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책 이야기

안전한 세상 만들기

이춘아 2021. 7. 24. 21:53

크리스티안 노스럽,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강현주 옮김), 한문화멀티미디어, 2016.


우리 자신을 위해서 바깥세상을 안전하게 만들려면, 먼저 우리 몸부터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거울을 보면서 유방의 크기 때문에 자책한다면 산책을 하더라도 자신을 위한 산책이 아니다. 우리 역시 우리 스스로에게 안전하지 못한 사람이다. 자신의 몸을 경멸하고 자책한다면 이 세상 누가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려고 하겠는가. 설사 누군가 지켜주려고 할지라도, 경멸과 자책을 버리지 않는 한 우리는 여전히 자신의 몸을 위협하는 테러리스트로 남게 될 것이다. 

우리만이 우리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다. 그것은 다른 사람이 우리를 위해 무언가 해줄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므로 한편으로는 다행이기도 하다. 한 친구가 딸에게 “백마를 탄 기사가 오지 않는다면?” 이라고 쓰인 티셔츠를 사 주었다. 나는 진실로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우리는 여성은 다른 사람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배웠다. 그러나 이제 우리 스스로 자신을 보살펴야 한다. 보스턴 여성재단에서 발행하는 팜플렛 표지에는 “우리가 기다렸던 사람은 바로 우리다”라고 쓰여있다. 그런 문구를 읽을 때면 내면으로부터 강한 에너지가 솟구치지 않는가? 이제 우리는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우리 자신을 구원해야 한다.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억압해왔던 감정과 상처, 그리고 희망과 꿈을 펼치면서 우리의 내면부터 변화시킬 때 외부의 조건까지 변화하게 된다. 우리 몸의 세포 속에 각인된 자책감, 자괴감, 자기혐오의 감정을 내면에서부터 치유하려는 의지를 품고,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동참해야 한다.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그리고 잠시 조용히 기다려라. 당장 당신이 해야 할 것이 없을 수도 있다. 당신의 몸을 치유해준다는 ‘절대적인 방법’에 쉽게 현혹되지 말라. 마찬가지로 삶의 문제에 있어서도 당신만의 길을 찾아야 한다. 에머슨Emerson은 영웅주의의 본질은 자신감이라고 했지만 자신감은 영웅주의 이상의 것이다. 자신감은 세포가 전해주는 치유의 목소리와 직관력을 믿게 해주는 바탕이다. 당신이 받았던 상처에 관계없이 당신과 당신의 몸을 존중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이 책에서 사례로 언급되었던 여성들은 모두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치유 중에 있는 여성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나의 영웅이다. 

치유는 지극히 개인적인 과정이다. 치유를 위해서는 무장해제가 필요하다. 즉 당신에게 무엇인가를 전하려는 몸과의 소모적인 전쟁을 포기해야 한다. 알코올 중독증에 빠졌던 열 다섯 살의 환자는 그러한 과정을 이렇게 요약했다. “매일 아침 저는 기도했어요. 무슨 일이든 제가 해야 하는 일이라면 기꺼이 할 수 있게 해달라구요. 제가 순종할 수 있게 해달라고요. 그때까지 저는 그렇게 살지 못했거든요. 다시는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았어요.”

언젠가는 당신의 꿈대로 살겠다고 다짐하라. 그러한 다짐은 당신의 가족과 이웃과 지구를 치유하기 위해서 필요한 과정이다. 이제 낮잠을 즐기고, 자녀를 껴안아주고, 당신의 얼굴에 비치는 따사로운 햇살을 느끼고, 좋은 음식을 천천히 음미하고, 치유와 충만한 삶을 위한 다음 단계가 이미 준비되어 있다는 것을 내면으로 느껴보라. 새로운 세상이 당신을 통해서 태어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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