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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식, [산천독법], 한길사, 2015.
(128~ 130쪽)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남으로 맥을 뻗어 낭림산 금강산 설악산 오대산을 거쳐 태백산에 이른 뒤 다시 남서쪽으로 소백산 속리산 덕유산을 거쳐 지리산에 이르는 한국 산의 큰 줄기를 망라한 산맥이다. 두만강 압록강 한강 낙동강 등 한반도 수계의 발원처이기도 하다.
백두대간은 국토 산맥의 등줄기로 겨레정신의 지주다. 한반도 생태의 주축일 뿐만 아니라 문화역사경관의 큰 줄기다. 지역생활권을 가름하는 문화지역 경계의 구조선이다. 지리적으로 국토 산계의 중심축으로 함경도 평안도 강원도 경상도 충청도 전라도에 걸쳐 있다.
백두대간은 겨레의 산에 대한 유 무형의 문화와 신앙, 역사를 총체적으로 담고 있는 그릇이다. 한반도의 인문적 상징이자 지형의 기초를 이루는 거대 산줄기다. 백두대간이라는 인식에는 사람과 자연의 일체를 지향하는 산맥관이 반영되어 있어, 전통적 지리관에 뿌리를 둔 산맥 개념의 한국적 표상을 이룬다.
백두대간이라는 개념은 고려와 조선시대에 걸친 전통적 산맥 인식의 결과다. 국토의 산지를 유기체로 생각하는 관점도 바탕에 깔려 있다. [산경표]에 의하면, 조선의 산맥은 1개 대간, 1개 정간, 13개 정맥의 체계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산경 개념은 [대동여지도]에서 더욱 발전되어 잘 표현되었다. 김정호는 선의 굵기 차이로 산줄기의 위계를 표시했다. 대간을 제일 굵게 그렸고, 정맥 지맥 기타 골짜기를 이루는 작은 산줄기를 차례대로 구분했다.
백두대간처럼 살아 있는 나무에 비유하여 큰 줄기와 작은 가지를 나누어 국토 전체를 유기체로 보는 시각은 풍수의 관점이다. 중국 풍수서에도 곤륜산에서 세 줄기의 대간이 소개되며, 그 북쪽 가지가 백두산에 이른다. 한반도에서 지기의 발원처는 백두산이며, 백두대간을 타고 내린 지기가 정맥을 타고 나뉘고, 각 정맥에 맥을 댄 지맥들에 의해 생활현장인 마을과 도시로 전달된다고 인식되었다.
백두대간 보호 관리의 역사적 기원은 조선 세조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양 도성의 주요 산과 산줄기의 보전에 대한 인식이 체계화되고 광역화되어서, 백두산에서 삼각산에 이르는 산맥을 계통적으로 관리하고 보호하려 하였다.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1463년(세조9년) 함길도 장백산의 근원에서부터 삼각산 보현봉 - 백악에 이르는 산맥의 구역에 대해 돌 캐는 일 등의 산지 훼손을 금하도록 한 적이 있다. 오늘날의 백두대간의 한북정맥에 이르는 산줄기에 해당한다. 한양 도성에 이르는 산지 지맥의 온전한 보전은 왕실의 번영을 보장하는 것으로 믿었고, 이에 따라 백두대간 산줄기를 관리하려 한 것이다.
역사적 자연유산으로서 백두대간이 지닌 자원 가치는 모두 공감하는 바이다. 체계적으로 백두대간을 보전하기 위하여 마련한 법제적인 기초가 ‘백두대간 보호에 관한 법률’이다. 백두대간의 보호구역을 핵심지역과 완충지역으로 구분해 지정했으며, 총 지정면적은 27만3,427ha로서 전 국토면적의 2.6%, 산림지역의 4%에 이른다. 자연생태계 보전지역,산림유전자원 보호림, 조수보호구, 천연기념물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백두대간을 합리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지역지정과 관리방식에 대한 철학과 원칙이 우선적으로 세워져야 한다. 자원항목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관리주체를 설정하여 효율적으로 실행할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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