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체류기 15 - 종교휴일 친구집 방문
2011. 10. 10
김 영
5일간의 종교 휴일(힌두)을 맞이하여 아침도 안 먹고 기숙사에서 꿀 잠을 자고 있을 무렵, 알람인지, 전화벨인지 분간이 안 되는 소리가 나 핸드폰을 집어드니 인도 친구에게서 전화가 걸려오고 있었다. 휴일 중에 연락하여 자기집에 초대 하겠다던 2학년 과대 친구다. 친하지도 않고 수업 시간을 제외하면 몇 마디 말도 딱히 안 해본 친구여서 기대를 안 하고 있던 친구였는데 정말로 초대를 해주니 놀랐다. 내가 외국인이라 초대를 한 건지, 원래 초대를 잘하는지 분간이 안됐다. 어쨌든 눈을 비비며 일어나, 샤워를 하고 주섬주섬 옷과 필요한 물건들을 챙기고 친구를 기다린다. 이미 몇 번 다른 친구 집에서 지내본 경험이 있는지라 준비는 척이면 척이다.
이번에는 모기약도 넣었다. 10시30분부터 친구를 기다려, 결국 기숙사에서 점심까지 먹고 쭉 기다리다 2시 30분에 친구가 기숙사 앞에 데리러 와주었다. 사실, 친구가 집에 초대를 해주면 좋기도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긴장도 된다. 내가 사는 공간이 아니라서 긴장되는 점도 크지만, 친구의 집은 어떤 환경의 집일까, 어떤 가족들이 있을까,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까 등 걱정도 된다. 뭐, 이 때까지 경험에 의하면 몸은 조금 괴로울지라도 좋은 시간을 보냈으니 이번에도 좋은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믿고 기다린다.
그런데 조금 오래 기다렸을 뿐. 인도에서 너무 급하게 챙겼나 싶다. 친구는 늦어서 미안하다고 하며, 아침은 먹었냐고 묻는다. 아니 지금이 3시인데 점심도 아니고 왜 아침을 묻나 싶었다. 일단 솔직히 아침은 안 먹었다고 말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30분을 달렸을까, 아니나 다를까 집에 도착하니 가족들이 둘러 앉아 점심을 먹기 시작하고 있었다. 나는 점심을 먹었지만 당연히 먹은 티를 안 냈고 집 구경도 넘긴 체, 합석하여 먹기로 했다. 점심을 왜 이리 늦게 먹는지는 몰랐지만 점심 메뉴는 일단 기숙사에서 먹는 것이랑 많이 다르진 않았다. 하지만 어머니 요리 솜씨가 좋으셔서, 이게 내가 먹고 싶었던 음식인가 싶을 정도로 맛나게 먹었다. 이미 손으로 먹는 것은 적응 완료라, 먹는 모양새 가지고 과거 다른 친구의 가족들처럼, 그들에게서까지 웃음을 사진 않았다.
그러나 어머닌, 2차로 따뜻한 밥 추가에 차가운 ‘Curd’도 부어 말아 주셨는데, 이것은 적응이 안됐다. 한국으로 따지면 따뜻한 밥에 플레인 요거트를 부어 먹는 것(맛이 딱 플레인 요거트다). 이것 마저 적응하면 한국인 정체성을 잃을 것 같아 적응 안 하기로 했다. 결국 여기서 가족들의 웃음이 빵 터졌다
밥을 맛있게 먹은 뒤, 집 구경을 시작했다. 집은 2층 집이었고, 친구 가족은 2층만 사용하며 1층은 게스트 하우스와 다른 가족에게 세를 내주고 살았다. 집의 실내 공간은 작았지만 실외 공간이 꽤 컸다. 2층에서 실외에서 큰 개를 키우는 정도니 알만하다. 집은 대체로 허름했다. 밥도 먹고, 집 구경도 마친 뒤 친구 방에서 쉬고 있을 무렵, 친척이라는 아저씨 한 분이 찾아 오셔서, 자신은 유명하다면서 갑자기 점을 봐주셨다. 주 내용은, 부모님이 나를 영원히 챙겨주실 것이며, 유산을 모두 주신다는 것. 또한 직업, 결혼 등 그리고 몇 내용이 더 있었다,
아, 웃음을 산 것이 하나 더 있긴 한데, 어머니가 컵에 물을 주시길래, 마시라고 준 물인 줄 알고 마시려 했는데 바나나 잎을 씻는 용도의 물이어서 약간의 웃음을 샀었다.
약간의 휴식을 즐기고 있는데, 어머니가 오토바이를 씻으라 하였다. 친구는 오토바이를 씻기 위해 개인 주차장? 으로 갔다. 나도 방안에 혼자 있기 심심한지라 친구를 따라 오토바이 청소를 지켜보기로 했는데, 지켜보는 도중 왜 갑자기 지금 오토바이를 씻는지 궁금하여 물으니 오늘은 힌두 종교 휴일로써 살아있지 않은 것들을(Non-living things)에게 제사를 지내주는 날이라고 했다. 그래서 일단 깨끗이 씻기고 제사를 지내준다고 했다. 왜 이런 의식을 하는지 이해는 잘 안 갔으나 이미 인도에 와서 이해하지 못할 것들을 많이 봐왔기에 그런가 보다 했고 지켜보기로 했다.
친구는 별 다른 특별한 과정 없이 물로 깨끗이 오토바이를 닦고, 집 베란다로 가서 마른 코코넛 껍질과 오일을 이용해 한동안 불을 지폈다. 코코넛 껍질은 집구석에 늘 저장하고 있다. 향은 매우 좋았다. 친구도 좋다고 한다.
집 안에서는 어머니와 친척분이 힌두식 제사를 지낼 준비를 하셨는데, 그 중 재미있는 것은 라임을 방문 앞 마다 두는 것이었고 이것은 악한 기운이 방안에서 빠져 나오도록 한다고 하셨다. 또한 여러 가지 과일들로 집안의 제사칸을 장식하셨다. 이 후 코코넛 향이 준비되는 대로 제사를 시작했다. 제사는 집안의 제사칸에서(웬만한 인도 집은 제사칸이 있었다) 올렸고, 제사 때문에 온 가족이 모이는 우리나라와 달리 어머니와 친구, 친척분만 있었다.
그렇게 간단한 식을 올린 뒤, 오토바이창고로가 식을 올릴 준비를 했다. 바나나줄기와 꽃 잎으로 장식을 했고, 인도 특유의 물감?으로 오토바이를 칠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물감을 바르는 것은 그냥 바르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형식과 순서에 맞춰 바른다. 또한 여러 가지의 과일과 코코넛 향을 이용하여 식을 올렸다. 마지막 순서는 오토바이 바퀴로 라임을 뭉개는 것과 사용한 과일을 쪼개는 것으로 끝이 났다.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모든 미생물체에게는 제사를 지내주는 것 같았다. 이날 이후 헬스에 가서도 제사의 흔적을 보았는데 기구마다 제사를 빌어 주었는지 물감칠과 장식이 되어있었고, 엘리베이터 층 마다 문에도 물감칠이 되어 있었다. 천장에 선풍기에 까지도 흔적이 있었다)
식을 마친 뒤 나와 친구는 Steve Jobs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고, 인터넷을 조금 사용했다. 친구 컴퓨터는 한글을 인식하지 못하였는데, 그래서 한글사이트들도 읽을 수 없었고 컴퓨터 할 마음도 사라졌다. 덕분에 알아낸 것이 내가 얼마나 한정된 인터넷 웹에만 들리는지 알 수 있었다.
'여행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익숙한 것과 왠지 아닌 것 (0) | 2020.03.04 |
---|---|
인도의 집안 의식 (0) | 2020.02.12 |
인도의 중국 친구들 (0) | 2020.02.12 |
인도의 한인 식당 (0) | 2020.02.12 |
인도의 청첩장 (0) | 2020.0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