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여행기③ 종교문화의 용광로
2010년 7월23일
이춘아 한밭문화마당 대표
무슨 과목이었는지 생각나지 않지만 ‘문화’라는 개념을 서술하라는데 왜 그리 외어지지 않던지. 시험답안에 써야했던 것이 타일러(Tyler)의 문화 정의. 브리태니커 사전에 의하면 다음과 같다. <문화는 지식, 신앙, 예술, 도덕, 법률, 관습 등 인간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획득한 능력 또는 습관의 총체이다.> 지금 보아도 역시 어렵다. 인도 여행을 하면서 고전적 문화 정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2003년 실크로드 답사를 다녀올 때만 해도 우리나라 역사문화의 원류를 찾아가는 느낌이랄까, 문화의 이동 경로를 확인하는 것이었다면, 동남아시아와 인도에서 받은 느낌은 인도에서 만들어진 불교가 북쪽으로 가면서 대승불교를 만들어내고 남쪽으로 가면서 소승불교를 만들어내는데 그로 인한 문화유적의 형태는 엄청나게 달라진다는 것. 그 차이가 바로 문화였다는 것. 당대의 환경에 의한 차이가 빚어내는 ‘문화유산’은 그래서 빛을 발한다. 동남아시아라고 해서 모두 소승불교는 아니지만 대승불교가 전해진 곳도 우리 식의 대승불교 양식보다는 소승불교와 비슷하게 여겨졌다.
실크로드 답사 무렵 ‘문화는 흐른다’는 표현에 공감했었다. 지금와서 내가 달라진 점이라면 문화는 흐르지만 흘러가는 지점마다 색다른 형태를 만들어내는데 그것이야말로 그 지역의 특수한 문화유산이라는 것을 좀 더 분명하게 인지한 것이다. 우리나라만해도 불교 공인시기가 크게 다르지 않았음에도 삼국의 불교형태가 서로 다른 것처럼.
인도는 종교문화의 용광로인듯 하다. 역사적 시간 흐름속에서 다양한 형태의 종교를 배태시켜 밖으로 배출시켰다. 현재 인도의 종교분포 중 불교는 0.6%. 믿을 수 없는 수치이다. 불교의 탄생지에서 흘러와 대승불교의 종착점에 가까운 우리나라는 지금도 불교인구가 25%이다.
인도네시아의 문화유적들을 보면서 꼭 인도에 가보고 싶었다. 종교문화의 수출국으로 인도는 어떤 문화유산을 갖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인도의 땅넓이에 비해 아주 적은 관광지역을 보고 온 셈인데 간 곳마다 남아있는 문화유산으로서 건축물은 이슬람유적과 힌두교 사원이었다. 종교 분포 중 이슬람교는 10.8%, 그리고 힌두교가 82%이다. 인도차이나, 인도네시아 등의 단어들이 인도를 모체에 두고 있는 만큼 오늘날의 동남아시아 라고 불리는 지역은 인도의 강력한 영향권에 있었다.
인도와 관련한 책들을 도서관에서 빌려와 훝어 보아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인도여행을 다녀온 후 우리 집에 장식처럼 꽂혀있던 [종교 - 지도로 본 세계 종교의 역사 Atlas of the World's Religions]가 갑자기 떠올랐다. 내가 궁금해 하던 것이 속시원히 지도로 표시되어있었다. 그리고 관련 글도 마음에 들었다. 전문가가 쓰면 이렇게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구나 감탄했다. 그럼에도 여러 번 읽어야했다. 내가 보았던 것을 떠올리며 맞춰보기에는 다녀온 곳이 지리적으로 너무 한정된 곳이었고 머문 날짜도 오가는 시간 빼고 7일밖에 되지 않았다. 인도를 이해하기에는 너무 짧은 여행이었다. 내가 보고 온 북부지역 아리아인 계통의 사람들이 잘 생겼다고 했더니, 남부의 드라비다계통의 사람들을 보지 못해서 그런 소리한다고 했다. 남부를 다녀온 분의 사진을 보니 과연 내가 본 사람들과 많이 달랐다.
[종교 - 지도로 본 세계 종교의 역사]를 읽으면서 정리한 것은 오늘날을 노마드의 시대라고 하는데, 유목민처럼 이동하며 일을 처리하는 시대라는 것으로 그렇게 표현한 것 같다. BC 1000년경 유목민이자 철기문화를 가진 아리아인이 인도북서부를 통해 유입되는데, 유목민은 희생제의 전통을 갖고 있었다. 아리아인들이 들어오기 이전부터 힌두교적 신앙과 관습을 가진 이들은 BC 1500년경에 이미 고대경전이 [베다]를 만들어 희생제에 대한 신비주의적 성찰을 하였다고 한다.
희생제는 인간과 신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상호호혜의 교환의식이다. 구약성서에도 아브라함이 희생제의 제물로 양을 준비했다가 아들을 바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당시 유목민들의 희생제는 사람도 예외는 아니었다고 한다. 인도의 아리아인들이 유목생활에서 농업중심으로 정착하면서 제물로 소를 선호하였다고 한다. 오늘날 인도의 복잡한 거리를 어슬렁거리며 먹이를 찾아다니는 소들을 방목하는 인도는 희생제의 전통이 오래전에 사라졌음을 보여준다.
청동기와 철기의 보급은 무기를 넘어 농업기구로 발전되어 잉여식량이 축적되면서 계급사회가 출현하고 인도 북부와 중부를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되고 소국가가 발달되면서 BC600~400년경 새로운 종교적 관습으로 영적 깨달음을 위해 세속의 삶을 포기하는 출가주의가 출현한다. 이때 싯다르타에 의해 불교가, 마하비라에 의해 자이나교가. 마칼리 고살라에 의해 아지비카교가 출현했다고 한다.
개인적 자아가 새로운 관심사로 부상하면서 자아를 중시하는 철학이 탄생한 것은 계급사회의 특징인 개인의 사적 소유가 발전하는 과정과 일치한다고 [종교]의 저자는 서술하고 있다. 이때 윤회는 새롭고 중요한 교리였다. 개인의 영혼은 자신이 행한 업(業, 카르마)에 따라 지상이나 천상에서 다른 존재로 태어나는데 이러한 탄생의 순환은 영원히 계속된다. 전생은 고통의 조건, 인간의 업보였다. 그 반대 개념은 전생으로부터 자유를 의미하는 해탈(解脫, 나르바나)의 경지였다.
갠지스강에 죽은 자의 시체를 태워 재를 뿌리면 윤회가 끝난다고 믿는 전통과 관습은 오늘날 인도를 인도답게 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설명을 듣고서야 그것이 몇 천년의 전통이자 관습이자 종교였음을 알게 되었다.
이쯤해서 내가 내린 결론은 채식을 하고 살생하지 않고 윤회를 믿으며 윤회의 고리를 끊기 위해 (우리가 보는) 모든 희생을 감수하는 비폭력의 정신과 육식을 하고 희생제물을 어떤 형태로든 찾아 내고야마는 폭력적 유목민간의 대립은 이 지구가 종말을 맞이해서야 끝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
17세기 무굴제국의 5대황제였던 사 자한의 아내를 기리고자 지은 무덤인 타즈 마할. 당시 이란출신의
천재적 건축가인 우스타드 이샤가 맡아, 자신의 건축적 영감을 실현하기 위해 이탈리아, 프랑스, 터키,
중국에서 장인을 불러들였다고 한다.
야무나 강가의 아그라 성에서 본 타즈 마할. 16세기 악바르 황제가 지은 아그라 성. 17세기 타즈 마할을 지은 사 자한은 아그라성에 유폐되어 말년을 보냈다고 한다. 멀리 아내의 무덤인 타즈 마할을 지켜보며 사 자한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
카주라호의 힌두교 서부사원.
힌두교사원의 벽 조각품. 부조라고 하기엔 입체적이다. 18세미만 관람불가
델리의 자마 마스지드 입구. 17세기 건축광이었던 사 자한 황제의 최후 걸작품으로 인도의 이슬람 사원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고 한다.
인도 남부 뱅갈로르의 한 교회당. 이슬람식 둥근 돔 형태로 교회당을 지었다.
뱅갈로르 교회당의 내부 디자인. 각종 종교적 상징을 건축화하였다. 종교문화의 용광로가 유일신의
기독교교회건축에도 반영되었다.
인도 남부 뱅갈로르 인근의 자인교 사원의 나신상. 발가벗고 서있는 모습이다. 자인교
사원에는 남성의 나신상이 늘 있다.
인도 남부의 힌두 사원의 벽건축. 북부의 힌두사원 모습과는 다르다. 라마교의 형태. 이러한 모습이 태국 등 인도차이나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자유롭게 길거리를 다니고 있는 소의 모습이 이상하더니 몇번 보니 사람이나 가축이나 꼭같은 동물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보지 않으면 이상해서 살 수없다. 복잡한 거리를 어슬렁거리며 먹이를 찾아다니는 소들을 방목하는 인도는 희생제의 전통이 오래전에 사라졌음을 보여준다.
갠지스강에서 요가자세로 앉아있는 사람. 이 강에 시체를 태운 재를 뿌리면 윤회가 멈춘다는 믿음은 힌두교의 뿌리깊은 종교의식이었다. 개인의 영혼은 자신이 행한 업(業, 카르마)에 따라 지상이나 천상에서 다른 존재로 태어나는데 이러한 탄생의 순환은 영원히 계속된다. 전생은 고통의 조건, 인간의 업보였다. 그 반대 개념은 전생으로부터 자유를 의미하는 해탈(解脫, 나르바나)의 경지였다.
델리 간디기념박물관에서. 간디의 비폭력 정신도 힌두교의 중요한 사상적 뿌리를 두고 있음을 알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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