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통신

book sale

이춘아 2019. 8. 8. 11:26


미국통신27 - book sale

April 17, 2000

이춘아

 

 

지난 금,,일요일은 제가 살고 있는 지역사회의 공공도서관에서 북세일이 있었습니다. 이 도서관은 일년에 4번 정도로 북세일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번 북세일 때만 해도 공공도서관이 어떤 형태로 북세일을 하고 있나 구경하는 정도였습니다. 책값은 싸지만 한국으로 돌아갈 때 짐이 될 것같고 사실 잘 읽게 될 것같지도 않아서였습니다. 그러나 이번 북세일에서는 책을 좀 샀습니다.

 

도서관이 시행하고 있는 북세일은 평소에 도서관 이용주민들로부터 책, 오디오, 비디오 등을 기증받았다가 이를 다시 지역주민들에게 값싸게 팔아 수익금은 도서관으로 환원되는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3개월에 한번꼴인 북세일에 그렇게 많은 책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 기증하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입니다. 기증되는 책들이 절반은 소설류이긴 합니다만 가끔 진귀한 자료들이 배출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북세일을 한번씩 하고 나면 도서관 서가도 살찌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며칠전만 해도 없던 자료들이 꽂혀있더군요. 그것도 최근 것이 아닌 몇 년 묵은 것들입니다. 추측컨대 기증받은 자료중에 도서관에 필요한 것이면 우선 도서관 자료로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특히 이 도서관은 설립된지 2년도 안된 도서관이라 연륜을 쌓은 소장 자료들이 많지 않은 편입니다.

 

북세일로 나가는 자료들은 이러한 기증도서 이외에 도서관 도장이 찍힌 책들도 있습니다. 주로 일시적으로 이용이 많은 베스트셀러물들입니다. 어느 도서관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이용객이 많은 책들은 몇권씩 구입하여 대출을 하다가 어느 정도 시기가 지나면 이용자들도 드물고 해서 여러권 보관하는 것도 처치곤란이라 꼭 소장해야할 분량을 제외하고는 북세일로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이런 저런 과정을 거치지만 북세일을 이용하는 주민의 입장에서 보면 마음 뿌듯한 구매인 셈입니다. 비록 집에 가져가서는 안보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그게 어딥니까. 다 읽고 나면 더 좋고 혹시 안 보게된 것들은 다시 도서관에 기증하면 그럴듯하고.

 

북세일을 둘러싼 순환과정을 곰곰히 생각하고 있노라면 이러한 모습들이 실용적인 동시에 여유있는 생활모습임을 알게 됩니다. 더구나 북세일을 준비하고 진열하고 팔고 있는 사람들은 주민봉사자들입니다. 그들의 손길로 지역공동체가 살아 움직이고 편리한 제도들이 정착되어 갑니다.

 

북세일 첫날 아침 일찍 가야 그래도 마음에 드는 책을 선택할 수 있을 것같아 서둘러 갔습니다만 주차장은 벌써 많은 차들로 붐비고 있습니다. 50여평 정도되는 회의실 가득 책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어린이도서, 소설, 의학, 심리학, 비지네스, 역사, 종교, 요리 등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책값의 기준은 하드바운드는 3달러, 페이퍼북은 50센트, 다소 특수한 전문서적은 5달러 정도입니다. 그런데 벽에 이런 것이 붙어있더군요. 북세일 마지막 날은 종이봉지(백화점 봉투크기의) 하나 가득 무조건 5달러.

 

내용, 크기 불문하고 한 봉지 가득 5달러에 군침을 삼키면서 여유있게 책을 구경하였습니다. 일단은 관조하면서 필요한 것부터 구입하고 사도 그만 안사도 그만인 것들은 마지막 날 한봉투 가득 채워야지. 흐흣.

 

미국의 책값은 한국에 비해 비싼 편입니다. 오디오와 비디오도 마찬가지이지요. 전반적으로 한국에 비해 물가가 비싸다보니 책도 마찬가지여서 가능하면 사지 않고 도서관을 이용하게 됩니다. 보통 하드바운드 책 한권이 20달러 정도로이니까 우리돈으로 24천원 정도. 비싼 편이지요. 청소년들이 사서 읽는 페이퍼백(문고판)4~8달러 합니다.

 

미국와서 문화적 충격을 느낀 곳은 의외로 서점에서 였습니다. 제대로 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외국도서와 익숙한 환경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미국의 책방에 순간 낯설음을 느꼈습니다. 나중에 와서 생각하니 그것은 책 표지 때문이었습니다. 서점을 장식하고 있는 책들은 주로 소설류로 표지가 우리와는 아주 다른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디자인이 다른 것입니다. 한국으로 수입되는 서적은 주로 전문적인 사회과학 도서라 표지에서 낯설음이 없습니다. 그러나 미국사람들 역시 즐겨찾는 베스트물인 소설류의 표지 디자인은 그야말로 미국 무늬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그러한 낯설음은 기독교서적 전문서점에 가면 더 합니다. 소설류든지 종교서적이든지 그러한 책들은 사람들의 감수성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우선 마음이 가야 사게 되는 것이어서 대중적인 정서를 고려한 디자인입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교회를 다녔지만 아직도 마음에 착 안와닿는 그림이 예수님과 관련한 그림들입니다. 예배당 벽에 많이 붙어있던 예수님이 바위위에서 기도하고 있는 그림이나 양떼와 같이 있는 그림들은 이발소에 붙어있던 그림들처럼 아직도 이질감을 느끼고 있는 그림들입니다. 그런데 미국 보통의 서점에 진열되어 대중적인 책들의 표지가 그런 느낌을 주는 것들이었습니다.

 

거꾸로 외국인이 한국 서점에 들어섰을 때 받았을 인상도 어쩌면 나와 비슷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책값이 아무리 싼들 북세일에서 어떤 것을 사야할지 망설이게 됩니다. 우선 북세일에 나온 책들은 미국사람들이 즐겨 읽었던 책들이겠지만 한국에는 거의 소개가 안된 것들이 많고 디자인도 마음에 안들고. 한국에 그렇게 무수히 번역이 되어 출판되긴 하지만 번역물이 선정될 때는 미국의 베스트 셀러반열에서 1,2번 정도, 그리고 한국에서도 잘 팔릴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판단 등이 고려되다 보면 미국에서 쏟아져 나오는 서적의 대부분을 내가 모르고 있는 셈입니다.

 

욕심만으로 책을 살 수 있는 실정이 아님을 실감하였습니다. 혹시 도서관 도장이 찍힌 것은 그래도 괜찮은 것이겠지 하고 그 도장 찍힌 것만 찾아보았지만 낯선 느낌은 매한가지였습니다.

 

결국 이번 북세일에서 산 책은 이런 것들입니다. 마이클 크리튼의 쥬라기 공원, 떠오르는 태양, 존 그리샴의 The Firm, 톰 크렌시의 공포의 총합, 다니엘 스틸의 Daddy,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1984, 에릭프롬의 존재냐 소유냐, 다니엘 데포의 로빈슨 크루소, 그외 오디오 테이프로 나온 빌리 그래함의 죽음에의 대면, 토마스 홉스의 레비아탄, 메리 울스톤크라프트의 여성권리옹호. 이외에 제목이 그럴듯하여 산 책 몇권 등.

 

사람은 자기가 아는 것에서 한치 밖을 쳐다보지 않는다는 것, 아무리 먹을 것이 많아도 먹어본 것 이외에는 젓가락이 잘 가지 않는다는 평범한 이치를 다시 한번 확인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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