민들도 문학회에 가입하고 싶어 했고 우리 모임은 그야말로 활기차고 유쾌한 시간이 되었죠. 때때로 어두운 현실을 거의 망각할 정도로요. 요즘도 2주에 한 번씩 모인답니다.
우리 문학회 이름에 ‘감자껍질파이’가 들어간 건 윌 시스비 때문이에요. 그는 먹을 게 없는 모임에는 결코 가지 않아요. 독일군이 오라고 해도 거절할걸요! 그래서 우리 모임에 다과가 추가되었지요. 당시 건지 섬에는 버터와 밀가루가 부족하고 설탕은 아예 없었기 때문에 윌이 감자껍질파이를 만들었어요. 으깬 감자를 소로 넣고 비트 즙으로 단맛을 내고, 감자껍질을 파이껍질로 사용했지요. 윌의 조리법은 대개 미덥지 않지만 그 작품은 성공작이었어요. 답장 기다릴게요. 당신의 칼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궁금하네요.
진실한 마음을 담아, 아멜리아 모저리
- 낭독 소감과 책이 주는 의미
혼자서 낭독해보니 어떠셨나요? 처음에는 따라서 읽다가 조금 익숙해지면 감정을 북돋우면서 읽으시게 됩니다.
조선시대 소설 [홍길동]은 한글임에도 눈으로 읽으려면 잘 읽어지지 않아 포기하게 됩니다. 그런데 소리내어 따라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읽고 있습니다. 예전에 노인들이 흥얼거리는 어조까지 따라하고 있는 나를 봅니다. 옛 고전도 그렇게 읽어보는 기회를 갖게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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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유튜브는 위 시나리오를 낭독한 것으로 서초여성가족플라자 잠원센터가 제작했다.
https://youtube.com/watch?v=x1AXS2A6MnQ&si=BzV53gvVgHnSBR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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