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2. 23
하나는 모두를 위하여, 모두는 하나를 위하여
이춘아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가 늘 숙제거리였다. 이제 가끔 그 무엇이 보일 때가 있다. 내 삶을 관통하는 한 줄기가 무엇이었는지 한 장의 사진으로 강하게 느꼈다. 작년 12월26일 홍콩의 역사박물관에서였다. 홍콩에 도착한지 며칠 지나서이다. 일정공간에서 사람은 얼마나 살 수 있는지 실험하듯 인구밀도가 조밀한 이곳 홍콩은 어떤 역사적 배경이 담긴 곳일까 궁금증이 쌓일 즈음이었다.
역사박물관은 [百年 中國 a Centry of China] 기획전을 하고 있었다. 아래 사진을 보는 순간 서늘하고도 신선한 기운이 지나가고 있었다. 주은래와 모택동의 젊은 시절의 모습. 단순히 젊었을 때 모습을 본 것만이 아닌, 이 세상을 바꾸고자 꿈꾸었던 이상과 초췌하지만 꿈꾸는 자들이 갖고 있는 자신감이 얼굴에 담겨있다. 나는 이 사진에서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것들을 기억해냈다.
그 당시 나는 중국사회혁명에 관한 영문자료 한편을 번역하고 있었다. 지금은 제목도 내용도 잘 생각나지 않지만, 주요 부분은 지식인들이 학교를 다니다가 일정 기간이 되면 농촌이나 공장 등 현장에 가서 일하고 다시 복귀하는 과정에 대한 것이었다. 봉건적 계급사회를 타파하고 개선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였다. 그것이 나는 옳다고 여겼다. 우리도 그러한 사회가 되어야한다고 생각했다. 노동운동을 하기 위해 공장에 위장 취업하는 것이 아닌 기름때 묻히는 일을 떳떳하고도 당연하게 여길 수 있는 사회, 일하지 않는 자도 먹지도 말아야한다는 세상을 나도 조용히 꿈꾸었다.
얼마 전 서점에서 최근 출간된 법정스님의 [한사람은 모두를 모두는 한사람을]이라는 수필집을 보았다. 그 제목은 한 시대를 움직이게 했던 슬로건이었다. ‘삼총사’라는 영화에서 삼총사가 칼을 맞대며 맹세하는 단어들이기도 했다. 그 단어의 원류는 어디서 나온 것인지 모르겠으나, 세상의 변화를 꿈꾸는 저변에는 이 슬로건이 깔려있다. 홍콩의 역사박물관 기획전 사진에서 보았던 젊은 시절의 주은래와 모택동의 표정에는 ‘하나는 모두를 위해 모두는 하나를 위해’ 라는 정신이 있었기에 배고프지만 참을 수 있는 힘이 있었다.
2월19일 우리 지역의 사회단체를 탐방하는 기회가 있었다. 지역여성문화연구소가 주관한 프로그램의 일부로 시작되었다. 아는 만큼 보이듯, 내가 찾아가 보아야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 프로그램은 실내강의로 여성문화정책의 흐름을 살펴보고 우리 대전지역 그 중 중구 지역의 단체 다섯 곳을(대전여성정치네트워크, 대전평화여성회, 대전YWCA, 풀뿌리사람들, 대전여민회 짜장 어린이도서관) 탐방하고 단체의 주요 사업을 담당자들로부터 직접 들어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었다.
단체 탐방은 대만족이었다. 회원으로 있으면서 소식지 등을 통해 자주 접해본 내용들이었지만, 현장에서 직접 담당자에게 듣는 것은 다른 느낌을 준다. 여성들을 위해 열려있는 정치, 이 땅의 평화를 위해 여성들이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들, 환경과 생명을 살리기 위한 행동, 우리 동네를 책읽는 마을로 서로 정감이 오가는 마을로 만들기위한 노력들이 보이는 부지런하고도 열정들이 있어 따뜻하게 느껴졌다. 이러한 노력들이 모이고 섞이면서 오늘날 우리 사회는 선진화로의 진입에 성공했다. 경제적 가치만이 아닌 사회서비스의 몫이 분명있다. 그것도 국가관리차원의 몫이 아닌 시민적 가치를 지닌 저력을 지닌 몫이다. 그것은 보너스가 아니다.
가끔 왜 이런 단체 활동을 힘들여하고 있는 걸까, 발 빼고 싶지만 내 젊은 시절 이론과 실천의 연계를 가장 기본이라고 여겨왔기에 내 삶의 전체 중 일부분이 되어있었음을 이제와 알 수 있다.
사회단체들이 지향하고 있는 내용은 서로 다를 수 있고, 참으로 어렵게 십시일반하여 운영하고 있지만, 이들 사회단체들의 궁극적 지향점은 ‘하나는 모두를 위해, 모두는 하나를 위해’에 방점을 두고 있다.
(홍콩뮤지엄 돌아보기 tip)
역사박물관과 과학박물관은 나란히 있다. 10시 개관 전에 도착했으나 출입구는 10시 되어야 문을 열어줄 모양. 기웃거리다보니 7일 동안 싼 가격으로 어느 박물관이나 다닐 수 있는 패스권을 팔고 있었다. 박물관 1곳당 10(HK$)이면 패스권은 7-8곳을 30(HK$)으로 다닐 수 있어 야심차게 다녀보리라 했다.
수첩에 패스권으로 갈 수 있는 뮤지엄과 지하철출구, 휴관일 등을 메모했다. 홍콩과학박물관, 홍콩우주박물관, 홍콩예술관, 홍콩역사박물관, 홍콩문화박물관, 손중산기념관. 12월26일에 패스권을 사 부지런히 다녔지만 휴관일이 서로 다르고 또 다른 일정이 있어 실제 다 다녀오기는 쉽지 않다. 과학박물관만 시간이 맞지 않아 가지 못했다. 입장료가 다른 곳에 비해 가장 비싼 곳(25HK$)이라 당연히 패스권으로 갔었어야하는데 못내 아쉽다. 홍콩의 뮤지엄들은 화요일 또는 목요일이 휴관일이고, 수요일은 무료입장이 된다. 학생들의 방문을 독려하기 위해 배려한 정책인 듯하다.
유료 박물관 외에 홍콩영화자료관, 홍콩중앙도서관은 다녀오길 바란다. 중앙도서관은 홍콩이 공항건설 다음으로 큰 돈 들여 지은 것이라 하였는데, 과연 최고의 시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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