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책 이야기

각 시대를 살아간 여성들의 시대적 고민

이춘아 2021. 12. 31. 23:52

(사)역사여성미래, [문화유산으로 본 한국여성인물사] (역사여성미래 총서 2), 2021. 

각 시대를 살아간 여성들의 시대적 고민


문화유산(cultural heritage)이란 인간이 만들어 공유하고 전달하는 총체적인 생활양식으로서 후대에 계승될 만한 가치를 지닌 물질적, 정신적 산물을 포함한다. 구체적으로는 형태가 있는 유형의 유물과 유적, 예술 작품 뿐 아니라 무형의 과학, 기술, 종교, 철학, 사상, 윤리와 생활 관습도 포함된다. 이 책은 한국 역사 속 여성들에 대한 기록을 비롯하여 여성이 직접 만들었고, 여성이 관여하여 이루어진 것과 여성을 기념하는 문화유산들을 통해서 각 시대를 살아간 여성들의 생애와 시대적 고민과 이룩한 성과들을 ‘여성주의 시각’으로 살펴본 것이다. 

이 책은 15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소개한 여성 인물은 15인 넘는다. 고대는 웅녀 1인이고, 삼국과 통일산라시대는 지소태후, 선화공주 사택왕후 선덕여왕 등 4인, 고려시대는 염경애, 원덕태후 등 2인, 조선시대는 소혜왕후, 설씨 부인, 남평 조씨, 화순옹주, 이사주당 등 5인, 대한제국기는 여권 통문 관련 여성이 1인 이상, 일제 강점기는 서대문형무소 여성 독립운동가들, 그리고 현대의 나혜석, 최은희 등 여러 여성인물이 있다. 이 역사적 여성 인물들은 모두 자신이 속한 시대를 주체적으로 살았고, 시대가 필요로 하는 역할을 하였다. 

1장 ‘웅녀, 농경문화를 받아들이다’에서는 국보 제306호로 지정된 [삼국유사]의 고조선 조에 기록된 웅녀를 통해서 웅녀가 가졌던 시대적 고민과 그녀가 이루어 낸 성과와 한국사속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2장 ‘울주 천전리 암각화에서 지소태후 찾기’에서는 국보 제147호로 지정된 울주 천전리의 암각화 명문을 통해서 신라 진흥왕의 어머니인 지소태후가 불교의 토착화와 대중화를 어떻게 이루어갔는지 그 과정을 살펴보았고, 지소태후의 섭정 기간 중에 이룩한 정치적 업적과 그 역사적 의미를 찾아보았다. 3장 ‘백제 미륵사지 탑의 비밀, 백제 무왕의 왕비는 누구인가’에서는 보물 제1991호로 지정된 미륵사지의 사리 봉안기를 통해서 무왕의 두 왕비인 선화공주와 사택왕후의 역할과 의미를 거시적으로 살펴보았다. 4장 ‘삼국통일의 주춧돌을 놓은 선덕여왕’에서는 국보 제322-1호로 지정된 [삼국사기]의 기록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고 국보와 보물이 많은 통도사를 통해 선덕여왕이 이루어 낸 정치적, 문화적 업적을 살펴보고 그 역사적 의미를 부여해 주었다. 

5장 ‘묘지명이 들려주는 고려 부인 염경애의 결혼 이야기’에서는, 고려 중기 귀족 여성인 염경애의 묘지명에 나타난 고려시대 남녀의 역할과 친족구조, 혼인과 상속, 제사 풍속 등을 당대의 목소리로 생생하게 들려주었다. 6장 ‘강화 곤릉에 묻힌 고려 원덕태후’에서는 내우외환의 어려운 시기를 살았던 왕실 여성의 생애를 사적 제371호로 지정된 곤릉을 통해서 알려주었다. 

7장 ‘여성이 쓴 최초의 여성 교훈서 [내훈]의 저자 소혜왕후 한씨’에서는, 여성이 쓴 여성을 위한 교양서를 통해 조선시대 왕실 여성이 지향하였던 이상적인 여성상을 제시하였다. 8장 ‘조선 최초의 여성 서화가 설씨 부인’에서는, 조선시대 초기의 여류문장가이고 서예가이며 화가인 설씨 부인이 직접 쓰고 그린 보물 제728호 [권선문첩]을 통해서 조선 초기 여성의 품격 높은 학식과 예술의 깊이를 알려주었다. 9장 ‘남평 조씨, 조선 17세기 전형적인 양반부인’에서는 양반 부인이 적접 한글로 쓴 [병자일기(1636년 12월~1640년 8월)]를 통해서 조선시대 여성의 가정생활을 생생하게 들려주었다. 10장 ‘열녀가 된 왕의 딸, 화순옹주와 홍문’에서는, 충남 예산의 용궁리에 있는 충청남도 시도 유형문화재 제45호인 홍문(열녀문)을 통해 영조의 둘째 딸 화순옹주가 왕실의 유일한 열녀로 살았던 삶을 다루었다. 11장 ‘태교와 산전 관리 집대성, [태교신기]의 저자 이사주당’에서는, 여성의 경험을 토대로 여성이 직접 썼고 세계사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는 [태교신기]의 내용과 역사적 의미를 면밀히 분석하였다. 

12장 ‘한국 최초의 여성 인권선언 여권통문의 발자취를 찾아서’에서는, 한국 최초의 근대적 여성 인권선언인 ‘여권 통문’ 내용의 의미와 ‘찬양회’의 여성단체 조직을 통해 선구적인 여성운동가들이 있었음을 알려주었다. 또 이들이 활동한 장소에 설치한 표지석을 소개하였다. 

13장 ‘서대문형무소 여감8호에서 찾은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투쟁’에서는, 사적 제324호인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된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자발적이고 주체적이며 적극적인 여성의식, 민족의식, 국가의식을 지니고 있었음을 밝혀주었다. 14장 ‘신여성의 아이콘, 여성 선각자 나혜석’에서는, 여류 문인이자 여류 화가인 나혜석이 주체적인 여성의식과 민족의식을 지니며 3.1운동으로 옥고를 치루었고, 여성해방을 위해 시대를 비판한 그들을 썼음을 그가 남긴 글과 그림과 최근에 그녀를 기념해 설치한 거리 등을 통해 알려주었다. 15장 ‘여성이야기를 하는 여기자, 최은희’에서는, 한국 최초의 민간 신문 여기자인 최은희가 주체적인 여성의식을 가지고 활동한 내용과 이루어낸 성과들을 그가 직접 쓴 여러 저술서와 유품 등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