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숲밭

도전이라니...

이춘아 2021. 12. 28. 13:18

2021.12.27 월

도전이라니..

크리스마스 지나고나니 연말연시 맞이 분위기로 가고 있다. 

“어제 자기 전에 쌀요거트 만들 때 찹쌀 대신 쌀로 해보았는데, 단맛도 좋고, 말 안하면 구분이 안가겠어요.” 라고 문자를 보냈다. 

“이번 주 해넘이 맞이로 요거트 도전” 이라고 답문이 왔다. 

‘도전이라니?!’

음식 만드는 걸 쉽게 말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당황스러웠다. 이제 내가 당황스럽다. 그걸 도전이라니…

쌀누룩 있으니 자기 전에 밥해서 레시피대로 물 붓고 저어주고 천으로 덮어놓고 자면 되는데. 얼마나 쉬운건데, 라고 생각한다. 다음 날 아침이면 맛있는 쌀요거트가 짜잔할건데. 

몇달 전 '느린세상'에서 쌀누룩을 구입하여 머뭇거리며  한동안 냉동실에 보관하고 있다가, 나도  ‘도전했다.’ 그 맛을 알게 된 이후, 쌀누룩 만들기 수업에 참가하여 이제 쌀누룩을 집에서 만들어 나누어 줄 수 있게 되었다. 이번 김장할 때도 쌀누룩으로 만든 쌀요거트를  넣었다. 찹쌀풀을 대신하고 설탕을 넣지 않았다. 작년과는 또 다른 발효의 맛을 느끼고 있다. 김치가 충분히 익은 것은 아닌데, 완전 익은 냄새를 풍긴다. 김치 냄새가 강해졌다고나 할까. 

무엇이든 여러 번 해본 것은 자신감이 붙고 어렵게 느껴지질 않는다. 명절에 시댁에 가면 동서들이 일을 잘했다. 내가 보기에 쉽게 일했다. 나는 하기 전에 벌써 힘이 들어가 있다. 나로서는 명절 때 하는 음식들은 부담감부터 갖고 있었다. 동서들은 척척 해냈다. 일이 손에 붙어 있는 사람들이었다. 나는 늘 신참주부였다. 

쌀누룩을 만들면서 자신감이 붙었다. 집에와서 세 번은 해보아야 감이 잡힌다고 했는데, 한번도 실패하지 않고 만들고 나니 흐뭇했다. 쌀누룩으로 누룩간장도 해보고, 누룩소금도 해본다. 맛이 별로 없는 된장이나 고추장에도  쌀누룩으로 버무려 놓으면 맛있게 익는다고 하는데, 그것은 아직 해보지 않았다. 누룩소금의 효능은 충분히 알고 있어서 ‘느린세상’에서 이미 여러번 사먹고 있었다. 

내년에 보리고추장 담그기는 보리누룩을 만들어 도전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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