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통신13 - 냉천에서 온천으로
December 13, 1999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엘비스의 집을 구경한 후 텍사스 길에 다시 올랐습니다. 미시시피강을 넘어가면 알칸소주입니다. 클린턴 대통령을 배출한 주입니다. 미시시피강을 건너자마자 방문자센터를 찾았습니다만 다른 차에 밀려 그만 지나치고 말았습니다. 도로가 험하고 주변 환경이 거친 편입니다. 가난한 주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끝없는 지평선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지평선 보기 힘든 우리 나라사람들에게는 신기한 느낌을 줍니다.
오늘의 숙박은 Hot Springs입니다. 알칸소 주의 수도인 리틀 록에서 1시간 가량 떨어진 곳으로 미국에서 거의 유일한 온천지대로서 국립공원으로 지정받은 곳입니다. 온천에 몸을 푹 담가볼 요량으로 어둠 속에서 차를 몰아 도착했습니다. 숙박시설이 그렇게 집중적으로 몰려있는 곳은 처음 보았습니다. 한국의 유성온천 같은 곳이었습니다.
현재 제가 사는 지역이름이 Cool Springs 라고 합니다. 번역하여 냉천에서 온천지역으로 온 셈이지요. 한국의 지명 이름 가운데 ‘찬우물’이란 곳이 몇 군데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곳 역시 Cool Springs라는 이름이 여러 곳에서 눈에 띕니다. 시원한 우물을 자랑하는 지역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미국지도에서 지명을 보면 외국 특히 유럽지역의 이름을 도용한 곳이 많고 성경에 나오는 지역이름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지역의 특색을 딴 쿨스프링스 라든지 테네시같이 언덕이 많은 곳은 Spring Hills를 비롯하여 Hills라는 지명이 많습니다. Hot Springs라는 지명은 미국에서도 아마 유일한 이름이 아닌가 싶습니다.
호텔에서 하룻밤 묵으면서 어느 온천으로 갈지 궁리해보았습니다만 이 곳은 우리 같은 대중탕 형식도 아닐뿐 더러 잠깐 들어갔다 오는데 값이 너무 비싸 가족이 함께 간다는 것은 엄두를 못낼 정도였습니다. 더구나 에이즈에 걸려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경고문까지 있다고 하여 찝찝한 마음에 호텔의 욕조에 몸을 담구는 것으로 뜨끈뜨끈한 김이 오르는 온천에 대한 향수를 물리쳤습니다. 그래도 온천지대여서인지 물이 아주 매끄러웠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이 동네를 둘러보니 아주 깊은 산중에 자리하고 있는 관광단지였습니다. 목욕탕은 물리치료까지 곁들여 하는 곳이라 노인 관광객이 많은 곳입니다. 이 지역을 둘러볼 수 있는 산책로에는 마지막 가을의 낙엽으로 수북히 쌓여있었습니다. 그럴 때면 우리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설악산이 따로 있나”로 한국의 단풍구경 못간 것을 아쉬워하지요. 사실 한국에서도 가족과 함께 설악산에 단풍구경간 적은 없으면서.
시내 중심가에는 분수가 있어 예사로 보았는데 사람들이 병들을 가져와 물을 담아가고 있었습니다. 아마 이것이 온천물이지 싶어 마실려고 하는 순간 “앗! 뜨거” 뜨거운 온천물이었습니다. 김이 무럭무럭나는 온천물을 병에 담아가고 있었는데 물이 뜨거워 유리병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온천물이나마 실컷 마시고 가자 했으나 뜨거운 물을 마시면 얼마나 마시겠습니까. 그래서 병을 하나 사서 온천물을 담았습니다. 그 물을 가지고 다니다가 조금씩 마셨는데 나중에 차게 식혀서 먹어보니 시중에서 파는 생수와는 달리 아주 단맛이 나는 물이었습니다.
알칸소의 주 수입원이 이 온천관광 지역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숙박시설이 많고 나오다 보니 경관이 아주 좋은 호수까지 끼고 있는 산세가 아름다운 천혜의 관광지였습니다. 혹시 그곳에 다시 둘러볼 기회가 있다면 유리병을 여러개 가져가 온천물을 떠오고 싶습니다.
다시 텍사스를 향해 길을 떠났습니다. 텍사스와 알칸소의 경계지역의 도시이름은 텍사카나입니다. 텍사스와 알칸소의 주 이름을 섞었습니다. 그리고 텍사스주로 들어서자마자 정보센터로 갔지요. 그 텍사스 사이즈의 정보센터 말입니다(미국통신1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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