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2.2
’만추팀’의 겨울여행은 1월의 마지막 날 강화도 읍내에 있는 '조양방직’에서 시작하여, 강화도 남쪽 동검도 ‘365예술극장’에서 ‘산티아고 가는 길’을 본 후, 김선생님 집에서 저녁식사와 글 낭송으로 마무리되었다.
도시재생의 한 형태로서 조양방직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사람들로 붐볐다. 동검도에 위치한 <365예술극장> 역시 예약자들만이 입장할 수 있는 35석을 가득채우고 있었다. 이게 뭐지?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많다는 것. 참가자들의 표정이 좋다는 것. 김선생님이 차린 풍성한 식사와 포도주, 그리고 시낭송은 하루일정을 충만감으로 그득하게 했다. ’먹고 마시고 노래하라’ 우리는 노래 대신 글 낭송을 했다.
‘조양방직’ 검색하니 1933년 강화읍내에 지어진 우리나라 최초이자 최대의 방직회사였다고 한다. 국내 섬유산업을 주도하여 1960년대까지 최고 품질의 인조직물을 생산했고 이후 수십개의 방직회사들이 들어오면서 강화도는 최전성기를 누렸다고 한다. 70년대 이후 방직공장이 대구 구미 부산 등으로 옮겨가면서 강화도는 급격한 쇠락의 길을 걸었다. 조양방직도 20~30년 폐가 형태로 방치되어 있다가, 눈밝은 이용철 김현화 대표가 2017년 구입하여 1년간 보수 공사를 거쳐 2018년 7월에 현재의 모습으로 개장했다고 하는데 강화나들길 14코스에도 포함되어 있다.
이들 부부 대표는 인사동에서 유럽 빈티지 샵을 운영했었고 이전에 살았던 삼청동 집도 직접 꾸며 인테리어에 일가견이 있었다 하고, 부인 김대표도 인사동에서 카페를 운영했다고 한다. 2천평 규모의 조양방직을 갤러리형 카페를 변신한데는 이들 부부대표의 그간 경력과 꿈을 모두 쏟아부었겠다는 생각이든다.
전국의 지자체들의 핫한 사업인 도시재생 관련한 곳을 몇군데 다녀보았던 나는 처음에는 이런 B급 재생이 있나 하는 생각부터 들었으나,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으로 변신한 이유를 찾아 보았다. 결코 예술적이라 할 수 없는 곳, 외부음식 반입은 금지되었으나 커피와 케익을 먹을 수 있는 곳, 워낙 넓은 공간이다보니 놀이공간에 온듯하고 자유롭게 사진도 찍고 약간의 체험형도 갖추어져 있다. 실제로 장소가 넓고 천정도 높아 놀이공원에 온듯한 흥분감을 띄운다.. 정부주도의 재생공간에서는 있을 수 없는 흥겨운 분위기. 가족나들이가 가능한 곳. 사람들은 이러한 곳을 찾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자체 도시재생 사업의 헛점을 찌른 것 같다. 많은 인파가 몰리는 곳에서 이유를 찾아야할 것 같다. 왜 어떤 곳은 돈을 쏟아부어도 잘 안되고 이런 곳은 되는지(물론 낡은 시설을 보강하는 작업에 엄청 비용이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것을 좀더 되물어야 한다.
강화도에 대한 나의 기억, 1994년부터 2000년까지 일산에 살면서 바다를 보기 위해 찾아갔던 곳. 2001년 대전으로 이주한 이후는 역사문화도시 강화도로서 답사를 몆번 왔던 곳. 그리고 7~8년전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강화읍내 재래시장을 바꾸어보려는 청년들과 지역주민들이 함께 리모델링하는 프로그램을 보러왔던 기억. 잘되기 어려운 여건이었다. 인근한 장소에 있던 폐공장에 도전한 부부대표의 용기가 대단했었다.
예전에는 강화도에 가서 전등사까지 보고 오는 일정은 쉽지 않았다. 워낙 섬의 아래부분에 있었기 때문. 이제 강화섬의 아랫부분과 김포가 연결되는 대교가 생긴 이후 전등사도 가까워졌고, 처음 들었던 동검도 접근도 쉬워졌다.
조양방직 갤러리카페의 부부대표와는 또다른 형태의 눈밝은 조나단 유 감독이 개척한 곳. 동검도 ‘365예술극장’ 이곳 역시 갤러리풍의 영화관. 개관6년째라고 하니 2013년경 오픈하기 까지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설계했을까. 서해안 갯펄과 바다를 보고 예술영화와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 친구와 와보고 싶은 명소로 만든 이곳은 유감독의 꿈을 공감하는 매니아들로 가득했다.
홈페이지 www.drfa.co.kr로 들어가면 유감독의 꿈을 볼 수 있다. 2005년 유럽에서 본 영화 한 편이 극장을 짓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스웨덴의 케이 폴락 감독이 만든 ‘천국에 있는 것처럼’(2004). 자신이 만든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계속 상영해서 한국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단 하나의 소망. 그 소망을 우리 관객들은 함께 공유하고 있다. 국내 개봉관 확보에는 실패한 이 영화를 4년 넘게 상영하였다고 한다. 문화아지트가 그의 꿈. 홈페이지는 복잡하게 보이지만 알아보고 갈 정보들이다. 기본적인 정보 이외에 특이한 것은 조나단 유감독의 <내 인생의 영화 12선>, 시나리오스쿨 작가 포럼, 조나단 유 전자책 모음, drfa에 오면 봐야할 10편의 영화, 조나단 유의 <영화읽어주는 감독>, 조나단의 커피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오시는 길, 상영스케줄표 및 예약, 후원, 동검도 소개 등의 기본 정보들로 빼곡하다.
일산 김선생님 집에서 만찬은 주인장의 융성한 대접에 시낭송과 산티아고 이야기로 그득찼다. 나는 '내가 살아가게 하는 것들’을 읽었고, 주인장 부부는 시모임에서 써서 동인집 형태로 발간한 자작시를 읽었고, 다른 시를 돌아가며 읽었다. 대전고사리에서 글 낭송을 하면서 느꼈던 낭송의 즐거움을 알기에 이러한 낭송 자리가 어색하지 않았다. 몇년전 이런 자리를 가졌다면 어색한 풍경이었을듯. 새롭게 만드는 버킷리스트에 올렸으면 한다. 먹고 마시고 소리낸다는 것은 우리 인간계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소망이다. 어떻게 변주하며 즐기는가는 모임자들의 기획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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