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5 – [라오스] [만주 기행문] [나오시마 삼인삼색]
2016.4.19.
이춘아
갔던 곳, 갈 곳, 가고 싶은 곳. 이러한 단어가 어울릴듯 싶은 책들이 있다. 오주환 [라오스], 최삼룡 허경진 편[만주 기행문], 전용성 황우섭 염혜원 [나오시마 삼인삼색]이다.
갔던 곳: 라오스 여행을 했다. 여행가기 전 도서관에서 라오스에 관한 책 몇 권을 빌려 보았다. 그렇고 그랬다. 여행 다녀온 후 도서관에서 이 책 저 책 보다가 전에 보지 못했던 라오스 책이 있어 뽑아 읽어보니 마음에 들어 빌려와 보았다. 웬 일. 글이 살아 내게 오는 듯 했다. 전에 보았던 책이 그저 그랬다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를 다녀오기 전 사람과 다녀온 사람의 차이였다. 다녀오기 전에는 책의 내용이 단어들의 나열이었다면, 다녀온 후에 본 책은 단어들이 살아있는 듯 빨려들어 읽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라오스를 다시 글로 느낌을 더듬어가며 여행한 듯 했다. 모든 공부의 순서가 예습, 현장학습, 복습인가보다.
[라오스](2009, 위즈덤), 이 책은 라오스의 5지역을 소개하고 있다 비엔티안, 방비엥, 폰사반, 루앙프라방, 씨야부리. 이 중 나는 비엔티안, 방비엥, 루앙프라방 3곳을 5박6일 코스로 다녀왔다. 비엔티안에서 한밤, 방비엥에서 두밤, 루앙프라방에서 한밤, 한밤은 비행기에서. 시간 내기에 따라 비엔티안 방비엥 두곳으로 정해지고 루앙프라방은 생략될 때가 많다. 방비엥에서 루앙프라방까지 버스로 꼬불꼬불한 산길을 8시간을 가야하니 그럴 수밖에 없을 듯하다. 그 산길을 한번은 모르고 갔지만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고 했는데, 나중에는 그 길의 풍경이 더 기억나고 다시 가고 싶다.
꽉 짜여진 일정으로 찍고 찍고 지나는 것이 대부분의 여행이어서 사진만이 다녀온 흔적으로 남을 때가 많다.라오스 책들의 저자는 라오스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쓰고 있다. 나는 바쁘게 다니느라 사람들에 대한 느낌은 크게 없었다. 여행기를 읽고 나니 다시 가서 풍광과 사람을 느끼고 싶어진다. 책에서 강조하고 있는‘나만의 쉼표가 필요할 때’ 라오스를 느끼고자 하면 어느 한 곳에 가서 느긋하게 혼자서 또는 둘이서 며칠 동안 쉬엄쉬엄 다니면 좋겠다. 라오스는 나라가 길어서 이동거리가 너무 길다. 라오스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남자들의 이발소는 곳곳에 눈에 띄었으나 여자들의 미용실은 단 한곳도 보지 못했다. 그래서 여자들을 눈여겨보니 죄다 생머리를 묵고 다니고 있었다. 파마머리는 물론 없었다.
갈 곳: 만주. 내가 갈 곳은 정확하게 장춘-길림-하얼빈이다. 가기 전 읽고 있는 책이 [만주기행문](2010, 도서출판 보고사). 연세대 허경진 교수와 연변사회과학원 문학예술연구소 최삼룡 소장이 함께 펴낸 책이다. 이런 책을 보면 누가 이런 책을 만들어낼까 궁금하고 이래서 책으로 묶어내야 하는거구나 싶고 책을 내려는 저자 편자 역자 출판사들에게 고마움을 갖게 한다.
이 책은 백년전 한국인들의 만주 여행기를 모았다. 익히 알고 있는 필자들은 이광수, 한설야, 이태준, 강경애 등이지만 그 외의 필자들도 당시 내노라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주로 당시 신문이나 잡지 등에 기고했던 글들을 후대사람들이 모아놓은 것이다. 책 편집은 단기 체류자, 장기 체류자의 글로 분류했다. 이 책에서 처음 읽었던 부분은 함대훈의 <남북만주편답기>. 당시 잡지 [조광(朝光)]의 만주 특집호로 기획되어 1939년 7월에 실렸던 것이라고 한다. 작자 함대훈(1907~1949)은 소설가이자 러시아문학연구가로 한성일보 편집국장을 지냈다고 하며 만주 건국 6년을 맞은 신흥만주국을 짧게 여행한 기록이다. 문학적 문체를 느끼게 하면서도 기자로서 당시의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1939년 5월13일 오후3시 경성에서 출발, 오후8시경 평양을 지나 다음날 오전 7시15분 봉천(현재 심양)에 도착. 예정보다 15분 연착했다는 표현이 나온다. 침대칸을 사지 못해 앉아서 오다보니 몸이 힘들었을텐데 1초가 아까워 국립박물관부터 보러간다. 여기저기 구경하고 하루 더 묵지 않고 당일 오후10시40분 신경(현재 장춘)행 기차를 탄다. 다행히 침대칸을 구했다. 현재 장춘은 당시 신흥만주국의 수도라 신경(新京)이라 불렸던 것 같다. 다음날 아침에 도착했다고 하는데 시간은 기록되지 않았다. 마중 나온 H형과 여관에 가서 짐을 풀고 나와서는 육당 최남선 선생을 찾아간다(이런 대목에서 교과서에서 보았던 최남선 이라는 이름이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당시 만주국 한국인들의 상황 등이 서술되어 있다. 개척농민(조선 이주농민을 이렇게 불렀다고 한다)들에 대한 통계도 서술하면서 재만 조선인의 교육문제 등도 적고 있다. 장춘에서 하루를 머문 후 오후10시 합이빈(하얼빈의 한자표현)행 기차를 타고간다. 하얼빈은 당시에도 인구50만. 이렇게 표현되고 있다. .... 인구 50만이나 되는 합이빈, 북만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 문화도시로서 또 동양의 파리란 별명을 듣는 합이빈, 내가 항상 동경하던 합이빈에 발을 내려놓으니 무엇부터 보고 어떻게 하여야 좋을지 두서를 차릴 수가 없다....
짧은 일정의 기행문이지만, 그 느낌과 시대상황이 새롭다. 글의 내용으로 일정을 추적해보면 실제 장춘과 하얼빈에서 각1박이고 나머지는 기차에서 자니 요새말로 2박5일 코스인 셈이다. 요즘도 장춘, 하얼빈에 비행기로 다니다보면 5일 코스인데 77년전 기차로 다녔다. 남북한이 가로막혀 있는 우리의 현실이 새삼스럽다.
가고 싶은 곳: 나오시마. 최근 들어 문화예술답사지로 뜨고 있는 일본 나오시마 섬. 얼마 전 경북 문화활동가 몇몇이 다녀왔던 촘촘한 일정표를 건네받았다. [나오시마 삼인삼색](2010, 웅진리빙하우스)은 세 명이 그리고 찍고 쓴 책이다. 부제가 여행과 예술을 사랑하는 3인, 예술의 섬 나오시마를 가다, 인데 그림+사진+글의 조합이 책 보는 재미를 준다.
1987년 일본의 대표적인 교육기업 ‘베네세’재단이 학생캠프장을 만들기 위해 나오시마 절반을 사들였다. 세계 어린이들을 위한 국제야영지를 만들 계획이었다고 한다. 야영장을 만들기로 했던 것이 섬의 환경을 자연친화적으로 바꾸겠다는 의지가 더해져 낙후되고 보잘 것 없는 섬마을이 현대건축과 현대미술의 복합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이 섬에 사람들이 가고 싶은 이유는 관광지로 사람들이 손을 대어 오히려 전보다 못해지는데, 이곳은 사람들이 손을 대어 신세계로 만들어진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이고 앞으로의 희망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예술적 안목과 자연친화적인 공존의 신념이 모여진 곳에서 문화활동가들은 자신들의 활동에 힘을 받고 오는 것은 아닐까 싶다.
지추미술관,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땅속 미술관인데 이 미술관에는 세 작가의 아홉 작품만을 전시하고 있다고 한다. 베네세 하우스, 미술관과 호텔이 결합된 독특한 공간인데 이 건축도 안도 다다오의 작품으로 개성있는 네 개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혼무라의 ‘집 프로젝트’, 마을 사람들이 섬을 떠나거나 세상을 떠난 뒤 살지 않고 있는 빈 집을 아티스트들이 작품으로 만든 프로젝트라고 한다. 1998년 시작되어 지금까지 총 7개의 프로젝트가 진행되어왔다고 한다. 이러한 예술적 공간을 받쳐주고 있는 것은 아름다운 풍광, 수백년 세월의 오래된 골목길과 미술작품들의 조응 등이라고 한다. 조만간 나도 꼭 다녀오고 싶은 곳으로 부풀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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