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숲밭

'남쪽으로 가면 귀인을 만날 것이다’

이춘아 2021. 5. 25. 13:07



문득 ‘귀인’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나에게는 ‘귀인’이 많다고 했다. 그 때는 무심코 들었는데 오늘 그 ‘귀인’의 존재가 느껴졌다. 도움을 당연히 받아들였는데 그게 아니었다. 돌이켜보니 도와주었던 귀인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이 있다. 

나에게 도움을 주었던 분들을 떠올린다. 도움을 감사하게 생각하긴 했지만 도움준 분을 ‘귀인’이라는 존재로 인식한 적이 없다. 도와주어 고맙다가 아닌 내가 만난 귀인의 도움을 받은 것이다. 

'남쪽으로 가면 귀인을 만날 것이다’ 많이 듣는 구절이다. 

청도 명상프로그램에서 만난 벤 선생님들은 귀인이었다.  벤 선생님으로부터 내가 “설겆이를 아주 체계적으로 잘 하더라” 라는 칭찬을 받고 어리둥절했다. 설겆이를 좋아하지 않을 뿐더러 너무 천천히 한다고 동서로부터 설겆이 몫을 빼앗기기까지 않았던가. 그런데 물도 튀지 않게 아주 잘하더라는 것은 당황스러운 칭찬이었다. 설겆이할 때 물을 절약하면서 그릇 종류별로 분류하여 비누를 굳이 칠하지 않아도 될 것과 나누어 하였는데, 벤 선생님들은 칭찬하였던 것이다. 세재 거품 북적북적 않는 설겆이가 칭찬받는 곳. 바로 나의 코드가 맞는 곳이었을 뿐이었는데 칭찬을 받은 것이다. 

벤 선생님을 만날 수 있도록 명상프로그램을 만들어주신 분은 오랜 시간을 나의 귀인으로 있어왔다. 가족들은 물론이고 친구들, 동무들 모두 나의 귀인이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칭찬의 사건(?)이 있은 이후 나는 설겆이를 싫어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요모조모 따지며 궁리하며 일하는 것도 알게 되면서 설겆이 뿐아니라 여러가지 일들이 재미있어졌다. 며칠 전 영과 함께 토마토 오이 지지대를 만들고 삼각형 대에 그물망 설치도 잘했다. 매년 토마토 지지대가 잘 되질 않았다. 올해 설치한 지지대도 사실 높이로 따지면 좀더 올라가야 하는데 내 역량은 그 정도였다. 올해의 경험으로 내년에는 더 튼튼한 지지대를 만들게 될 것이다. 

오늘 아침 잠깨어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벌떡 일어났다. 벌레 물려 부은 다리에 찧은 쑥을 붙이고 자다가 요 시트가 얼룩이 들었다. 잘 빠지지 않을바에야 시트 전체를 쑥물로 염색을 해버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시트와 옷가지 등을 비눗물에 담구어 놓고 고추지지대에 줄을 대는 작업을 하고 염색할 쑥을 베어올 참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시트 얼룩을 비누로 싹싹 비비니 어느 정도 쑥물이 빠지긴 해서 염색은 안해도 될것 같았다. 오늘은 모처럼 해가 나서 장독 뚜껑도 열어 놓고 빨래를 널고 하였다.

시트가 다 말라 요에 시침질 하려고 보니 쑥얼룩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쑥염색은 다음 기회로 미루었다. 세탁된 시트에 누우니 기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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