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칼럼

전율

이춘아 2020. 2. 24. 01:22

 

2001년6월 12일

 

‘전율’

 

찾아다니던 역사유물의 발굴 순간에 느꼈던 감정상태를 ‘전율’이라 표현하셨습니다. 그 당시를 상상하는 강사 선생님의 얼굴에서 저 역시 전율에 가까운 감정을 전해 받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접하는 단어입니다. 사전적 해석처럼 <무섭거나 두려워서 몸을 벌벌 떨> 정도의 전율은 아니라하더라도 문화적 의미에서 이 단어를 우리의 몸에 살려 두어야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아는 것 만큼 보인다’ 라는 명문을 다시금 확인하고 있는 중입니다. 대전이라는 충청권에 속하면서 막연하게나마 백제문화를 주민의 입장에서 익혀두어야겠다고 생각하던 중 충남대학교 박물관대학에서 [한국 문화의 이해]라는 강좌가 개설되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몇 강좌가 진행된 이후이긴 했지만 등록하여 다니고 있습니다. 생각 밖으로 많은 사람들이 수강하고 있었습니다. 충남대 박물관이 처음 시도한 강좌라고 하는데 90여명의 시민들이 열심히 참여하고 있습니다. 60-70%가 30-50대 여성들입니다. 60대 이상의 남자노인들도 열분 이상 되는 것 같습니다.

 

함께 답사도 다녀오고 하면서 옆자리의 아줌마들과도 이야기도 나눕니다. 이러한 역사문화강좌가 현재 국립중앙과학박물관에서도 열리고 있다고 합니다. 그곳은 등록인원을 제한할 정도로 인기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대전시가 ‘문화유산해설사’ 자격증을 주는 공부를 한다고 하여 여러 가지 절차를 거쳐 저도 다니게 됐습니다. 25명을 선발되었는데 절반이 20-50대 여성들입니다. 이러한 제도는 대전시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시행되어 480여명이 선발되어 교육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유홍준 교수가 [나의문화유산 답사기]를 책으로 발표한 이래 전국적으로 한국문화유산에 대한 이해가 어느 시기보다 고조되고 있음을 요즘 저의 주변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여성단체나 소모임들에서 지역의 역사문화를 공부하는 여성들의 열기가 대단합니다. 중고등학교때 그 정도로 역사의식을 갖고 공부했다면 오늘날 사학자들 중 절반이상이 여성들일 것 이라고 덧없는 상상도 해봅니다.

 

문화적 감수성을 점점 더 강조하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문화산업의 중요성을 논하는 자리에서 예외없이 창의성, 감수성이 거론됩니다. 더더구나 한국의 미를 바탕에 둔 창의적인 감수성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화적 감수성을 어디서 키울 것인가라는 방법논의에서 적어도 제 경험에 비추어 말할 수 있는 것은 검증된 우리 문화유산을 통해 문화감성을 습득하는 것이 현재로는 유일한 대안이 아닌가 합니다.

 

 

요즘음 제 속에서 어우러지고 있는 아직은 형체를 잡지는 못하고 있으나 만들어지고 있는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우리의 문화유산을 공부하는 가운데 이제까지 다른 사람들의 말로서가 아닌 내 속에서 아! 하고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을 한국의 탑을 보면서 느낍니다. 주변의 함께 공부하는 아줌마들과 이 이야기를 했더니 그들 역시 그런 것을 느꼈다고 합니다.

 

이제까지는 왜 느낄 수 없었을까 라는 의문을 갖습니다. 그것은 표현하기는 어려우나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친 문화인식으로 인한 것은 아닐까 생각됩니다. 서구의 꽉 찬 듯한 조형미의 아름다움만이 미의 전형으로 알았던 시선에서 이제야 벗어나고 있는 것이라 여겨집니다. 비너스와 아그립바 석고 뎃상부터 시작하고 그리스희랍문화부터 읽기를 강요당해 온 우리의 무심한 학습의 결과라고 말입니다.

 

이제 전국의 많은 여성들이 한국의 미와 한국문화의 원형을 찾아가며 나름대로의 문화감성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그들이 가져올 여파는 요즘 유행하는 말로 어떤 시너지를 창출할지 예측불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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