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람 있는 삶’
이 세상 수많은 이들이 그러는 것처럼 우리는 조화로운 삶을 찾고 있다. 단순하고 균형 있고 만족스런 생활 양식을. 다른 이들처럼 우리도 힘을 보태서 이 세상을 아늑한 삶의 공간으로 다듬고 싶었다. 인류와 다른 많은 생물들이 어머니인 땅에서, 그 어머니의 품 속에 펼쳐진 흙과 젖무덤에서 흐르는 물에 감싸여 꾸준히 삶을 이어 갈 수 있도록.
조화로운 삶을 사는 데 당장 필요한 것은 먹을거리와 집이다. 이것이 생존의 기초다. 이 밑바탕 위에서 개인과 식구, 사회 공동체가 더 큰 기쁨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교육과 여가와 여행을 계획할 수 있다.
우리는 우리의 4-4-4 공식으로 조화로운 삶의 특성을 적어 내려 가겠다. 네 시간은 생계 노동을 하고, 네 시간은 전문 활동에 보내고, 네 시간은 사람으로서, 지역 주민으로서, 국민으로서, 세계 시민으로서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단체 활동에 참여한다.
생계 노동은 늘 해야 하는, 건전한 삶과 봉사하는 삶의 기본 바탕이다. 세상에는 해야 할 일이 있고 우리는 모두 함께 그 일을 해야 한다. 우리가 저마다 전문 분야에서 일을 함으로써 우리가 하는 작은 몫이 이 세상 전체의 기술과 능력 발전에 보탬을 준다. 또 함께 사회 활동을 하여서 경험과 지식을 동료들과 함께 나눈다.
4-4-4 공식은 보편성과 구체성을 띤다. 부자든 가난한 이든, 젊은이든 늙은이든, 누구나 4-4-4 공식을 바탕으로 이 세계에 몸으로 이바지 할 수 있다. 생계 노동은 일곱 살에서 일흔일곱 살까지(스코트는 아흔 다섯 살인 지금도 자기 몫의 짐을 지고 있다.) 몸이 튼튼한 사람이면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이다. 모든 일들이 날마다 부지런히 해야 하는 일 가운데생계 노동은 꼭 해야 할 일이자 영광스런 일이다. 모든 사람이 하루하루 생계 노동을 해 세상 일에 보탬이 된다면, 사회는 원기 왕성해 지고 스스로 버틸 힘을 얻게 된다.
한 사람 한 사람 개인의 관심과 재주는 서로 다른 분야에 보태어져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고 아름다운 예술 작품을 창조해 내 사회에 이바지 하게 될 것이다.
우리에게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그 일을 할 준비를 해야 한다. 그것은 개인의 삶에 적용되는 원칙일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이해가 걸린 문제일 때는 훨씬 더 긴요한 원칙이 된다. 도움을 얻고자 한다면 개인으로든 집단으로든 먼저 사회에 이바지해야 한다.
우리는 한평생 시골에서 농사지으며 몸도 튼튼해지려고 했지만 사회관계도 튼튼하게 가꾸려고 애써 왔다. 우리 부부는 사회 불안과 맞섬과 무너짐과 해체가 이어지는 시대에, 되도록이면 여러 사람들과 함께 건강과 건전한 상식을 잃지 않는 삶의 방식을 따르려 했다.
우리가 남다른 삶의 방식을 실험하기 시작한 것은 거의 한 세기 전인 1932년부터다. 우리는 젊지 않았지만 모험을 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 첫 발걸음은 불안했다. 하지만 앞으로 똑바로 나아가면서 생각이 점점 뚜렷해지고 우리가 나아가고 있는 길이 우리에게 옳다는 걸 굳게 믿게 되었다.
우리가 지켜 온 생활 방식은 역사에서 새로운 것이 아니었지만 우리 세대에는 드문 것이었다. 우리는 문명의 맵시와 지저분한 가난이 뒤섞인 도시의 삶을 떠나 시골에서 더 단순하고 자급자족하는 삶의 길을 걸었다.
기본 목표는 이미 만들어져 있는 시장 경제를 벗어나 사용 가치가 중심이 되는 살림 경제를 일구는 것이었다. 그리고 우리 힘으로 ‘체제’에 얽매이지 않고 독립하여 살아가는 것이었다.
우리가 가진 시간과 힘 가운데 적어도 3분의 1을 전문 활동과 사회 환경 개선 활동에 바칠 수 있을 만큼 넉넉한 경제를 세우고자 했다.
마흔 해 남짓한 세월 동안 우리는 늘 계획하고, 계획대로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한 덕택에 삶이 기본이 되는 필수품들을 자급자족했다.
시골에서 마흔 해 남짓 살면서 낡은 생각과 관습을 버리고 새로운 것으로 가다듬었다. 우리는 걸상에 기대앉아, ‘이 정도면 됐지.’ ‘이제 알건 다 알았잖아.’ ‘다 이룬 셈이야.’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오히려 생계 노동과 전문 활동과 시민 활동을 하면 할수록 뭔가 수박 겉핥기와 비슷하다는 느낌에 사로잡혔다. 겪고 배워야 할 것이 끝없이 쌓여 있었다.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모두 해 낼 시간과 기회를 가지려면 죽었다 다시 태어나고 또다시 태어나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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