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인도의 집안 의식

이춘아 2020. 2. 12. 03:48

 

 

 

 

 

인도 체류기 17 - 종교휴일 집안 의식과 밤 풍경

2011. 10. 12

김 영

 

친구의 누나 집 제사를 거들어 주기 위해 제사를 지낸 오토바이를 타고 누나 집으로 이동했다. 누나 가족은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는데 4층 정도 되는 아파트였고 아파트 구조는 처음 보는 구조로써 이웃간 오픈 된 구조였다. 그래서 그랬는지 대부분 문을 열고 있었다. 신발장도 집 문 밖에 있었기에 도둑 걱정은 안 하나 싶었다. 어쨌든 제사는 집안 제사부터 시작되었고 형부의 자동차를 위해 식을 올렸다. 친구는 바나나 줄기 장식과 물감칠 등 거들었다. 물론 나는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고.

 

모든 의식을 마친 뒤 친구의 친구들이 모여있는 만남의 장소에 갔는데, 알고 보니 옆집. 친구의 친구들과 인사를 나눈 뒤, 그 곳을 빠져 나와(친구들은 수다만 떤다고 먼저 나왔다) 오토바이를 타고 타운 밖 길거리 술집으로 향했다.

인도의 술집은 창고형태로써 은행같이, 철장으로 감싸고 있는 형태의 술집으로써 술만 판다. 술을 마실 수 있도록 방이 있긴 한데 화장실 같은 칸이 하나 있을 뿐이다. 이 곳은 안주를 팔지 않았는지 친구는 오토바이로 4분 거리의 음식점에 갔고 우리는 계란스크램블 안주를 시키고 테이블에서 앉아 먹으려고 했으나, 친구는 건물 뒷 공간으로 이동하자고 했다. 거기엔 어둠과 먹다 버린 술병, 아직 한 병씩 하시는 아저씨들이 있었을 뿐! 아마 술을 팔지 않는 음식점에서는 술을 마시지 못하는 가 보다. 그런데 가로등 하나 없는 공간, 공사장에서 마시니(공사장이 바로 옆이었다) 무언가 처량했다. 흡연공간을 못 찾은 흡연자들이 아쉬운 대로 뒷 구석으로 이동해 모여 피는 느낌 같다. 스크램블은 꽤나 맛있었다. 안주로 스크램블을 먹기는 또 처음이고…… 일단 둘이 600ml 한 병씩, 계란요리 한 접시씩 하고 음주상태로 오토바이를 타고 집으로 향하였다. 물론 이것은 시작일 뿐이었기에 놀라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한국에서는 음주운전도 안 해보고 음주운전차량도 피했던 나지만 인도에 와, 음주운전 바이크를 타고 달릴 생각을 하니 참 미쳤다고 생각했다. 친구는 걱정 말라고, 나는 매주 이런다고, 안심시키지만 이건 아니지 싶었다. 그러나 여기까지 와서 계획을 바꿀 수 없었기에 느지근한 맥주 한 병을 허겁지겁 계란요리와 저녁으로 비운 뒤 인도의 밤 공기를 마시며 목표지점까지 오토바이를 타고 달렸다. 인도 기차의 문 자락에 서서 밤 공기를 마시던 때와는 또 다른 오토바이 위의 인도 밤공기. 미국의 고속도로 같은 일직선의 도로. 도로를 달리다 보니 인도도 역시 크긴 크구나 라는 생각을 새삼스럽게 했다.

마을에 도착하여 친구 집으로 향하던 중, 8시가 넘은 휴일 저녁이었지만 선거활동으로 바쁜 아저씨들이 많았다. 이 늦은 시각에 시끄러운 선거운동을 하면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또 인도니까 다르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나는 어차피 좋은 구경한 거고 하니 ‘봐’준다.

친구 집에 들어가보니 모두들 이야기 하고 있으면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 술기운 때문이었는지 처음 만났을 때보다도 더 친한 것 같고 말도 많이 했다. 괜히 이 취기가 깨지 않아서 다시 어색해지지 않았으면 하기도 했다.

 

오늘은 휴일, 지금은 휴일의 피크, 밤 10시. 다시 한번 오토바이를 타고 시내로 나와보니 휴일이라고 각종 놀이기구와 상점이 즐비했다. 보통 인도의 밤은 횡 하지만 오늘만큼은 붐비고 붐볐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두 나와 즐기고 있었다. 일년 중 이번 한 주간은 이런다고 한다. 물론 술을 마실 곳은 없었기에, 우리는 걷기했다. 목표 없이 걸었다. 나에게 이 많은 걸 다 보여주려고 걷나 싶었다. 덕분에 많은 것을 보았고 보았다. 이젠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가 11시 30분, 오토바이를 타고 아까 술 마신 장소로 이동했다. 다시 가면서도 친구들에게 짠 함을 느꼈는데, 술 마실 곳이 없어 이 오밤중에 멀고도 먼 식당 뒤, 공사장 근처, 의자도 없고 탁자도 없어 흙 바닥에 앉아 먹어야 하는 공터로 간다는 것 때문에…… 그리고 우리는 다시 취한 채 오토바이를 타고 와야 한다는 것에. 그래도 즐거워 보이는 그들이었고 나였다.

 

 

일단 인도친구들이 좋은 것이, 정도 정이지만 친구를 초대하면 초대받은 이는 돈을 쓰게 않는다(외국인이라 그럴 수도 있고). 그러기에 나는 매우 저렴하면서도 깊이 있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이번 만남에서는 이것이 약간 당연시 되는 것을 내 스스로 느끼기 시작했는데 이건 좀 위험한 것 같다. 정체성 없이 이게, 저게 좋다고 붙으면 말 그대로 한국인의 정체성이 사라지는 듯싶다. 무엇으로 다시 갚아야 할지, 흠 생각 해봐야겠다.

 

 

술을 마시기 위해 공사장으로 향하는 도중, 시내 한 가운데에서 경찰에게 딱 잡혔다. 음주단속보다는(음주단속 자체가 가능할지 모르겠다. 측정기가 없을 것 같은데) 면허 확인 차, 확인 하는 것 같았는데 경찰이 시민을 대하는 것을 보니 조금 긴장됐다. 면허가 없었는지 어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오토바이 번호판을 발로 차 반으로 접는 것을 보고, 시동을 안 끈다고 머리를 때리려는 것을 보고, 오 좀 살벌한데 싶었다. 친구들에게 왜이리 살벌하냐고 물으니, 인도는 워낙 마약을 많이 하고 마약에 취한 시민이 무엇을 할지 모르니 경찰들도 항상 긴장한다고 한다. 그래서 조금은 더 강압적일 수 밖에 없다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해가 갔다. 마약 해서 정신 나간 놈들이 한 두 명인가? 그래도 우리는 별 탓 없이 친구가 몇 마디 나누니 지나갔는데 아마 내 친구 아버님께서 이 시내에서 경찰을 하고 좀 높은 직위에 있어서 인것 같았다. 어머니도 정치인이시라고 하셨다. 이 마을에서 두 번째로 높다고 말해줬다. 어쨌든 친구의 하이-패스는 좋았다. 거기다 아버지 것이었는지오토바이에도 POLICE라고 써져 있으니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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