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통신

TV에 내가 ...

이춘아 2019. 8. 8. 12:23


미국통신29 - TV에 내가 ...

May 1, 2000

이춘아

 

 

429일 토요일날 교회행사가 있어 교회에 갔더니 하는 말들이 오늘 아침 TV뉴스에 제가 나왔더랍니다. 한국에서 몇십년을 살아도 TV에 한 장면 비치지 않고 살았건만 잠깐 살면서 미국TV에 까지 비치게 된 이유는 제가 살고 있는 테네시주 내쉬빌에서 한국교민이 경찰의 총에 맞아 살해된 사건에서부터 비롯됩니다.

 

한국신문에도 기사화되어 알고 계신 분도 있겠지만 이를 더 자세하게 전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421일 부활전 이틀전인 금요일 저녁 730분경 한국교민이 운영하는 beauty salon에 무장강도 2명이 들어와 위협하고 돈을 강탈하여 갔는데 이를 뒤쫓으며 총을 쏘던 교민을 향하여, 공교롭게도 그 부근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오던 경찰2명이 이를 발견하고는 총을 쏘아 그 자리에서 살해한 것입니다.

 

처음 이렇게 사건의 경위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의문은 인종간 선입견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 상가 지역은 흑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동네로 당연히 무장강도는 흑인일텐데 경찰이 왜 먼저 아시아인인 황인에게 총을 겨누었을까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무장강도는 백인이었고 십대의 남녀였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정리가 되지요. 백인 경찰이 으당 황인에게 총을 겨누었으리라고.

 

바로 몇 달전 인종차별과 관련한 모임에 참석하면서 나의 몸에 인처럼 박혀있는 선입견에 대해 반성하기도 했건만 막상 상황이 전개되면 또 다시 인종에 대한 선입견이 앞장 섭니다. 그래서 이 문제는 인종차별로 접근해야 한다고. 바로 몇 달전 워싱턴에서 아프리카 이민자에게 경찰이 총을 쏘아 죽게했는데 무죄판결을 받자 그로 인해 시위가 대단했기에 드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이곳 매스미디어 어느 곳에서도 인종차별이란 단어사용을 극도로 자재하고 경찰의 총기안전사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인종차별로 확산될 파장을 우려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교민들 역시 함부로 인종문제로 접근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살해된 고인이 법적으로 잘못한 것은 도망가고 있는 강도들을 향해 가게 밖에서 총을 쏘았다는 점 때문입니다. 미국의 법으로 볼 때 가게나 집 안에서는 자신의 보호를 위해 상대를 향해 총을 쏘는 것은 정당방위가 되지만 공공의 장소인 가게 밖에서 총을 쏘는 행위는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가령 다른 집 아이가 자기 집 울타리 안에서 놀다가 다치게 되어도 그 치료비를 대어주어야 한다고 합니다.

 

경찰의 입장으로 보면 총을 쏘아대고 있는 사람을 향해 비록 정확한 상황판단은 안되었지만 경찰로서 공공의 안전을 위해 총을 쏘지 말라고 경고했고 그 경고를 듣지 않은 자에게 총을 쏜 것은 잘못이 없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두명의 경찰이 위협적으로 다리만 쏜 것이 아니라 가까이 다가가 머리에다 총을 쏘아 결과적으로 확인사살까지 했다는 점입니다. 과잉대응이 된 것입니다.

 

현지 신문의 사설에는 이렇게 서두를 시작합니다. 지난 3주 동안 3번이나 경찰총기 사고가 있어 과정상의 철저한 수사가 요구된다고.

내쉬빌에는 35백여명의 교민이 살고 있습니다. 교민들은 부활절인 423일 한인회와 교회를 중심으로 이를 알리고 예배후 2시에 사고지점인 메디슨 상가 도로앞에서 시위를 벌였습니다. 피켓을 든 침묵시위입니다. 자동차들이 경적을 울리고 지나갑니다. 시위에 대한 동의표시라고 합니다. 한 시간가량 모여서 피켓시위를 하였습니다. 그 다음 사고현장으로 가서 상황설명을 듣고 있는데 비명에 가까운 통곡이 터져나오고 있었습니다.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던 고인의 부인입니다.

 

당일 사고 현장인 가게에서 남편과 함께 강도의 협박을 받았고 경찰에게 남편이 사살되는 장면을 목격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둘러선 우리들은 모두 눈물을 흘립니다. 통곡하며 목격장면을 설명하는 그를 보며 흘리는 눈물은 이민자들의 삶에 대한 애환이었습니다.

 

다음 화요일 천주교 신자였던 고인의 영결식은 천주교회에서 있었습니다. 유가족과 평소 친분은 없었지만 영결식에 참석하고 싶어 갔다가 그곳에서 취재하던 TV 카메라에 제가 찍혔던 모양입니다.

 

미국이민 생활 25년째라고 하는 고인은 충남 공주 출생이며 세 명의 자녀를 둔 49세 되신 분입니다. 교민들의 집을 방문해보면 이민생활 20여년 이상되신 분들은 생활이 안정되어 미국에서도 중산층에 해당합니다. 고인이 하던 가게인 비유티 살롱은 미장원이 아니라 흑인들 대상으로 미용기구를 파는 곳입니다. 흑인들과 친분이 많았던 관계로 피켓 시위때 흑인들도 몇 명 있었습니다. 그리고 경적을 울려주고 가는 사람들도 흑인이 많았습니다.

 

가게를 하고 있는 교민들이 늘 우려하는 것이 이번 사건과 같은 무장강도의 강탈입니다. 시민권자이면 누구나 총을 살 수 있는 나라, 총기소지에 대해 대통령이 늘 분분해 하지만 바로 옆에서 총기박람회를 벌이고 있는 나라, 6살 남자아이가 집에서 총을 가지고와 자기를 놀린 여자친구에게 총을 쏠 수 있는 나라가 미국입니다. 목숨을 담보로한 생활이 교민들의 삶이기도 합니다. 강도가 들어오면 목숨만이라도 부지하는 것으로 족해야 한다는 것이 지침입니다만 사고 당일 십대의 강도들이 가게주인을 너무도 화가 나게 행동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묶어놓은 밧줄을 풀자마자 설합의 총을 꺼내 달려나가 차를 나꿔채서 달아나고 있던 강도를 향해 총을 쏘아댔다고 합니다.

 

사건의 정황은 이러했습니다. 앞으로 수사가 어떻게 종결될지 모르겠습니다. 경찰국의 정책 역시 무장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일을 하기에 총기사고에 대해 관대한 편입니다. 다만 사람의 목숨이 끊어지지 않는 범위내에서 총을 쏘아야하는 기술적인 훈련을 보다 더 하여야 한다는 것으로 범위를 좁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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