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숲밭

배워서 써 먹는다

이춘아 2021. 12. 14. 15:13

배워서 써 먹는다
2021.12.14


‘배워서 써 먹는다’ 라는 말을 참 많이 들었는데, 막상 써 먹을 수 있었던 것은 더하기 빼기 곱하기 등이다. 최근 까지도 잘 사용하고 있다. 올해 배워서 잘 써 먹는 것은 유튜브 강좌였다. 어디 다녀오면 사진들을 여러장 올리곤 하는데, 동영상으로 편집하면 여러 개의 사진이 2~3분 내로 정리가 된다. 사진들을 많이 찍지만 사장되는 것들이 많다. 그동안 다녀온 여행 사진들을 이렇게 정리하면 좋겠다고 생각은 하고는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진짜 써 먹을 수 있는 교육은 음식강좌였다. 올해 발효와 관련된 술 강좌와 누룩 강좌 두 개를 들었다. 배워서 ‘써’ 먹을 수 있는 것들이었다. 교육의 효과에 대해 많은 자료를 보기도 하고 듣기도 했다. 교육심리학과 관련한 여러가지 강좌를 들었다. 그 때만해도 "내가 아이만 낳아봐라 배운 거 다 써 먹을 수 있을꺼다." 심지어는 제대로 천재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막상 뒤늦게 아이를 낳고 보니 배운 것과 현실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몇 달 만에 포기했던 것 같다. 교육심리학을 포기하고 교육사회학이 그럴듯 해보였다. 교육심리 같은 미시적인 것인 아니라 사회구조를 파악하고 거시적으로 교육을 보는 관점에 혹했다.

그동안 이것 저것, 이리 저리 헤매면서 무수한 배움들이 때로는 나의 인성으로 축적되었거나, 나의 스펙으로 저장되어 그것이 써 먹을 수 있는 것으로 변환되었던 것을 부인할 수 없지만 최근 들어 ‘먹을 수 있는’ ‘써 먹을 수 있는’ 교육에 관심이 많아졌다. 그걸 실용이라하기도 하고 좀더 거창하게 실학이라고도 하였다. 젊어서는 실용적인데 관심이 없었다. 나이들어서는 좀 더 실용적인 것에 관심을 갖게 된다. ‘단배공’을 3개월 배워서 15년 넘게 써 먹고 있다. 김미숙씨에게 고사리 멤버들이 블로그를 배워서 그 또한 잘 사용하고 있다. 고사리들이 책읽기를 하다가 책 소개 블로그도 하게 되었고, ‘낭독의 발견’이라는 유튜브도 하게 되었다.

‘쌀누룩’ 강좌를 듣고는 집에서 반복 연습을 하고 있다.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만들 수 있다. 내가 그걸 계속 하고 있는 것이 대견하다. 이전의 나 같지가 않다. 왜 그럴까 생각해본다. 쌀누룩 강좌를 제안한 분을 이제 십년을 알고 지내는 사이가 되었고, 그 분이 만들어주는 음식을 십년을 먹고 보니 그 분에 대한 신뢰가 바탕되었고, 나도 저렇게 음식을 만들어 봤으면 하는 소망이 깔려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잘 얻어먹는 사람으로서였지 따라 해보려는 의지는 박약했다고 할 수 있다. 교육의 효과는 신뢰와 의지가 바탕되지 않으면 배워도 ‘도루묵’이다.

영화 [자산어보]를 보았다. 좋은 학문으로서 ‘성리학’이 오랜 세월 퇴색되고 굳어지면 나라를 변화시킬 대안으로 ‘실학’의 흐름이 있었지만 나라는 망하는 길로 가고 있었다. 그 와중에 유배를 간 정약전은 실제 사람들이 먹고 사는 것들을 정리하여 기록으로 남긴다. 그의 인생은 영화롭지 않았으나, 결과적으로 역사에 [자산어보]라는 책으로 이름을 남겼다.

김훈의 [흑산]을 찾아 다시 읽는다. 소리내어 읽는다. 번역투가 아닌 우리 글이어서인지 입에 딱 붙는 단어와 느낌이다. 어제 하도 많이 읽어서인지 오늘 목이 좀 아프다. 소리내어 읽는 낭송은 눈팅과는 다르다. 앞으로도 계속 써 먹을 수 있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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