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문화, 창의력 및 매개자적 역할 중요” |
- 문화 컨설턴트 이춘아 씨 |
이춘아(54)를 수식하는 직함들은 여럿이다. 대전 역사문화생태 교육단체 한밭문화마당 대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지역거점문화예술교육네트워크 컨설턴트, 한국문화원연합회지역여성문화콘텐츠개발사업 컨설턴트...
문화 컨설턴트 이춘아 씨
그러나 공통점은 지역, 여성, 문화라는 3가지 키워드로 압축될 만하다. 풀어쓰자면 ‘지금 이곳의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문화’를 일구는 삶이다. 사람들을 아우르는 리더십과 각자의 고유한 영역을 존중하는 마음 없이는 불가능했을 일이다. |
좋은 내용을 교육하고, 콘텐츠를 엮는 방법을 조언하는 그 모든 일들의 흥미에 빠져 있는 ‘50대 소녀’ 이춘아 씨를 만났다.
문화적 감수성 높이는 훈련 필요
Q.피부로 와 닿는 문화에 눈뜨게 된 계기가 궁금...
한국여성개발원(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1983년부터 1997년까지 일하는 동안 1992년도에 여성문화팀이 만들어지면서 여성문화와 관련한 연구를 했고, 1997년 한국문화복지협의회로 옮겨 문화봉사자 관련 업무를 하게 됐지요.
제가 ‘문화세례’를 받은 건 당시 이중한 한국문화복지협의회 회장님으로부터예요. 그 때만 해도 연구한 것을 내 삶에 적용하지 못하는 연구원으로서의 한계를 갖고 있었기에 문화봉사자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번번이 퇴짜를 맞았었죠.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닫게 됐어요. ‘문화란 무엇인가’라는 개념이 아니라 문화적 감수성을 높이는 훈련이 필요했다는 걸. 그래서 프로그램에서도 연극에 대한 강의를 듣고 실제로 공연을 보고 이야기하는 식의 감성훈련을 쌓아갔죠. 나도 좋아지고 참가자들도 좋아지는 그런 기반훈련을 2년간 받았습니다.
Q.외지인이면서도 대전의 지역밀착적인 생각을 갖고 계신데요.
남편의 안식년으로 미국에 갔다가, 2001년 대전으로 이사 오자마자 기회가 좋아 대전문화유산 해설사가 되었어요. 교육받으면서 대전을 너무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고서 참 신기했어요. 부산서 태어나 성인이 된 이후, 지역이라 생각해 본 적도 없이 서울에서 떠돌이로 살았는데 지금 내가 딛고 선 땅에 대한 관심을 처음 느껴 본 셈이죠.
도서관에 열심히 다니며 ‘이춘아의 대전 이야기’를 써서 친구들에게 보내면서 뻗치는 열정으로 아예 방(오피스텔)부터 구했어요.
주변의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려구요. 그게 오늘날의 한밭문화마당입니다. 여기서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었죠. 역사와 문화가 좋아서 어울린 사람들은 문화재청이 후원하는 문화유산 방문교육 강사며 문화재 지킴이 봉사 활동 등을 하게 되었구요.
| 이춘아씨가 지역사학자와 함께 재조명한 '김호연재'의 묘소 |
여러 분야 사람들이 하고 있는 일을 발표하는 세미나를 열고, 함께 공연 보고 문화 이야기하는 목요문화모임도 꾸리다보니 대전 민예총, 문화연대도 탄생됐습니다. 한밭문화마당에도 붙어 있는 마당이란 원래 놀이터, 타작, 생산, 놀기 등이 두루 다 일어나는 곳이니까요.
끌어내는 방법이 중요
Q.문화 컨설턴트로서 성공적인 활동의 핵심이라면?
내가 전반적인 비전을 갖고 있다 해도 항상 사람은 자기 것만 봅니다. 자기 지역의 좋은 사례가 있다 해도 “거긴 여건이 좋으니까요”라고 말하게 되죠. 그럴 때 현장과 인간에 대한 이해에 기반을 두고 신뢰를 줄 수 있는 피드백을 줘야 합니다.
문화는 결국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거든요. 거점 문화예술교육 네트워크 사업을 소개하면서 브레인스토밍을 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 지역의 장점이 한 단어로 뭔가요?” “단점은 뭐죠?” “대안은 어떤 게 있을까요?” 계속 질문을 던지면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정리해서 풀어나가게 하는 거죠. 그런 걸 끌어내는 방법이 중요합니다. 스스로의 문제를 스스로 책임지고 찾도록 하는 겁니다.
Q.어떻게 끊임없이 새로운 기획을 해내는지?
제 안엔 호기심 많은 소녀가 있어요(웃음). 미국에 갔을 때도 내쉬빌 파르테논 박물관에서 ‘도슨트’를 모집한다길래 “여기선 도움이 안 되겠지만 한국 가서 잘 할 거다”며 교육받게 해달라고 요청했죠.
그렇게 봉사하며 친구가 운영하는 여성전문사이트에 매주 ‘미국통신’ 칼럼을 연재하다보니 일부러 답사에 나서게 되고, 그게 훈련이 되어 오늘날 저의 글빨(?)이 된 것 같아요. 그런 식으로 대전도 누비다가 또 어느 순간엔 뿌리 없는 느낌이 들어서 제가 사는 유성구를 집중적으로 들여다 보고자 2004년~2008년 유성문화원 사무국장 일도 했죠.
이때 지역 여성문학 연구자 문희순 선생님과 ‘김호연재’란 조선 사대부가 여성의 삶을 재조명하는 지역 여성문화 콘텐츠사업을 했어요. 극작가 김인경씨와 연극무대에도 올리는 등 좋은 성과를 거뒀지요. 그렇듯 길을 가다보면 그 다음 길이 열리곤 한답니다.
Q.문화 교육사업이나 컨설팅에서 요구되는 자격이라면?
무엇보다 창의력이 소중하다는 생각입니다. 또한 끊임없이 호기심을 가져야 합니다. 도달 점이 딱 정해져 있는 거랑은 다릅니다. 돌아보니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하고자 하는 것을 추구했기 때문에 이 모두가 가능했던 것 같아요.
문화 관련 일에서는 기획이 중요한데 기획자는 엮어내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모든 곳에서 시너지가 나오게끔 하는 거죠. 대학 졸업논문으로 ‘소그룹 집단역학에서의 매개자의 역할’을 썼었는데, 지나고 보니 제 인생의 방향을 결정한 게 아니었나 싶어요. 매개자(facilitator)란 참 중요한 단어라 여겨집니다. 집단적인 요구와 해결 의지를 거미줄처럼 상하좌우로 촘촘이 엮어내면 그게 시스템이 되고, 그럴 때 정책적 지원도 가능하게 되니까요.
글, 사진 │ 위민기자 임깁실 contoy@naver.com
이 글은 위민넷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www.women.go.kr/new_women/women/common/bbs/view.do?menuId=M00226&selectedSeq=93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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