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통신

박물관학

이춘아 2019. 8. 6. 19:31


미국통신14 - 박물관학 Museum Studies

December 19, 1999

 


텍사스 주에서 우리가 머물기로 한 곳은 텍사스의 달라스와 주 수도인 오스틴 중간 지점에 있는 웨이코(Waco)라는 인구 20만 여명의 작은 도시입니다. 그 곳에 남편이 공부했던 베일러 대학(Baylor University)의 게스트 하우스에서 45일동안 숙박할 예정이었습니다. 대학내 visitor center에서 숙박의 절차를 밟고 있는 동안 학교의 각종 팜플렛을 뒤적이다가 [Museum Studies]를 발견하였습니다. 이 대학의 박물관학과를 소개하고 있는 팜플렛이었습니다.

 

몇 달 전에 영국에서 박물관학을 전공하고 있는 한국유학생의 글을 읽으면서 요즘은 박물관학이라는 전공을 따로 두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만 막상 활자화된 팜플렛을 보니 그 실체가 좀더 분명하게 전달해지는 듯 했습니다.

 

영국에서의 박물관학은 무언지 그럴듯하지만 인구 20만 명의 작은 도시의 대학에서 박물관학은 왠지 그 무게가 덜어지는 듯 하였습니다. 하지만 학부 전공, 대학원 전공, 부전공제까지 두고 있는 베일러 대학의 박물관학과 설립은 분명 현실적 요구에 의해 탄생되었을 것이고, 이제 지역사회의 센터로서 museum은 소위 구경거리로서의 상품을 넘어선 문화의 실체로 기반을 다져나가는 것이기도 할 것이라 생각되었습니다.

 

달라스라는 대도시와 주 수도인 오스틴의 중간지점에 있는 웨이코라는 작은 도시가 자랑하는 관광명소들을 팜플렛은 '다양한 문화적 공동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곳들을 소개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Taylor Museum of Waco History, Historic Waco Foundation, The Armstrong Browning Library, Cameron Park Zoo, Dr Pepper Museum, The Art Center, Texas Ranger Museum, Texas Sports Hall of Fame, Earle-Harrison House, Lockwood Library and Museum, Gov. Bill and Vara Daniel Historic Villsge, Ollie Mae Moen Discovery Center, Strecker Museum>입니다. 이 중에는 요즘 한국에도 많이 수입되어 마시고 있는 닥터 페퍼박물관도 있습니다.

 

이들 박물관들을 돌아보면서 느낀 점은 텍사스와 웨이코라는 지역의 특징적인 이미지들을 정리하고 기념하는 동시에 역사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박물관은 과거를 나열해 놓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고 교육하는 기능까지 포함하고 있음을 좀더 분명하게 인식하게 된 것이 이번 여행에서 얻은 큰 수확이라고 하겠습니다.

 

텍사스를 떠나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알라바마 주를 거쳐 테네시주로 되돌아오는데 이틀 걸렸습니다. 되돌아갈 시간에 쫓겨 루이지애나와 미시시피는 횡단하면서 그 분위기만 느꼈습니다. 알라바마에서는 마틴 루터 킹 목사가 흑인들을 이끌고 인종차별에 항거하면서 행진했던 셀마에서 몽고메리까지의 길을 따라 갔습니다. 킹 목사가 목회를 했던 교회와 기념관을 찾아보았습니다만 추수감사절 휴관이어서 밖에서만 사진을 찍었습니다.

 

몽고메리 시청 옆 건물이 박물관같이 보여 가보니 그 곳은 알라바마 역사사료관이었는데 다행히 그곳만은 휴관하지 않았습니다. 입구에서 팜플렛을 쳐다보다가 문득 한글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너무나 반갑게도 한글 안내 팜플렛이었습니다. 한 장으로 평범하게 타이핑된 안내문. 더딘 영어로 읽다가 한글로된 안내문을 읽을 때의 그 속시원함이란.

옛 고을 같은 작은 도시인 몽고메리에서 어느 한국인이 번역해 주었을까. 궁금해지더군요. 유학생이었을까, 한국교민이었을까 등등.

 

이렇게 반갑고도 분명한 의미전달을 나도 그 누군가의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전해 주어야할 의무감이 재확인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지난 9월부터 도슨트 교육을 다녔던 네쉬빌 파르테논 박물관의 한국어 팜플렛 번역입니다. 파르테논 박물관을 방문한 한국인이 그곳에서 한국어 팜플렛을 보게될 때 얼마나 반갑겠습니까.

 

1211일에 도슨트 교육수료식을 성대히 치루었습니다. 수료식은 박물관의 한 장소(보물관이라고 하는 곳을 외부 관람객의 출입을 막아놓고)에서 치루었습니다. 수료증을 받는 7명의 도슨트들과 가족들, 그리고 선배 도슨트들이 함께 점심을 먹은 후, 간단한 강의에 이어 관장과 도슨트 회장의 축사를 받고 수료증을 받았습니다. 이날 강의의 내용은 2001년에 개관될 네쉬빌 아트센터의 관장이 센터의 조감도를 보여주면서 센터가 앞으로 하게될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었습니다.

 

최근 몇 달 제 머리속에는 museum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여행을 하면서 보아왔던 museum, 파르테논 박물관의 도슨트 교육, 그리고 비디오로 감탄하며 보았던 바티칸의 뮤지움과 건축물 시리즈 8편 등을 떠 올려 봅니다.

 

환경의 크나큰 변화를 예기하며 새 천년을 코 앞에 두고 있는 이 시점에서 나에게 왜 박물관인가하는 것입니다. 그 물음에 답을 바티칸 박물관 비디오 겉표지에서 찾았습니다. 그것은 예술과 역사, 그리고 신앙이 집결하고 있는 그 보고 속에서 인간정신의 위대한 여정을 발견하고자 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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