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숲밭

사람은 말을 하며 산다

이춘아 2021. 9. 7. 18:54


2021.9.7 화요일

사람은 말을 하며 산다

# 1. 새로 선출된 이장이 인사차 우리 마을에 왔다. 마을청소 때만 마을사람들이 모이기에 이 날이 좋았다. 십여 년 넘게 이장은 추대 형식으로 해왔었다. 그것이 마을의 화합을 이루는 것이라고 여겨왔었다. 그러다 현재 이장이 3년 임기 두번을 하면서 독재를 하였다. 마을사람들은 반기를 들었고 현재 이장 포함 3명이 입후보하면서 선거를 하게 되었다. 선거날 3일 전 마을 유지들이 모여 후보단일화를 요청하였으나 무산되었고 토요일에 선거를 하였다. 새로 선출된 이장은 앞으로는 매사에 공정을 기하겠다고 말하였다. 우리 마을은 선출된 이장을 밀었던 분위기라 협조는 잘 될 것 같았다. 지난 주, 후보단일화를 위한 모임에 나도 참석하였다.마을주차장 공터에 빙 둘러 앉아 이야기를 하였다. 80 어르신들이 돌아가며 말씀하셨다. 화합하기 위한 자리였으나 비난조였다. 티비가 아닌 실제로 설왕설래의 자리였다. 단일화는 물건너 갔다. 그 자리에서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공정하게 선거를 잘하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 2. 두 해 만에 상주의 ‘느린세상 요리공방’에 갔었다. 말이 고픈 사람들처럼 쌓였던 이야기들을 하였다. 요리공방을 개관하고 몇 달 후 코로나로 공방을 운영하지 못해 한동안 우왕좌왕 하다가 어차피 이렇게 된 것, 그동안 미루어두었던 음식을 만들어보기로 하였다고 한다. 2년 전 요리공방 개관 때 내놓은 쌀요거트가 인상적이었는데 이제는 쌀요거트를 만들 수 있는 ‘쌀누룩’을 상품화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쌀누룩을 만들기 위해 쌀 몇가마니가 실험용으로 사용되었다고 했다. 쌀누룩으로 만든 쌀요거트로 양배추 물김치를 담았는데 그 물김치를 먹어보니 과연 눈을 반짝이게 하는 맛이었다. 양배추 물김치가 이렇게 맛있을 수 있다니!!  봄철에 캐두었던 쑥으로 쑥개떡용 떡쌀을 냉동고에서 꺼내어 송편 찌듯이 솔잎을 사이사이에 넣어 쪄서 주시는데 맛이 일품이었다. 코로나 기간 동안 이제까지 미진했던 부분들을 더 완성시켰고 상품화할 수 있었다 했다. 숙성의 기간이었다. 이런 말도 하셨다. ‘반려 미생물’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셨다. 그 전날 다른 곳에서 들었던 ‘프로바이오틱스’가 생각났다. 그동안 '발효와 술'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느꼈던 ‘미생물’의 작용에 대한 강력한 입력이 되살아났다. 

# 3. 경북 함창의 [나의, 카페 버스정류장] 작가를 만났다. 몇 해 전 그곳에서 샀던 책인데 읽다가 꽂아두었다가 얼마전 발견했다. 책이 작아 끼어있었다. 그 책을 블로그에 소개했다. 그곳에 가보고 싶어하는 지인과 함께 갔다. 책의 저자를 만난다는 것. 인터넷에서 보던 글과 공간의 주인장을 만났다는 것은 또다른 현실들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작가님과 이야기 꽃을 피웠고, 연극을 하시는 분이라 올해 1월 본인이 창작한 대본으로 일인극을 카페에서 올렸다고 했다. 유튜브에 올린 것을 보았다. 요즘 배웠던 키네마스터 앱으로 제작한 것임을 눈치챘다. 우리는 핸드폰으로 일인극 유튜브를 삼십분 동안 집중해서 보았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이렇게 작은 화면으로 삼십분간 코를 박고 본다는 것. 생소하지만 너무 익숙한 느낌이어서 이상할 정도였다. 글도 말도 연극도 잘하시는 분이었다. 만난지 얼마되지 않아 오래된 지기 같았다. 비대면의 시대에 새삼스럽게 사람은 대면과 말로 살아가는 존재이구나 절감했다. 

# 4. 함께 갔던 지인과 그동안 문자로 주고 받던 것에서 벗어나 말을 하고보니 문자에서 벗어난 언어기호가 얼마나 많았던지 실감하였다. 우리들의 이야기는 끊어지지 않았다. 그 친구도 이사하였고, 나도 이사 비슷한 걸 하고 있고. 다양한 정보도 오고갔다. 아, 사람들은 말을 하며 사는구나. 마스크를 끼고라도 말은 해야하는구나. 전화로 이야기하는 것을 거의 하지 않고 전화로 수다 떠는 사람을 비웃는 편이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동안 ‘침묵’하는 것도 알게 되었고 침묵과 비대면의 장점을 되새기고 있기도 했다. ‘말’ ‘대화’ ‘이야기’ 등의 언어기호가 갖는 인류가 축적해 왔던 말의 의미를 찬찬히 새겨보아야겠다. 

# 5. 이틀 동안 동네 사람, 이웃 동네 사람들을 대면하였다. 그 사이 비대면의 줌 강의도 들었다. 비대면도 필요에 따라 적절하게 사용하면 유익하다고 여기고 있었다. 대면하기 위해 소요되는 시간과 교통 거리 등을 감안하면 비대면의 효율성도 좋았다. 이틀 동안 마스크는 썼지만 ‘대면’에 직면하면서 또다른 벽이 떨어져나가고 있음을 느낀다. 4단계에서 3단계로 들어간 금요일 저녁 식당에 갔더니 이미 불콰한 얼굴의 사람들이 큰 소리로 떠들고 있었다. 눈쌀을 찌뿌릴 장면이었지만 반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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