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인도의 한인 식당

이춘아 2020. 2. 12. 02:59

인도 체류기 9 - 인도의 한인 식당

2011. 8. 28

김 영

 

토요일 오후, Potheri에서 Chennai에 있는 한인 식당까지 두 시간 가량 무작정 찾아갔다. 아무 정보 없었고, 거리이름만 알고 찾아갔다. 그저 무작정 찾아간 것에 비해 식당은 금방 찾았다. 식당 밖, 한번 거리에 앉아 주변을 살펴 보았는데 한국인으로 보이는 사람들, 특히 아저씨들이 많았다. 거리에서 일어나 식당 계단을 오를 때 같이 계단을 올라가시는 한인분에게 인사를 하였지만 아저씨는 왜 하느냐는 듯, 눈만 마주치시고 지나가신다. 잠깐 적응 안됐다. 그래도 곧 그런가 보다 하고 식당에 들어가보니 겉 모습과는 달리, 넓고 깔끔하였다. 또한 넓은 공간을 한국인들이 꽉꽉 메우고 있었다.

 

인도 온 후 한인을 이렇게 많이 본 것은 처음이고 한인들과 함께 하는 것이 적응이 안될 정도로. 하지만 식당은 안타깝게도 내가 상상하였던 모습과는 많이 달랐는데, 내 상상과 기대는 가게는 작고 비루하지만 아주머니들이 맛나게 요리하시며 서빙도 아주머니께서 해주시면서 친근하게 대해 주는 것이었다. 서빙은 깔끔하게 차려 입은 인도 현지인들이, 그리고 주방은 보이지도 않았다. 식당 크기를 본다면 아마 레시피를 받고 요리를 좀 해본 인도 현지인들이 할 것 같았다. 식당 안 입구에서 잠깐 둘러봤는데, 주인장으로 보이시는 분이 가게 안에서 담배를 당당하게 피셔 좀 놀라기도 했다. 또한 가격대를 보니 한국음식이 희소해서 그런지 인도현지 음식과 확연히 차이 나도록 비쌌다.

 

이렇게 말하면 이상할지 모르지만, 음식도 기대보다 너무 좋게 나왔다. 내가 원하는 것은 그저 교회에서 나올 법한 백반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뭔가 기대에서 점점 빗나가기 시작하니 어떤 것에도 만족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다른 시각으로 본다면 좋은 반찬, 괜찮은 맛, 깔끔함, 좋은 인테리어 그리고 친절함 등 다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정’ 보다는 철저한 자본주의 원칙과 마케팅을 따른 식당이었고 그저 내 예상과 달랐기에 나만 불만족일 뿐이다.

 

인도에서도 시내가 아닌 좀 떨어진 곳에 학교가 있다 보니 주말을 제외하고는 보통 고립되어 지낸다. 그래서 그런지 몇 없는 한국사람을 보면 매우 기쁘고 다가가고 싶어진다. 그리고 곧 내 모든 것을 열고 가까워진다. 아까 잠깐 적응 안됐다는 소리도 이런 환경에 있다 소화 안되도록 많은 한인을 만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한인식당에 가보니, 온통 한국사람이었고 어느 순간부터 나도 딱히 인사하고 싶지도 않더라. 이번에 늦게 Chennai까지 가서 간 것도 한인 청년부 모임이 있어서 간 것이었는데, 사실 인사며 자기소개보다도 한국 밥맛이 더 고팠다. 하지만 모임 분위기가 그럴 분위기가 아니라서 돈을 낸 만큼 못 먹은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끄적 끄적 밥을 먹어도 한번 틀어진 기대와 함께라서 그런지 맛이 딱히 특별하지도 않게 느껴졌다. 그래도 한인친구들은 모두 쾌활하고 멋있는 친구들이었다. 한국에 있었더라면 더 친해질 수 있었겠지만 여기는 인도이고, 함께하기엔 거리상 먼 친구들이다. 지금의 나는 인도에 잠깐 교환학생으로 온 만큼 한국인들보다는 인도인들을 더 알고 싶고 친해지고 싶다. 한 마디 더 코멘트하자면 한국인들은 옷을 비슷 비슷하게 입는 것이 눈에 보인다. 좋게 보면 예쁘게, 잘 입는 것이지만 코드가 너무 비슷해 보여 개성이 없어 보였다. 아니 개성 있게 입으려 하다 보니 개성 있게 입은 사람은 다 한국사람 같은, 결국은 개성이 없어진 느낌이다. 인도에서 지나치게 깔끔해 보이는 아시아인이면 대부분 한국인인 것. 누가 우리를, 한국인을 이렇게 만들었나 생각해본다. 교환학생은 나를 포함해 두 명 밖에 없었고 모두 혼자 유학 오거나 가족과 함께 와 대학생활을 한 친구들이었다.

 

Chennai에서 하룻밤을 지내야 할 곳이 딱히 없었기에 지난번에 묵은 친구 집에 다시 부탁하고 찾아갔다. 다시 들릴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다시 만나니 조금 미안하게 느껴졌지만, 가족들은 모두들 반갑게 맞이 해주셨고, 나는 감사했다. 사실 저녁도 여기 와서 배부르도록 다시 먹었다. 어머님께서는 매끼 밥과 반찬을 막무가내로 더 주시려고 하셨다. 엄마 마음은 원래 조금이나마 더 챙겨주고 싶다는 말과 함께. 이러니 어쩔 수 없이 더 먹을 수 밖에.

 

자기 전 친구와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있다가 어머님이 갑자기 등을 퍽 치시더니 몸무게가 어떻게 되냐고 물으신다. 뭐, 나는 내 몸무게를 말했고 어머님은 다시 아들 몸무게를 물었다. 친구는 54Kg라고 한다. 20Kg 정도가 차이 정도 차이 나서 나도 울고 친구도 울었다. 여기 오면 항상 많이 먹고 늦게 먹어 찐다.

 

아침에 일어나 모기 물린 흔적을 보고 나는 한번 더 울었다. 새벽에도 잠을 설쳤는데…. 베란다와 통하는 방 문을 활짝 열어 놓고 베란다도 다 열어놔서 그랬는지 15방은 물렸다. 새벽에 모기 물린 통증으로 잠 깨, 이러다 말라리아 모기에 재수없게 걸리나 싶었다. 인도 친구가 그저 물리지 않게 기도하라는 말과 쌩쌩하게 돌아가는 천장선풍기의 바람만 믿은 것이 잘못이다. 이젠 집같이 편하지만 모기가 무섭다.

 

아침을 먹은 후 다시 오라는 어머님의 말과 다시 오겠다는 약속과 함께 가벼운 마음으로 기차를 타고 왔다. 대문 앞에서 다시 오라고 하던 아랫집 친척들도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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