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책 이야기

경험이라는 비단조각

이춘아 2021. 1. 31. 07:13

줄리아 카메론, [아티스트 웨이](정영수 옮김), 청미출판사, 2020.


모닝 페이지는 그야말로 무슨 내용이든지 아침에 손으로 3쪽씩 글을 쓰는 것이다. 모닝 페이지는 우리가 정확하게 어디에 있는지 우리와 우주, 둘 모두에게 알려준다. 나는 종종 모닝 페이지를 활동적인 명상으로 생각한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모닝 페이지가 우리 인생 구석구석에 쌓여 있는 먼지를 떨어내는 아주 작은 솔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모닝 페이지는 영적인 라디오라고 설명한다. 우리가 분노, 두려움, 기쁨, 즐거움, 꿈, 희망에 대해 쓸 때, 우리가 진정 누구인지를 우주에 알리는 것이다. 자유롭게 글을 쓸 때, 전에는 알아차리지 못했을 수도 있는 인생의 선택 지점이 보이고 좀 더 자유로워진 우리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아티스트 데이트 중 하나는 어린이 서점에 들르는 것이다. 어쩌면 아티스트, 우리의 창조적 예술가는 내면에 있는 어린아이로 나타날 수도 있다. 어린이 서점은 내가 흥미를 느끼는주제를 대충 훑어볼 수 있을 만큼의 정보를 제공하며, 유희적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주제를 탐험하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등 즐겁게 놀 수 있게 해준다. 

아티스트 데이트의 핵심은 ‘당신’에게 신선하고 흥분되는 기분을 선사한다는 것이다. 아티스트 데이트의 첫 번째 성과 중 하나는 체력이 증진된다는 것이다. 놀이를 시작해보면, 의외로 쉽게 지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세상은 모험으로 가득 차 있고, 우리는 모험심이 가득한 영혼이다. 모험을 계획하면서 우리는 ‘능통함’보다는 ‘호기심’이라는 면에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산책은 가장 가치 있는 창조성 도구 중 하나이자 가장 단순한 도구이기도 하다. 운동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얼마나 중요한지는 깨닫지 못했다. 25년이 지난 지금, 나는 강의할 때마다 주 2회 산책을 과제로 제시한다. 나는 산책이  불안을 누르고, 창조성이 밖으로 표출되도록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줄리아, 저는 산책할 시간이 없어요.” 이따금 수강생들이 이의를 제기한다. 그들은 산책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가장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하던 수강생들이 산책을 가장 많이 지지하는 팬이 되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다. 한 수강생이 이렇게 설명한 적이 있다. “마치 우주에게 말을 걸면 우주가 산책을 통해 대답을 하는 것 같아요.”

산책은 감수성을 훈련하는 것이다. 우리는 걸으면서 창조성의 샘을 가득 채운다. 우리는 새로운 이미지에 주목하고 새로운 관계를 맺는다. 우리와 모든 생물들의 관계를 알아챈다. 아이가 놀면서 지르는 흥겨운 비명 소리에서부터 짹짹 지저귀며 찾아오는 새의 즐거운 노랫소리까지 우리는 인생의 멜로디에 많은 음을 함께 짜 넣는다. 산책은 경험이라는 비단 조각을 이어 조각보를 만든다. 그렇다. 걷는다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회고록은 삶 자체를 기반으로 하는 주간 활동이다. 당신의 인생을 여러 부분으로 나누는데, 경험에 비춰보면 당신 나이를 12로 나누어 매주 한 부분씩 다루는 것이 적당하다. 매주 제시한 ‘질문 목록’의 질문에 답변을 하다 보면 생생한 기억이 떠오를 것이며, 생각지 못한 치유와 명확함을 얻을 것이다. 걱정하지 말라, 당신이 하고 싶지 않다면 인생의 역작을 쓸필요는 없다. 저마다 회고록은 모두 다를 것이다. 예를 들어, 질문에 간단하게 답변하거나 일반적인 산문체로 떠오르는 기억을 적는 형식을 선택할 수도 있다. 가끔은 번갈아가며 시와 그림, 또는 노래 형식으로 답이 흘러나올 수도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당신은 다시 찾고 싶었던 꿈, 폐기하려고 마음먹은 아이디어, 치유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처를 발견할 것이며, 무엇보다도 당신이 살아온 인생의 가치를 깨닫게 될 것이다. 좀 더 깊이 파고들고 싶은 주제가 있을 것이다. 나는 수강생들로 하여금 그들 인생의 여러 시기를 모아 편집하고, 헤어진 연인들에 대해서 곡을 쓰고, 지금에서야 진가를 알게 된 영향을 준 이들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내고, 아는 사람들을 바탕으로 한 단편 소설 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에세이를 쓰게 했다. 

당신이 살아온 인생을 열린 마음으로 돌아보게 되면 당신의 인생도 열린 마음으로 당신을 돌아보게 될 것이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걱정하는 수강생들이 있었지만 이는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매주 첫번째 과제인 ‘회고록’에는 당신이 답해야 할 질문이 있다. 즐거움과 모험이 가득한 현재까지의 당신 인생을 조심스럽게 천천히 되돌아보도록 안내하는 이 과정을 통해 당신은 강력한 통찰을 얻게 될 것이다. 당신 자신과 당신 이야기 가운데 깊고 복잡하며 창조적인 많은 부분들을 되돌아보고 되살림으로써 당신은 남은 인생의 출발점이 될 명확함과 목적을 깨닫게 될 것이다. 

'문화 책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험이 시작되었다  (0) 2021.02.07
나의 삶과 예술이 하나로  (0) 2021.02.06
인생 제2막 설계  (0) 2021.01.30
고유한 특성이 가장 빛나는 시점  (0) 2021.01.24
이렇게 살고 싶겠네요  (0) 2021.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