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책 이야기

자유의 진상

이춘아 2022. 4. 22. 23:44

마스다 무네아키, [지적자본론](이정환 옮김), 민음사, 2015.

마스다 무네아키 ᆢ 1983년에 '츠타야서점 하라카타점'을 열었다. 2013년부터는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의 콘셉트를 공공시설에 대담하게 도입한 사가 현 다케오 시의 시립도서관 운영을 맡게 됐는데, 개관 13개월 만에 방문객 1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커다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자유의 진상

이 책의 제목을 [지적자본론]이라고 정한 이상, ‘자유’를 언급하지 않고는 글을 진행할 수 없다. 앞의 대화에서 히와타시 시장을 통해 [자본론]을 쓴 마르크스에게도 자유는 중요한 개념이었다는 사실을 배웠으니까. 

‘자유’는 사실 냉엄하다. 그것은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 둔다’라는 의미가 아니다. 단순한 방종과 자유는 결정적으로 다른 위치에 존재한다. 

독일의 철학자 칸트도, 자유는 의무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칸트는 우선, 인간과 동물을 구분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했고, 이성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동물은 본능에 지배를 당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눈앞에 바나나가 있으면 무조건 먹으려 한다. ‘먹지 않는다’라는 선택의 여지는 처음부터 존재하기 않는다. 즉, 자유롭지 않다. 하지만 인간은 이성을 갖추면서 본능으로부터 자유로워졌기 때문에 바나나가 눈앞에 있어도 ‘먹지 않을 ‘ 수 있다. 그리고 그 바나나를 정물화의 모티프로 삼기도 한다. 선택의 여지가 발생하는 것이다. 

본능이나 욕구에 현혹되지 않고 이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즉 무엇이 ‘의무’인지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다. 그런 깨달음을 따르는 것이 자유다. 자신이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행위는 당연하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자유가 냉엄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그런 의미에서다. 하지만 자신의 꿈에 다가가려면 자유로워져야 할 필요가 있다. 아니, 반드시 자유로워져야 한다. 나는 경험을 통해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어쨌든 기획을 세우려면 자유로워져야 한다. 관리받는 편안함에 젖어 있어서는 안 된다. 

(지방과 도시의 미래 가능성에 관해.)

마스다: “지방과 도시는 기본적으로 현재와 같을 것입니다. 사람은 바뀌지 않겠지요. 단, 직감적으로 지방이 현재 상태로 있으면 위험하지요. 당연한 말이지만 인구 감소라는 사실이 그런 예감의 바탕에 존재합니다. 결국, 미래 세계를 움직이는 것은 클라우드cloud의 원리입니다. 정보를 얼마나 병렬로 처리할 수 있는가, 하는 능력이 지역 간 경쟁에서 승패를 가를 것입니다. 그리고 지역의 입장에서 보면 사람의 두뇌가 연산 장치가 되겠지요. 이 장치가 줄어들 때 그것들을 적절하게 연결시키지 않으면 지역 전체의 동력은 떨어지고, 언젠가 소멸되어 버립니다. 히와타시 씨는 그 접속을 이루어 냈습니다. 다케오 시립도서관은 두뇌의 연산 장치를 연결해 주는 장소로 기능하고 있지요. 인구 5만 명의 도시에서 13개월 만에 방문객 100만 명을 끌어모았다는 수치가 그 사실을 잘 증명해 주고 있습니다.”

히와타시: “단, 그런 내용을 말로만 설명하면 시민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공간이 필요하지요. 편하게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갖춰지면 사람들은 그곳에 모이고, 그런 결집이 구동력이 되어 창조성을 만들어 내니까요.”

마스다 “그렇습니다. 사실은 ‘편하다’라는 단순한 감각이 매우 중요합니다. 인터넷을 통해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사회에서 물리적인 장소에 사람을 모으려면 인터넷상에는 절대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의식적으로 도입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바람이나 빛, 그리고 그것들이 만들어 내는 ‘편안함’이지요.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을 찾은 방문객 중 편안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히와타시: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을 포함하는 ‘다이칸야마 T-SITE’를 보면 교통의 사찰 닌나지仁和寺와 비슷한 인상이 느껴집니다. 본당까지의 어프로치 같은 것 말입니다.”

마스다: “확실히  ‘다이칸야마 T-SITE’의 중심지는 산도(절이나 신사에 참배하기 위해 마련한 길, 옮긴이)라고 말할 수 있지요. 그 산도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여기에서의 본당은 문화에 해당하겠지요. 사람이 영혼을 담아 만든 책, 영화, 음악, 그것들이 갖춰져 있습니다. 올림픽 등의 행사로 수많은 외국이들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에 자랑스럽게 이 나라의 문화를 소개할 수 있는 장소, 공항이나 역 같은 일본의 현관에 해당하는 장소를 기획해 보고 싶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 가슴이 설렙니다.”

히와타시: “그 전에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 선입관과의 싸움이지요. 도서관은 이렇다, 거리는 이렇다, 하는 선입관과의 싸움 말입니다.”

마스다: “그렇습니다. 컵 속의 벼룩 이야기와 같습니다. 컵에 뚜겅을 덮으면 벼룩은 뛰어오르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이 중요합니다. 개인의 잠재적 가능성을 저해하는 교육은 장차 절대로 통하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그것이 통용된다면 기업도 딱딱한 틀에서 벗어날 수 없지요. 따라서 기획 역시 탄생할 수 없습니다. 이노베이션innovation이 일어나기 어렵고, 기획 능력이 부족한 기업들로 이뤄진 도시는 세계적 슼일의 도시 간 경쟁에서도 탈락하고 말 것입니다. 그런 이유에서 다케오 시가 도입한 교육개혁은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히와타시 씨는 늘 앞서 가시는 분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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