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통신

Million Mom March

이춘아 2019. 8. 8. 12:24


미국통신30 - Million Mom March

May 14, 2000

이춘아

 

 

오월은 행사가 많은 달이지요. 미국 역시 오월에는 어머니 날과 스승의 날이 있습니다. 어린이 날만 빠져있네요. 514일이 어머니 날이었고 516일이 스승의 날입니다. 이 날들을 위해 신문은 선물 광고로 화사합니다. 초등학생인 우리 집 아이 학교에서 안내장이 왔습니다. 다음 주는 스승의 날 기념주간으로 월요일에는 카드를, 화요일에는 꽃한송이, 수요일에는 과자나 초콜릿 등을, 목요일에는 향초나 책갈피, 목욕비누 같은 선물을 보내라는 지침입니다. 그리고 학부모회에서 516일 스승의 날 점심식사를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에는 이런 선물공세들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아주 공식적으로 거행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생일날에도 안내장이 날아오더군요. 카드와 선물등을 준비하여 와달라는 반대표 엄마들의 부탁입니다.

 

어머니의 날 무슨 선물을 할까, 받을까로 설왕설래하고 있는 오늘 미국의 수도 워싱톤디시의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백만 엄마 행진](Million Mom March)이 열렸습니다. 전국에서 이 행진에 참여하기 위해 15만명이 참석한다는 보도입니다.

 

지난 3월 봄 방학에 워싱톤을 방문하였을 때 우연히 이와 관련한 팜플렛을 본 적이 있습니다. 제목을 크레용으로 색칠하여 조잡한 듯 하면서 신선한 느낌을 주는 팜플렛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5월이며 한참 멀었네 하면서 이런 행사가 어떤 것일까 하는 궁금증만 잠시 가졌으나 곧 잊어 버렸습니다.

 

그러다 며칠전 텔레비전에서 이 행사에 대한 소개가 나오길래 갑자기 눈이 번쩍 뜨이더군요. 아 바로 그것이구나. www.millionmommarch.com으로 들어가 자료를 뽑아보고 신문자료들도 찾아보았습니다.

[백만 엄마들의 행진]은 총의 위협으로 우리의 아이들을 보호하자는 것이 기본 취지입니다. 뉴저지에 사는 한 엄마가 캘리포니아의 탁아소에서 무장강도들로부터 협박당하고 있는 아이들을 뉴스에서 보면서 충격을 받았고 이 단체를 조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자신의 아이들 역시 그 또래의 아이들로 자신이 얼마나 총기통제건에 대해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반성하고 새로운 각오를 하였는데 그 시점이 작년 8월입니다. 불과 10개여월 동안 전국적인 조직을 형성하게 됩니다. 이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았음을 보여줍니다.

 

워싱톤에서는 전국 대표들이 참여하는 행진을 벌이는 한편 지역에서도 동시 행사를 갖습니다. 테네시주의 경우 12명의 내쉬빌 대표 엄마들이 워싱톤 행진에 참여하고 내쉬빌 시내의 백주년 기념공원에서 모임을 갖는다고 합니다. 또한 전국적으로 가장 적은 규모의 행진을 갖게될 테네시주의 인구 2182명이 있는 Sewanee 시 같은 곳에서도 50여명 정도가 자체행진을 갖는다고 합니다.

 

이들은 이 행진이 일시적인 행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제 시작으로 생각하고 전열을 가다듬고 있습니다. 이 단체를 만든 도나(Donna Dees-Thomases) 역시 이 행진이 일요일 행진에 그칠 것이 아니라 정치적 행동단체로 발전시키고자 한다는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풀뿌리(grass-roots) 단체들 특히 여성들이 어떻게 일을 꾸려나가는지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게 됩니다.

 

첨예하게 대치되고 있는 총기통제법률안으로 골치를 썩고 있는 클린턴 대통령이 총기로비가 미국엄마들과는 대적되지 못할 것이라고 하면서 엄마들이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면 성공할 것이라고 이 백만 엄마들의 행진을 높이 사고 있습니다.

 

한편 이런 기사도 있습니다. 이들 백만 엄마들의 행진이 총기반대입장이라면 총기소지권을 주장하는 단체들의 항의도 만만치 않아 이들 역시 바로 옆에서 항의데모를 벌이겠다고 합니다. 이 단체 역시 엄마들의 모임으로 이름이 The Second Amendment Sisters로 무장강도들로에게 총살당한 자들의 가족들이 중심되고 있는 단체들입니다. 이들의 주장은 내가 총을 소지하여 내 아이를 내가 보호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총기통제법률안 통과가 쉽지 않은 이유는 이들의 입장이 아직까지는 더욱 강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오늘의 미국이 형성되기 까지에는 메이플라워호를 타고온 프로테스탄트들, 미국원주민들과 싸워가며 자신들의 영토를 확장해 나간 개척자들. 그들에게는 국가보다는 개개인의 능력이 우선시되었던 터에 자주적인 보호가 우선되어온 역사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역사 이면에는 자신들을 보호해준 무기인 총이 있었고 따라서 총에 대한 예찬이 기본적으로 깔려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텍사스주가 자랑하는 텍사스 레인저라 불리는 총기박물관에서 보았던 총들을 떠올려 봅니다. 박물관에서 보는 총들은 무기로 보이지 않고 아름다운 장식품으로 보일 정도로 정교하고도 아름다운 디자인이 많았습니다. 아주 큰 장총에서부터 손가락 크기의 총에 이르기까지 감탄을 자아내는 예술품이었습니다.

 

이방인의 눈으로 보아 간단한 것 같은데 잘 풀리지 않는 쟁점의 이면에는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정치적으로 여러갈래의 실타래가 꼬여있다는 것을 이 이슈를 통해 다시금 정리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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