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8.23 월
날 흐리더니 비. 이삿짐 정리하다보니 호청 빨려고 벗겨놓은 요가 있었다. 발가벗겨진 것같아 얼른 거실바닥 청소하고 요를 꿰매기 시작. 호청은 찾았으나 바닥면 천을 무얼로 했었는지 생각나지 않았다.
번쩍 떠오른 건, 커튼처럼 가림막으로 사용했던 천. 마침 빨아두었던 걸 찾아 조금 구겨져있으나 그 천을 대고 시침질을 했다. 완성.
여러 이야기가 혼재된 솜 요이다. 결혼할 때 좋은 목화솜으로 만든 이불 한 채 선물받았다. 아파트로 이사가면서 두꺼운 솜이불 한채를 여러채로 나누었다. 솜보다 가벼운 오리털 거위털 양털이 유행하면서 어느 사이 솜이불은 이불장 아래칸에서 묵혀지냈다. 몇해전부터 다시 솜이불을 사용하니 적당한 무게감과 포근함이 있어 털이불들이 아래칸으로 밀려갔다.
2010년 인도여행을 처음했다. 인상적인 장면은 여성들이 몸에 두른 사리였다. 불편할것 같은데 몸에 잘도 붙어 있었다. 사리 천의 종류는 다양했다. 귀부인 같은 여인이 입은 풀멕인듯한 사리가 참으로 우아했다.
그 다음 해 단체여행 아닌 개인여행으로 가게되었을 때, 사리 천을 파는 집에서 내 마음에 드는 디자인으로 3개 샀다. 하나는 선물로 주고 두개 중 하나를 잘라 커튼으로 사용한 것을 요 천으로 사용했다. 사리 천이 커튼 천으로 이제 요 천으로 변신한 것이다.
요를 감싸는 호청은 21년전 친구가 목면을 재봉질하여 커튼으로 사용하라고 준 것이다. 한동안 커튼으로 사용되었다. 커피로 물들인 호청은 다른 이불 호청으로 사용하고 있다.
20~30년이상 묵은 짐들을 정리하면서 물건에 담겨있는 스토리들을 떠올리고 있다. 그동안 사용하고 있는 필기구꽂이를 씻어 엎어놓으니 딱지가 붙어있다. 1987년 11월20일 직장 청사건립준공 기념품이었다. 34년전 그 준공식 때 직원들과 시시덕거리며 떡과 고기와 막걸리 먹던 장면이 어제 일처럼 떠올랐다.
이삿짐 정리 시간이 좀 더 있었으면 물건과의 대화와 이별이 길었을 터인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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