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여행기① 내 느낌을 갖기 위해 떠난다
2010년 7월 5일
이춘아 한밭문화마당 대표
여행가서 내가 찍은 사진은 구도도 좋지 않고 색깔도 그리 좋지 않지만, 그 사진에는 당시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당시의 분위기라 함은 바로 그 순간 느낌의 총합이다. 함께 간 사람들이 누구였는지, 혼자였는지, 습도, 온도, 냄새 등 모든 것을 포함한다. 내가 찍은 사진에는 아! 라는 바로 그때의 감탄사가 있다. 그 느낌과 감탄사를 갖기 위해 우리는 여행을 떠난다, 라고 지금 생각했다.
6월에서 7월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8박9일의 인도여행 사진에는 이제껏 내가 느껴보지 못했던 더위, 건조함, 먼지, 혼잡, 그리고 사람과 동물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영역이 뒤섞여 있다. 자유여행이긴 했지만 함께 이동했던 팀들이 있었기에 많은 위안을 받았지만 아마 혼자 다니는 인도여행이었다면 그 느낌은 더 강했을 것이다.
바라나시의 갠지즈 강 일출. 이른 아침부터 갠지즈 강은 목욕, 빨래, 요가, 화장하는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한다.
갠지즈 강에 몸을 담그고 기도하는 사람. 갠지즈 강에서 화장하여 재를 뿌리면 윤회가 끝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런 믿음이 있기에 사람과 동물의 시체가 둥둥 떠다니는 것을 보고도 갠지즈 장에 몸을 담글수
있었던 것이다.
‘인도’라는 단어에는 다소 겉멋이 포함되어 있다. 그 겉멋에 속아(?) 언젠가는 한번쯤 가보아야 하는 여행지로 설정되는데 이번 여행에 참가한 사람들 많은 수가 환상을 정리하는 경험을 하였다. 학교에서 배웠던 문명의 발상지였던 인도, 다양한 종교 형태, 섬세하고도 우아한 건축물, 화려한 의상과 장신구들 그 하나하나의 역사성과 문화유적에 대한 감탄을 경험하고자 했던 우리를 가로막은 것은 개발도상국을 자랑스럽게 넘은 우리의 가치를 무시해버리듯 길바닥에 누워있는 사람들이었다.
선진된 것들을 따라 잡기 기울였던 우리들의 노력이 무위로 돌아가는 순간, 그 노력을 무가치한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사람들 앞에서 분노를 느꼈고, 이 나라 엘리트 관료들에 대한 분노, 어찌할 수 없는 더위, 그 더위에는 짧은 여행기간 동안 더 많이 보아야하는데 낮 시간의 더위를 피해 있을 곳을 찾는데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는데 대한 분노가 더위를 자극하고 있었다.
개발도상국 시기를 살아왔던 나로서는 길거리에 침을 뱉거나 쓰레기를 버리거나 껌을 버리면 벌금 또는 감옥에 간다는 싱가포르를 모델로 삼아왔는데 이곳 인도는 그 모델을 뒤집어 놓으면 되었다. 그런 곳에 우리는 자동차를 팔아 릭샤와 자동차, 오토바이로 뒤범벅이 된 도로 속에 자랑스러운 우리나라 현대자동차들이 누비고 다니고 있었다. 이제는 우리가 경멸할 수 있는 혼잡함과 더러움을 자동차로 바꿔치기한 결과 우리는 그만큼 깨끗해지고 정돈되고 부티를 자랑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일본을 보면 부러움과 시샘이 있는데 그 양만큼 일본은 동남아시아에 자동차를 팔았다 라고 정리해본다.
전쟁나면 내가 가장 두려워할 상황은 씻지 못할까봐 이다. 그래서 샤워할 때 이 기쁨을 누리지 못하게 될 전쟁을 증오하기도 했다. 한국전쟁 당시 어린아이 기저귀를 씻을 곳은 커녕 말릴 곳조차 없어 엄마의 가슴에 품어 그 열로 말리느라 찌린내가 진동해서 사람들의 눈총을 샀다는 글을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도시와 도시 사이를 이동하는 역 풍경은 노숙자라고 불리는 형태의 삶이 역 바닥을 대부분 차지하고 있고, 사람뿐 아니라 개도 그 누구의 눈치도 살피지 않고 퍼져 누워 있는가 하면 심지어 소까지 역구내를 어슬렁거리는 풍경. 그 풍경을 보고 젊은 친구는 전쟁체험하려고 이곳에 온 것 아닌지 되묻는다. 그렇구나 평소 두려워했던 증오의 대상이었던 전쟁 상황이 이곳에는 늘 이렇게 오랫동안 아무렇지도 않게 있어왔구나, 라고 여길 수밖에 없었다.
뉴델리역 구내에 태연히 앉아있는 개
전남 강진 백련사의 개. 뉴델리 역의 개를 보면서 개팔자를 생각했다.
출국하기 위해 델리 공항에서 기내에 갖고 들어가는 개인소지품에 태그를 붙이지 않았다고 되돌아가 가져와 붙이라하지 않나, 비행기 타기 직전 검사에서 태그에 도장이 찍히지 않았다고 돌려보내기를 하질 않나, 별 쓸데없는데서 까다롭게 구는 거만하고 무표정한 공항관리들에게 그동안 뽀골 뽀골 올라왔던 분노가 터졌다. 야 이것들아 다른 것도 좀 그렇게 해봐라.
뉴델리 역앞 메인 바자르 모습. 도로와 건물을 재정비하기 위해 공사중에도 장사와
여행객들로 혼잡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델리의 간디기념박물관에 걸려있는 사진. 간디 사후 60여년이 흘렀지만 길바닥을
메우고 있는 불가촉천민에 대한 해결책은 멀게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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