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수, [퍼머컬처로 귀향을 디자인하다], 도서출판 비공, 2024.
(43~52쪽)
퍼머컬처permaculture는 영구적permanent 이라는 말과 농업agriculture의 합성어인데 지속 가능한 생산과 생활을 지탱하는 기반과 환경을 만들기 위한 디자인 체계이다. 하지만 단순한 기술이나 방법을 넘어 지속가능한 농업과 토지이용에 대한 윤리가 뒷받침되지 않는 문명은 유지될 수 없다는 철학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퍼머컬처는 새로운 분야의 학문이 아니며, 따라서 새로운 이론을 가지고 있지 않다. 기존의 학문, 예를 들면 토양학, 재배학, 식물학, 동물학에서부터 시작하여 조경, 건축, 심지어 사회학, 심리학, 경제학의 이론과 원리를 적용하여 작게는 지속 가능한 농장, 지속 가능한 마을, 크게는 지속 가능한 지역을 계획, 설계하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제공한다.
퍼머컬처의 첫 번째 키워드는 관계이다. 집을 잘 계획하는 사람은 건축가이고 농사를 잘 짓는 사람은 농부이다. 퍼머컬처가 집을 만드는 방법과 농사짓는 방법을 제시하지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건축과 농사 그 자체보다는 집과 농사와의 관계이다. 집과 밭을 잘 연결하면 더 쉽고 경제적이고 생태적인 집짓기와 지속 가능한 농사를 가능하게 만든다. 지붕으로 떨어지는 빗물은 건축가에게는 버려야 할 물이어서 우수관과 연결할 것이고 농부는 물이 필요해 전기 펌프를 가동해 지하수를 텃밭에 공급할 것이다. 그런데 집과 텃밭을 연결하면 지붕으로 떨어지는 빗물은 텃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소중한 물로 변신한다.
퍼머컬처의 두 번째 키워드는 ‘실제적’이라는 것이다. 퍼머컬처는 아파트의 작은 베란다에서부터 상업적인 농장까지, 거대한 도시부터 야생초지까지 지속 가능성을 만드는 실제적인 것에 관심이 있다. 토양학에 의하면 퇴비를 만드는 적절한 습도는 50~65%이지만 이 숫자는 시험을 볼 때 필요하기는 해도 실제 퇴비를 만들 때 아무런 소용이 없다. 퍼머컬처는 퇴비 더미를 손바닥에 놓고 살짝 주먹을 쥐었을 때 물이 한두 방울 떨어지면 적당하다고 알려준다. 그렇게 퍼머컬처는 전문적 지식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들도 많은 것을 ‘실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정리했다. 이 실제적인 것은 토양, 에너지, 물, 식량과 같이 우리 삶을 지탱해주는 물리적인 것뿐 아니라 경영과 재정, 이웃과의 관계, 지역사회의 서비스 등의 비물리적인 것까지 포함한다.
퍼머컬처는 사람살림에서 이웃살림으로, 이웃살림에서 지구살림으로 확장하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이 가치관은 퍼머컬처를 실행하면서 무언가를 선택해야 할 때 의사결정을 하는 길잡이가 될 수 있다. 즉 내가 하는 일, 내가 만드는 것이 나를 비롯한 사람을 살리고 이웃을 살리고 지구를 살리는 것인지 점검해야 하며 더 나아가 이 세가지를 동시에 충족하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즉 ‘나의 행동이 지구를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며, 서로 공동체적으로 나누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
사람살림 : 건강과 행복, 좋은 먹을 거리로 영양 섭취, 올바른 살림과 의미 있는 일, 적절한 교육, 개방된 공동체의 존재,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 신뢰와 존중
이웃살림: 다양한 모임과 조직, 자원과 부의 분배, 불필요한 소비의 감소, 신뢰와 존중, 수요와 필요에 대한 공동체적 대응, 나눔과 배려, 다양한 협동조합의 구성, 사회적 관계의 다양성
지구살림: 깨끗한 공기와 물, 산림과 서식지의 복원과 보전, 생물 다양성의 증진, 토양의 회복과 보전, 폐기물의 재활용, 공해의 감소, 에너지 보전, 이를 증진하기 위한 적절한 기술
안전한 먹거리: 스스로 생산한 먹거리로 자급, 나머닞는 로컬푸드 활용, 복합적 문화의 산물로서 다양한 먹거리 문제에 접근,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건강한 토양과 지속적 공급이 가능한 토종 종자의 사용, 환경과 건강을 해치는 화학제품 사용을 줄이는 유기농산물의 섭취, 독립적이고 생태적인 농장을 후원하는 방식으로 먹거리를 해결, 단순히 맛있는 것이 아니라 영양의 균형을 회복하는 먹거리 장려
토양개선: 작물, 먹거리, 사람을 연결해주는 기반인 토양자원을 건강하게 관리, 퇴비 녹비 뿌리덮개 자연비료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토양의 유기성을 함양, 땅의 쇠락을 피하기 위한 경작법과 토지이용 방법, 토양을 오염시켜 자원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만드는 행위의 금지, 쇠락한 땅은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복원
쓰레기 관리: 쓰레기는 버리는 것이 아니라 자원이라는 인식과 실천, 생활양식 소비유형을 폐기물이 덜 배출되는 방식으로 전환, 재활용을 통한 배출량 감소를 통해 환경오염도 감소, 자연의 자정능력으로 분해될 수 있는 재료의 사용, 자연에너지와 지역자원을 활용하여 폐기물을 감소
깨끗한 물: 깨끗한 물은 건강한 토양, 안전한 농산물, 건강한 생활의 기본 요소, 물의 이용과정을 물의 순환과정에 순응, 빗물은 지구 곳곳을 돌아다니고 내 땅에 떨어진 소중한 물이라는 인식, 빗물은 모아서 쓰고 쓴 물을 정화하여 다시 재이용, 꼭 버려야 한다면 통양에 흘려 토양 속에서 정화하고 지하수를 함양하여 다른 사람이 이용할 수 이ㄸ로고 배려
주거와 주거지: 건물을 계획하고 조성할 때 에너지 효율을 고려, 태양을 최대한 활용, 재생가능한 에너지와 재료를 사용, 건물을 해체하더라도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재료의 사용, 해로운 화학약물이 실내공기를 오염하지 않는 재료의 사용, 지역 생물군집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거주지를 설계
지속가능한 지역 살림: 지역 외부에 대한 의존을 줄이기 위한 자급 자립을 계획하고 실천, 수용와 필요에 맞는 적절한 공급체계 마련, 주민이 직접 사업을 기획하고 참여, 경제적 크기보다는 가치를 증진, 공정한 거래가 이루어지는 거래 방식 선택, 환경 문화 공동체에 대한 영항을 최소화
적절한 개발: 자연적이고 인간적인 규모와 속도에 맞도록 적절한 기술 활용, 지역의 자연환경에서 풍부하게 존재하는 것을 활용, 지역에서 생산되며 유지 가능한 것을 사용, 지역의 사람 기술 지식에 기초, 개발의 과정과 결과가 지역으로 순환하는 방법의 채택
야생지의 보존: 우리 생활과 직접 관련이 없는 모든 생명체를 보호, 안정적인 생태계의 회복과 유지, 자연을 세밀하게 관찰하며 배우기, 파편화를 막기 위한 생태계의 상호연결성 유지, 야생지 보호를 위한 제한된 개발과 적절한 토지 이용
지역공동체와 지역문화의 강화: 끝까지 듣고 가능한 한 받아들이는 겸허한 자세로 이웃과 일하기, 이웃 자연과 함께 일하며 인간 자연과의 관계 강화, 기술과 지식을 나누어 새로운 사람과 자생력을 키움, 여성 아이 연장자 장애인과 일마혀 새로운 가치 발견, 경제적 이익이 아니라 문화적 가치도 함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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