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숲밭

오늘은 어디가 안좋으세요?

이춘아 2021. 12. 15. 21:59

2021.12.15 수요일

오늘은 어디가 안좋으세요?

10월 중순 경, 허리가 시큰 하더니 예사롭지 않았다. 정형외과로 가던 중 오래 전 발지압을 받았던 곳이 생각나 예약도 하지 않고 찾아갔다. 예약되지는 않았으나 오래 전 다녔던 정으로 원장님이 지압받게 해주었다. 허리가 시큰 하기 전 의자 위에서 엉덩방아 찧었던 후유증이 걱정되어 정형외과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었으나 약간의 타박상이고, 다행히 뼈에 금이 간 부분은 없었다. 안심하고 지압을 계속 받았다. 지압료가 비싼 편이었으나 몸이 아플 때는 비용이 얼마가 들더라도 하는 입장이 된다. 열번을 받고 더 이상 다니지 않아도 될 상황이었으나 나를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은 정기적으로 다니기로 했다.

지압사와 첫 대화가 “오늘은 어디가 안 좋으세요?”로 시작한다. 그러면 나는 그동안 통증이 있었던 것들을 기억해놓았다가 미주알 고주알 말한다. 평소에는 어디가 아프다 하고는 계속되지 않으면 잊어버리게 된다. 의자 위에서 내려오면서 엉덩방아 찧었을 때도 꼬리뼈 다치지 않은 것만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가 시간이 경과되면서 허리에 무리가 갔던 것이다. 오래 끌지 않는 통증은 기억되지 않고 무심하게 흘러가지만 그것이 스며들어있다가 어디론가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남들보다 좀 더 튀어나온 꼬리뼈로 인해 엉덩이 살이 빠지면서 똑바로 누워있으면 발뒤꿈치가 저리는 현상이 계속된다. 그것도 기억했다가 말하곤 한다. 왜그리 여기 저기 아픈데가 많았는지 놀라고 있다. “꼬막을 먹은게 잘못되었는지 설사하고 토하고 했어요. 그 이후 계속 매슥거리고 위가 좋지 않은 것 같아요.” 라는 답변도 준비된다. 그러면 지압사는 위와 관련된 부위를 집중하여 눌러주곤 한다.

아침에 단배공을 하는 시간은 몸도 움직이지만 명상의 시간도 된다. 그러다 “오늘은 어디가 안 좋으세요?” 라는 말이 떠오르면서 그 말이 얼마나 위로가 되는 말인지 생각했다. 가족들에게도 내가 어디가 안좋다, 그런 말도 잘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어디가 안좋다 하면, “병원에 가 봐” 라는 말을 듣는데 당연한 응답이긴 하지만 병원에 가봤자 증상에 대한 처방이 약과 주사로 끝나지 실제로 위안이나 위로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어려서 배가 아프면 배를 문질러 주면 왠만한 건 나았다. 오랫동안 그런 위로를 받은 적이 없다. 지압받으러 가면 어디가 안좋은지 물어주고 만져준다. 이런 위로가 어디에 있을까 싶다. 일주일에 한 번 지압 받으러 가는 날, 나는 어디가 아픈지 생각했다가 말하고 위로를 받는다. 참 좋은 관계이다. 우리에게는 말로 해주는 위로와 직접 만져주는 위로가 반드시 어떤 통로로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엄살부리지 않을 것’을 생활수칙처럼 여기고 있었는데 엄살도 떨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보험 들어놓은게 거의 없는데, 지압 받으러 가는 날이 매주 보험 받는 날이다. 이름하여 위로보험이고 엄살보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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