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체류기 13- 중국인 친구들
2011. 10. 3
김 영
한국친구들과 인도친구들은 인도의 긴 휴일을 맞이하여 여행을 떠나거나 집으로 떠났다. 기숙사에서 같이 모여 다니던 멤버 중 나만 기숙사에 남은 샘인데, 외롭기도 하지만 좋은 기회를 얻었다. 지금까지 어울리지 않았던 다른 친구들과 어울릴 기회를 얻은 것이다. 다른 친구들이란 중국인 친구들인데, 사실 기숙사에 살면서 많이 마주 쳤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어울릴 생각은 마땅히 없었던 그들이다. 하지만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던 말 같이 이번 기회에 내가 먼저 중국인친구들에게 다가갔다.
한 그룹의 중국인들이 장을 보러 나가는 중이었는데, 나도 같이 따라가며 내 소개와 함께 같이 장을 보며 대화를 나누었다. SRM대학교에는 현재 중국인들이 23명이 있는데, 재미있게도 모두 외동아들이란다. 사실 중국의 자녀정책을 과거에 들어 보았지만 이 정도일 줄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딱히 외동아들 특유의 성격도 찾아 볼 수 없었기에 더욱 놀랬기도 했다. 외동아들, 외동딸들을 타지로 유학 보낸 중국의 부모님들이 안타까웠다. 뭐 나도 외동아들이고 타지로 유학 온 처지지만, 그들은 4년간의 유학이고 나는 1년이 못 되는 유학이니 비교하기가 그들에게 미안하다. 다만 사실을 알은 뒤 그들에게서 동질감을 느꼈고 좀 더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됐다.
중국친구들은 주방도 따로 없는 기숙사에 살지만 가끔 방 안에서 많지 않은 식기구로 반찬을 해 먹는다고 했다. 쌀밥은 아래 식당에서 식사시간 때 퍼온다고 한다. 친구들은 이미 인도에서 4년차 라고 알려주었고 확실히 인도에서 짬밥이 쌓인 듯하였다. 같이 장보는데 따라갔던 덕인가 그들은 나를 저녁식사에 초대하였다.
일단 초대 받았고 식사도 초대 받았으니 그들의 방에 따라가 보았다. 중국인 친구들의 방의 첫 이미지는 난장판 이었다. 작은 기숙사 방에 4명이 같이 살고(원래는 2명 or 1명) 식기구니, 신발이니 정리가 되어 있지 않았다. 아니 되어 있어도 이건 난장판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일 정도다. 내 방은 두 침대가 붙어 있어 다른 유학생들에게(한국, 독일, 칠레, 부탄 등) 약간의 이슈였는데, 이 친구들은 4개의 침대가 따다닥 붙어 있었다. 쇼킹이다. 한 명은 그냥 같이 놀고 싶어서 방을 옮겼다고 한다.
담배를 다들 피우는데 환풍기가 검은 먼지로 도배되어 이게 블랙홀인가 싶었다. 저녁식사가 위험할 것 같았다. 다행이 식기구를 깨끗이 물로 씻는 것을 보고는 안심했다. 아 뭐, 학생들끼리 살고 여기는 인도고, 또 그들은 중국인이니 상황을 즐기는 수 밖에.
남자들 방에 여자가 들어오면 기숙사법으로는 안되지만 커플이라고 하여 자주 몰래 놀러 오는 여자가 있었다. 그런데 요리를 준비하는데 남자 4명이 들어가 준비하고 여자는 딱히 돕지 않았다. 중국에는 남자가 요리하고 여자는 안 한다고 들었는데 정말인가 싶었다.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정말이라고 한다. 다만 이게 장난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한번의 일가지고 판단은 못하기에. 그런데 중국은 가능할 것 같다. 아무튼 남자애들은 감자 깍고 콩 씻고, 양파 까고, 요리 할 때 여자애는 콜라 마시더라. 흠……
오랜 시간을 기다린 덕에, 5가지의 반찬과 국이 준비 됐는데, 보기 좋고 정말 맛도 좋았다. 코멘트를 하자면 조금~ 짰고 이게 아주 재미있는 맛의 국도 있었지만 뭐 이 정도면 매우 만족스러운 음식들이었다. 작은 책상 하나에 신문지를 깔고 요리 5가지를 놓은 밥공기 놓을 공간이 없어 들고 먹었다. 젓가락도 중국식이라 길었다. 또한 진짜 오랜만에 젓가락을 잡으니 내 손가락들이 춤을 추는 것이 느껴졌다.
고맙다, 중국친구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