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홍콩 여행기 3, 2010

이춘아 2019. 8. 5. 17:49



2010. 1.7
홍콩 도풍산기독교총림의 종교건축
이춘아



홍콩에서 숙소로 있게 된 도풍산기독교총림에 들어서면서 당황했다. 기독교 수도원일 것이라 생각하고 왔었는데, 웬 중국식 사원 건축?, 게다가 叢林? 총림이라 하면 강원, 선원, 율원, 이 세 가지가 있는 큰 절 앞 간판에 적혀 있던 것 아닌가. 이 곳에도 신학교가 있고, 교회가 있고, 수련시설이 있어서 그런 명칭을 사용했겠지만, 도풍산기독교총림 이라는 이름은 직관적으로 이해하게 하는 그 무엇이 있었다. 서구의 기독교 정신이 중국의 문화와 결합되면서 중국 사람들이 기독교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 철저한 문화적 배려가 담겨있는 중국식 건축이요 중국식 용어의 사용이었다. 더 놀란 것은 주일예배 시작할 때 목사님이 예배당에 들고 입장한 연꽃문양이 받쳐져 있는 십자가였다.

홍콩 도풍산기독교총림의 성전(聖殿)과 부속건물.
성전아래 축대 안쪽으로 연화동(蓮花洞)이라는
이름의 기도실이 있다.



연꽃은 불교의 상징이었기에 마음 놓고 좋아하기에는 약간 석연치 않은 것이 있었는데, 그 연꽃위에 십자가를 올려놓은 것이다. 바로 이거야 하면서 얼마나 마음이 편해졌는지. 총림 내에 있는 루터교신학교의 한문표기가 信義宗神學院이고 영어표기는 Luteran Theological Seminary 였다. 불교에서 조계종이나 천태종이라고 하듯이 믿음으로 의롭게 된다는 주장을 한 마틴 루터의 신학을 가르치는 종파의 신학교라는 것을 한자로 그렇게 표기한 것이다. 신학교 명칭에서도 불교식 언어사용을 한 셈이다.


이 도풍산기독교총림의 초기 설립자는 노르웨이 선교사였던 칼 루드비 라이첼트 Karl Ludvig Reichelt (1877~ 1952). 이 총림에 머무는 동안 식당에서 한 무리의 서양인들을 자주 보게 되었는데 그들은 라이첼트 집안의 후손들이었다. 성탄절 휴가를 맞아 가족들이 이곳으로 온 모양이었다. 1903년에 중국으로 온 라이첼트 선교사는 1906년 처음으로 한 불교사찰에 갔다가 불교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그 후 평생을 불교도들에게 기독교의 가르침을 전하고 그들과 교제하기로 결심하였다고 한다.

이 일을 라이첼트는 하나님의 부름으로 생각했다. 그는 우호적인 승려들에게 하나님의 나라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서 이야기했지만 그것이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느꼈다. 불교사상과 불교의 개념에 대한 자신의 지식이 부적절함을 알고 그 후로 동아시아의 종교들에 대해 밤을 새워 공부했는데, 얼마 안 되어 그는 동아시아 종교에 대해서 당시로서는 최고 전문가가 되었다. 중국불교와의 인연은 이렇게 생긴 것이었는데, 1929년 중국대륙에서 홍콩에 온 라이첼트는 몇 해 뒤 홍콩섬 맞은 편에 있는 사틴지역의 야산 언덕을 3천달라에 매입하여 교회를 건축하였다. 중국불교 건축에 밝은 덴마크 건축가와 함께 예배당(聖殿)을 중국식 사원형태로 지었고, 몇 해에 걸쳐 부속건물도 건축하였다. 그 후 이 산은 이곳을 찾아온 수많은 방문객들에게 道風山(Tao Fong Shan), 즉 로고스(또는 그리스도) 바람의 산으로 불렸다.

연꽃문양위의 십자가. 위 사진은
라인첼트 선교사 무덤비석에 새겨진 것이다.





한국 교회와 단체들에서도 이곳을 방문하고 있었다. 중국식 기독교 건축 양식을 보러 오기도 하고 더러는 다른 종교에 기독교가 어떻게 다가가는지 보기 위해 이 산에 오른 것이다. 이곳에서 사용하고 있는 문서에는 라이첼트 선교사가 직접 땅을 매입하여 건축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으며 기초공사에서부터 완공건축에 이르기까지 사진도 있었다. 또한 많은 승려와 불교 지식인들이 이곳을 방문하여 신학을 배우고 승려들 중에는 기독교로 개종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도풍산에서 종교 교류와 개종은 이런 식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강화도에 가면 성공회 강화성당이 한옥으로 지어져있어 우리들의 마음을 푸근하게 했던 것과 같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또한 이 곳 부속건물이나 장소의 이름들이 마음에 와 닿는다. 迷宮 labyrinth 이라 이름 붙인 곳은 만다라 모양의 돌을 박아놓아 그 길을 따라 명상하며 걷는 곳이다. 그 길을 따라 돌다보면 다시 제자리에 돌아오는 것인데, 어떤 이는 눈을 감고 길을 찾아내며 걷기도 하였다. 루터 신학교 건물 역시 가파른 산지형태를 이용하여 중국식 건축으로 지었는데, 폭좁은 계단을 조심스레 올라가도록 되어있다. 다 올라가면 십자가가 있고 경주 포석정처럼 구불구불하게 만들어 물이 흘러가게 만들었고 연못에 연꽃과 물고기들이 있다. 물은 정화(淨化)를 의미한다. 물을 통해 마음을 보게 했던 심성을 반영하여 건축하였다.


루터신학교내 십자가 아래 포석정형태로 만들어 물이 흘러 연못으로 이어지게 했다.



많은 것들을 말로하지 않고 건너뛰어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을 종교건축에 담은 것이다. 그것도 가장 동양적인 문화적 방식으로. 오랜 시간 축적된 문화에 이질적인 방식으로 몰아 부침으로써 파생될 소모적인 것들을 생략시킨 것이다. 이런 것들을 내가 살아서 보게 된 것을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오랫동안 미심쩍어 했던 것들을 이렇게 시원하게 보여줄 수 있다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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