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8.3 화
벌에 집중 공격받은 건 내나고 처음이다. 낫들고 풀을 베다 벌집을 건드린 모양이다. 다리에 따끔한 통증이 몇군데 스쳐지나갔다. 순간 이게 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괴성을 지르며 낫으로 휘두르며 집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식초를 발라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얼른 식초를 물린 부위에 부었다. 3군데가 부풀어 올랐다. 벌침도 치료제라는데 라고 안심시키면서도 나의 피부는 벌침에도 크게 반응한다.
약국에가니 알레르기 약과 가려울때 수시로 바르라고 연고를 주었다. 저녁밥을 먹고나자 몸살이 든 것처럼 전신이 피곤하다. 몸이 놀랐나보다. 한밤중에 수도를 세게 틀어놓은듯 직수로 비가 꽂히는것 같다. 창문을 닫아야한다는 생각은 들지만 몸을 일으킬수 없다.
새벽 밝은 기운도 없는데 일찍 잔 탓에 눈은 떠졌다. 일어나 몸풀기를 한다. 몸 전체가 부어있고 벌침 맞은 곳은 화끈거린다. 그냥 누어 있고싶지만 몸풀기를 한시간 가량했다.
오늘 비는 오후시간으로 배치되어 있다. 모처럼 천변 산책을 떠올렸다. 반석천 상류에 커피집이 있다. 그곳을 목표로 걸었다. 휴가철이라 그런지 반석천 걷는 이들도 평소보다 줄었다.
'산책' 이라는 단어. 호사스런 단어였는데 선진국 국민답게 산책을 즐기고 있다. 걷기 좋은 산책길도 많아졌고 한가롭게 산책을 즐길 수 있는 나이가 되기도 했다.
오늘은 매미 소리가 줄었다. 지난주는 매미가 남은 생을 쏟아내듯 악을 쓰며 울었다. 매미 소리는 여름의 상징이자 여름 끝자락을 붙들고 있는 소리다. 여름방학이 내게 없어진지 오래되었건만 나는 여전히 한여름이면 방학을 떠올린다.
여름방학 시기이면 떠오르는 단상들. 여름에 한번 정도는 광안리나 해운대로 가족들과 갔다. 아버지가 우리와 유일하게 놀아준 것이 바다속 물놀이다. 주로 파도타기였다. 하여 나는 실제로 수영은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학교에서는 '해양훈련' 이라는 명목으로 단체로 일년에 한번은 바다에 갔다. 해수욕 하고 온 날이면 등짝을 비롯해서 온 몸이 화끈거려 자다가 깨곤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화상입은 등에 물집이 잡히고 이내 허물벗듯 껍질이 벗겨진다. 벌에 놀라고나니 내 몸이 해수욕하고 온 날과 비슷했다고 알려주나보다. 벌침에 쏘인 부위가 화끈거리고 가렵다.
여름방학 언젠가 혼자 공중 목욕탕 찬물에서 놀다오니 동네가 조용했다. 동네사람들이 해수욕 갔다고 했다. 나를 두고 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언니는 너를 찾았는데 없어서 그냥들 갔다는것. 그때 나는 어쩌자고 집에 알리지도 않고 혼자 목욕탕에 갔을까. 나를 못찾았으니 할 수 없었겠지만 육십여년이 지나서도 여전히 여름 기억의 한조각이 되고 있으니 엄청 분했었나보다.
산책하다 커피집 야외에 앉아 핸드폰으로 글도 입력한다. 낭만의 극치이다. 이런 시간이 있다는것 만으로도 감격해야한다. 이러한 장면을 내가 연출해보리라 꿈도 꾸지 않고 살았다. 이전의 시간들은 그냥 바쁘게 지나갔다. 부모님에게도 산책은 없었다. 그냥 일보러 가기위해 걸었을 뿐이지 할랑한 산책이란 단어는 없었다.
산책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를 갖게 된 것은 꿈꾸던 버킷 리스트 중 하나이다. 그 시간이 주어진지 오래되었지만 오늘 새삼 '산책' 이라는 단어에 감격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