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평등 문화활동 및 콘텐츠 개발 활성화 방안연구(2007.12.6) 세미나
양성평등 문화콘텐츠 활용방안
이춘아 유성문화원 사무국장
1. 지역에서 양성평등 문화콘텐츠 찾기
‘양성평등 문화콘텐츠 활용방안’ 이라는 제목이 주어졌을 때, 현재 대전에서 살고 있는 나의 경우는 대전지역에서 17~18세기를 살았던 김호연재(호연재라는 호를 지닌 김씨 성의 여성 이름)라는 여성시인을 떠올릴 수 있다. 그녀가 쓴 시(詩)의 내용을 미루어 짐작하건대 당당하고 호방하고 호연한 삶을 살았기에 ‘양성평등’이라는 단어에 견줄만하고, 300여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 집안에서 할머니의 시를 필사본으로 만들어 읽어 내려왔던 후손들의 문화적 흔적들이 남아있기에 그 자체가 내세울만한 문화콘텐츠이며, 그러한 것들을 모아 오늘날에도 의미있게 재현해 볼 수 있는 꺼리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 문화콘텐츠로서 활용방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 꺼리라는 것들은 첫째는 김호연재의 삶을 극화하여 보여주는 것, 둘째는 김호연재가 살았던 집이 현재 ‘송용억 가옥’이라는 문화재 이름으로 온전히 보전되어 있으므로 최근 십여 년 사이에 유행하고 있는 문화유산해설의 양식을 빌어 그 고택에서 김호연재를 설명하는 것이다. 셋째는 문화유산해설을 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성들인데, 그들이 김호연재를 통해 새로운 자각, 즉 ‘양성평등’ 의식을 갖게 되고, 그 의식의 눈으로 우리 지역에서 또 다른 여성들은 없었는지 찾아보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문화콘텐츠를 찾는 작업일 수도 있다. 이러한 과정들이 지역의 문화적 자산의 축적이며, 이를 문화적으로 형상화하여 보여주고 느끼게 하는 과정들이 많아져 우리지역 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사람들도 많이 찾아와 보고자 한다면, 그것이 문화관광상품이 될 수 있겠다, 하는 것이 결론이다.
이러한 생각들이 2007년 문화관광부의 ‘양성평등 지역문화확산 사업’의 일환으로 포함되어 시행해 볼 수 있었다. 경관이 좋은 ‘송용억 가옥’ 앞마당에서 김호연재의 삶을 마당극 형태로 극화한, [봉수엄마, 호연재를 만나다]가 시연되었다. 대전지역을 답사하고 있는 팀들의 일정 속에 마당극 관람을 포함시켜 답사객(아이들과 학부모)들과 지역주민이 주로 참관하는 형태였다. 소위 ‘그림이’ 괜찮았다. 김호연재가 살았던 집을 배경으로 마당극을 하였기에 현장감이 있었다. 그 현장에는 김호연재 할머니의 시(詩) 필사본을 인쇄물로 발간한 10대 후손인 송봉기 윤자덕 부부가 관람하였다. 그 노부부는 마당극을 보면서 연신 눈물을 닦아냈다.
사업비로 제작된 마당극을 한번만 하기에는 아쉬워 유성문화원 앞마당에서 한번 더 하였다. 송용옥 가옥만큼 그림은 좋지 않았지만, 문화원 회원들이 많이 오는 토요일 오후 회원들, 동네사람들, 그리고 해설 담당자들이 가득 모여 보았다. 또 다른 느낌이 있었다. 동네잔치 같은 분위 속에서 호연재라는 인물이 되살아났다. 의외의 장소에서 의외의 인물을 만난 느낌이랄까. 배우들의 뒷담은 관객들의 반응이 적극적이어서 오히려 당황스러울 정도였다고 하였다.
7월, 김해에서 허황후를 만나다, 에 참여하였다. 이런 저런 일로 김해를 여러번 방문하였지만 1박2일 일정의 프로그램을 통해 허황옥이라는 역사적 인물을 새롭게 만났을 뿐 아니라 김해를 다시 보게 되었다. 김해라는 지역성 속에는 현재의 사람들도 포함된다. 허황옥이라는 인물은 문화콘텐츠를 풍성하게 지니고 있다. 여왕, 한국에 시집온 외국인, 자신의 성을 물려 받게 한 당당한 여성 등의 아이콘은 현재의 문화적 상징이다. 그 의미를 되살리기 위해 노력해온 오늘의 여성들이 있기에 더 빛났다.
2. 인물 중심에서 더 확대될 문화콘텐츠는 어떤 것이 있을까?
유사한 사업들인 해남의 ‘고정희’ 김해의 ‘허황후’ 강릉의 ‘허난설헌’ ‘신사임당’ 천안의 ‘유관순’ 등은 지역이 자랑하는 여성인물들로 지역성이 강조되고, 여성인물을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의 문화행사를 만들어 참가자로 하여금 역사적 시간을 거슬러 당당한 여성인물과 동일시하게 하고 참가한 여성들과 자매애를 느낄 수 있도록 한다는 특색이 있다.
그렇다면 인물중심에서 벗어나 확대될 수 있는 양성평등의 문화콘텐츠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그래서 생각해본 것이 여성들의 일상적 삶에서 도출할 수 있는 문화콘텐츠들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몇 년 전 서울의 사립박물관인 자수박물관을 가 본 적이 있다. 중고등학교 때까지 자수를 해본 경험이 있지만, 그렇게 다양한 자수의 형태와 색감, 섬세함 등을 본다는 것 자체가 황홀했다. 그 때 내가 특이하게 본 것은 문인화를 자수의 양식을 빌어 여성들이 했다는 것이었다. 남성들이 화선지와 먹으로 문인화를 그리고 있을 때 여성들은 각종의 천에 실로 문인화를 새겨 넣었다는 사실이었다. 회화와 서예가 남성위주의 영역이었다면, 자수는 오로지 여성의 영역이었다. 여성의 영역에서 여성들은 문화적 행위를 자수라는 형태를 빌어 하였다. 그 형태는 자수이고 조각보이고 음식만들기 등 의식주에 해당하는 많은 것들이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여성의 영역으로 치부하여 한수 낮게 여겨보았던 것들 속에도 인간의 예술적 행위는 남아있다는 것이며 그 역시 소중한 문화적 자산이라는 인식을 가져야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삼모시짜기가 여성들의 중요한 문화적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것이고, 문화관광상품으로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그것이 양성평등이라는 범위 속에 포함시킬 수 있는지는 좀 더 논의되어야겠지만, 여성들의 고단한 삶이 투영된 길삼 짜는 작업 속에 인간은 문화적 행위를 부여한다. 그래서 길쌈하면서 하는 노래가 있고, 디자인이 담긴다.
3. 양성평등 문화콘텐츠
강원도 탄광촌인 철암역에 ‘탄광의 기억’이라는 공공미술프로젝트가 열리고 있다. 탄광이라는 근대화의 뒷그늘에 감춰진 어두운 느낌이 있어왔지만, 프로젝트에 참가한 예술가들은 그 어두운 느낌을 반전시켜 기억의 편린, 삶의 흔적을 주민들의 구술을 반영하여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석탄이 만들어지는 우주적 작업, 자연의 순환을 뜻하는 벽화를 제작함으로써 미래도시의 비전을 상징적 형태로 담고자 하였다. 그것을 신문에서 보고 가보려고 한다. 내가 가보고싶다는 생각이 들면 그것은 문화관광상품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내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은 삶의 흔적을 어떻게 예술작품으로 형상화해내는가 하는 것인가, 이다. 요즘 사람들은 말로만 듣던 것을 확인해보고자 하는 강한 욕구를 지니고 있다. 어쩌면 본래적인 속성일 수 있다.
영국 왕실도자기를 248년째 만들어온 ‘웨지우드’회사의 현재 사장인 토마스 웨지우드가 우리나라를 방문하여 인터뷰한 기사를 읽었다. 그 내용에 이런 표현이 있다. 그는 명품의 조건을 “역사 속에서 축적된 이야기”라고 정의하면서, 긴 역사와 품질, 품질을 지키기 위한 철학을 담은 스토리가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면서 저절로 명품이 됐다는 것이다.
명품의 조건이라고 하였지만, 문화콘텐츠의 요건이 되고 문화상품이 되고 그것이 고급문화상품이 되면 명품이 되지 않나싶다. 양성평등의 문화콘텐츠가 풍성해지기 위해서는 여성의 일상적 삶이 역사적으로 녹아나 있는, 삶의 흔적이 배어있는 이야기를 말이 되게 스토리로 만들어 형상화하는 작업이 더 많아져야겠다는 것을 주장하고 싶다.
나는 이 자리를 빌어 ‘양성평등’이라는 단어를 하루빨리 ‘성평등’이라는 단어로 바꾸어야한다고 말하고 싶다. 양성이라는 단어는 남성과 여성을 대치하는 공식이 들어있어 남성과 여성 양쪽에서 거부감이 계속해서 사라지지 않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양성평등, 성평등이라고 하지만 여성들의 삶을 인정하는 작업은 여전히 계속되어야하겠기에 정확하게는 여성문화 콘텐츠가 좀 더 많이 다양하게 드러나야 하고 그것을 확인하는 과정이 시간적으로 좀 더 요구된다. 여성 스스로 인정해야 하는 부분이 있고 남성들도 인정해야하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야 진정한 성평등, 자연스러운 성평등의 시대가 오리라 여기고 있다.
4. 양성평등 문화콘텐츠 되기
성평등 문화콘텐츠가 되기 위해서는 (조한혜정 교수의 <일본 인디 영화들, 홀로 서기와 동거 가족에 대한 생각>이라는 글을 읽으면서 다음의 내용이 성평등의 문화콘텐츠 요건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 한 여성으로 당당히 성장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 삶에 대한 희망의 끈 놓치지 않기
- 어두운 삶의 수면 아래 흐르는 생명력
- 잔잔한 일상을 하루하루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활기 넘치게 살아가는 힘의 의미 들려주기
일반적으로 성평등의 문화콘텐츠를 문화지표의 형태로 분류하자면,
문화유산 영역
문화생산자 영역
문화수용자 영역
문화환경 영역 으로 구분지어 본다.
(문화콘텐츠는 이들 영역을 획일적으로 구분지을 수 있는 것은 분명 아니다)
앞에서 열거되었던 김호연재, 허황후, 허난설헌, 신사임당, 고정희 등은 무형의 문화유산이자 문화생산자 영역에 자리할 수 있는 콘텐츠가 된다.
예술작품으로서 ‘자수’는 문화생산자, 문화수용자 영역으로 지움할 수 있다.
김해의 고분박물관은 문화환경의 영역으로 포함할 수 있다.
5. 양성평등 문화콘텐츠 활용방안
양성평등 문화콘텐츠의 확산하기 위해서는 여성부, 문화관광부, 지자체가 지역에서 이들 콘텐츠를 활용한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기금 사업 선정 시 가산점 지정)이 있어야할 것이다. 또한 축제와 문화예술교육 부문에서 이러한 사업에 대한 예시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이나, 문화재청의 문화유산방문교사에 이들 내용을 반영할 수 있는 커리큘럼을 넣도록 한다. 문화원 등의 문화단체, 시설에서 이들 문화콘텐츠를 활용한 프로그램을 적극 도입할 수 있는 사업지원이 있어야한다.
영역 | 세부영역 | 내용 | 문화콘텐츠 활용 사례 |
문화유산 | 유형 문화유산 | 여성관련 유형문화재 여성관련 중요민속자료, 문화재자료 | 고대유적지 답사/ 백제고분(석촌,풍납토성),암사동선사주거지,몽촌토성 등 경주의 여성문화유적을 찾아서/ 신라 여왕 릉을 중심으로 강화답사/ 곤릉,가릉 등 여성유적을 중심으로 국립중앙박물관 답사/여성의 눈으로 다시 보는 박물관 강릉답사/신사임당, 허난설헌, 선교장 종부를 찾아서 북촌답사/운현궁,북촌 여성생활박물관 등 전쟁피해여성 정신대 나눔의집 방문(광주) 신여성 나혜석 코스 답사(수원) |
무형 문화유산 | 여성 무형문화재, 이수자, 전수자 | 여성프라자 사례/할머니의 춤 | |
문화생산 | 문화예술 | 문화예술종사자 | 지역여성작가 산실 방문하여 대화 극단 좋다의 마당극 ‘봉수엄마, 호연재를 만나다’ 제작 |
문화매개 | 문화봉사자, 문화기반시설 종사자 | 지역발굴 성평등 문화유산해설가 양성 | |
문화수용자 | 문화향유 | 문화예술행사 관람, 동호인 | 인터넷상의 동호인 그룹들 성평등문화답사 코스 만들어 운행하기 |
문화예술교육 | 문화예술교육 경험 | 성인지적 개념도입한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 활성화 지침(사회문화예술교육 공모시 제안) | |
정보화 | 매체이용 문화예술,대중문화프로그램 |
또하나의문화, 여성문화예술기획, 양성평등사업단체 등의 프로그램을 웹진형태로 가공하여 보급(2008년 사업시 유형화하여 기금신청케 함) | |
여가활동 | 여가영역, 시간대, 경험, 여가비 | 드라마, 광고 도입 가능성 모색 | |
문화환경 | 문화기반시설 | 시설 이용, 만족도 | 문화시설에 화장실, 수유실, 어린이방 |
문화기반 환경 | 광장, 공원, 문화거리 시설편의성 | 공공미술프로젝트 작업시 성인지적 관점 도입 고분박물관(성개념 도입, 자연환경과 조화, 음양의 조화?) | |
문화정책 | 문화예산 | 위 영역 지원예산 배정 | 문화관광부의 양성평등지역문화확산 사업 상설화 지자체 여성발전기금 공모시 여성문화 영역 예시화 |
문화정책 담당자 | 5급이상, 담당자 성인지교육 | 성별영향평가제, 문화기관, 문화프로그램에 적용 양성평등교육강사에 대한 문화콘텐츠교육 여성(문화)회관, 여성복지회관 강사자 교육 | |
성인지적 제도 | 지원정책의 유무, 인력양성정책의 유무, 성인지적 문화정책 수행을 위한 법령의 유무 |
문화단체, 문화시설(기관)내 여성인력 현황조사하여 활동자 성인지관점 교육 우암의 계녀서 |
따라서
2008년도 양성평등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한 사업공모시 지침으로 제안
- 웹진 제작업체 공모
- 문화단체 및 문화기관 여성종사자에 대한 성인지적 관점 교육 및 사례 운영단체 공모
- 마당극, 연극 제작 단체 공모
- 여성문화해설사 양성(지역 확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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