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4.12 월 흐리다 비올 듯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어
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있어
봄은 색이다. 여기 저기서 새싹이 움트고 만물생동이 느껴지면서 곧 색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무채색의 산하에 색이 조금씩 여기저기서 발현되면서 마음을 설레게 하고 들뜨게 하고 감탄을 한다. 환한 벚꽃으로 절정에 다다른다. 벚꽃이 전국에 이렇게 많아지기 전에 우리의 봄은 복사꽃, 개나리, 진달래꽃이 봄의 절정이었다. 가로수 벚꽃은 이제 지고 산벚이 남아 봄을 보내주고 있다.
5월 입하 무렵 딸기밭에 갔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 딸기밭은 하우스 아닌 노지였다. 딸기를 먹으면서 여름을 맞이했던 것 같다. 딸기밭이 여름볕처럼 뜨겁다고 여겼다. 딸기를 키워보니 산골에서는 4월 하순부터 꽃이 피기 시작하여 5월 중순 이후 따먹을 수 있다. 하우스 딸기 출하시기가 점점 더 빨라지면서 딸기 먹는 계절의 감각이 사라지고 있다. 사서 먹는 딸기가 크고 맛있다하면서도 흡족함이 없다. 작년 사진을 보니 딸기를 한바가지 딴 날이 5월28일이었다.
금산에서 십여 년 지내면서 예전의 계절감각을 되돌리려고 하는 나를 본다. 이게 아닌데, 맞아 바로 이거야 하는 그런 거. 대부분의 시간을 도시에서 자랐지만 잠깐의 시골생활에서 각인된 계절감, 풍경들이 여전히 살아 내 마음 한곁에 불쑥불쑥 올라온다. 시골에서 온전히 자란 사람들은 오죽할까.
냥이가 뒤뚱뒤뚱 걸어가고 있다. 곧 출산을 앞두고 있는 것 같다. 작년에도 이맘때 낳아 두달 가까이 되어야 새끼를 우리 앞에 보여주었다. 그동안 예쁜 짓을 해왔던 새끼들이 일년도 못채우고 사라져버렸다. 한두마리씩 아파서 죽기도 했는데 얼마전 며칠간 집을 비운 사이에 무슨 습격이 있었는지 새끼들이 사라지고 어미들만 공포의 표정으로 슬슬 피해다녔다. 아주 착해보이는 암컷 냥이 배불러 있는데 숫컷이 자꾸 달려드니 화를 낸다. 수컷은 짐짐 태연한 척하다가 또 달려들곤 한다. 하지만 암컷은 맹렬히 거부한다. 보호본능을 건드리지 마라.
작년 이맘 때 사진을 보니 화단에 심었던 꽃들이 분명 있었는데 죽었는지 전혀 표시가 없다. 튤립은 매년 제자리에서 크게 번지지도 않으면서 올라온다. 색상이 강렬하니 또렷하다.수선화가 힘없이 넘어지면서 튤립이 올라온다. 작약도 올라온다. 목단은 어찌되었는지 미동도 없다. 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이 가듯 곳곳에서 올라오고 있는 꽃들에 마음이 가고 기다려진다. 작년의 기억은 남루하다. 사진마저 없다면 나는 다시 그림을 그려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