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책 이야기

중용 독송 21~33장

이춘아 2020. 3. 18. 03:54

김용옥, [중용 인간의 맛](2011, 통나무)

 

중용 독송 (21~33)

 

21. 지성명장

성에서부터 명으로 구현되어 나아가는 것을 성이라 일컫고, 명에서부터 성으로 구현되어 나아가는 것을 교라고 일컫는다. 성하면 곧 명해지고, 명하면 곧 성해진다.

 

22. 천하지성

오직 천하의 지극한 성이라야 자기의 타고난 성을 온전히 발현할 수 있다. 자기의 타고난 성을 온전히 발현할 수 있게 되어야 타인의 성을 온전히 발현할 수가 있다. 타인의 성을 온전히 발현케 할 수 있어야 모든 사물의 성을 온전히 발현케 할 수 있다 모든 사물의 성을 온전히 발현케 할 수 있어야 천지의 화육을 도울 수 있다. 천지의 화육을 도울 수 있어야 비로소 천과 지와 더불어 온전한 일체가 되는 것이다.

 

23. 기차차곡

다음으로 힘써야 할 것은 치곡의 문제이다. 그것은 소소한 사물에 이르기까지 모두 지극하게 정성을 다한다는 것이다. 그리하면 소소한 사물마다 모두 성이 있게 된다. 성이 있게 되면 그 사물의 내면의 바른 이치가 구체적으로 형상화된다. 성이 있게 되면 그 사물의 내면의 바른 이치가 구체적으로 형상화된다. 형상화되면 그것을 외부적으로 드러나게 된다. 드러나게 되면 밝아진다. 밝아지면 움직인다. 움직이면 변한다. 변하면 화한다. 오직 천하의 지성이래야 능히 화할 수 있다.

 

24. 지성여신

지성의 도를 구현한 사람은 세상 일을 그것이 일어나기 전에 미리 알 수가 있다. 국가가 장차 망하려고 하면 반드시 요망스러운 재앙의 싹이 나타난다. 그리고 그런 길흉의 조짐은 산대점이나 거북점에도 드러나고, 관여된 사람들의 사지 동작에도 드러나게 마련이다. 화나 복이 장차 이르려고 할 때, 지성의 도를 구현한 자는 그 원인이 되는 좋은 것도 반드시 먼저 알며, 좋지 않은 것도 반드시 먼저 알아 계신한다. 그러므로 지성을 하느님과 같다고 할 것이다.

 

25. 성자자성

성은 스스로 이루어가는 것이요. 도는 스스로 길지워 나가는 것이다. 성은 물의 끝과 시작이다 성하지 못하면 물도 있을 수 없다. 그러므로 군자는 성해지려고 노력하는 것을 사람의 가장 귀한 덕으로 삼는다. 성이라는 것은 인간 스스로 자기를 이룰 뿐 아니라 동시에 반드시 자기 밖의 모든 물을 이루어 줌으로써 구현된 것이다. 자기를 이룸을 인이라 하고 나 이외의 사물을 이룸을 지라 한다. 인과 지는 인간의 성이 축적하여 가는 탁월한 덕성이며, 인간존재의 외와 내를 포섭하고 융합하는 도이다. 그러므로 성은 어떠한 상황에 처하여지더라도 반드시 그 사물의 마땅함을 얻는다.

 

26. 지성무식

그러므로 지성은 쉼이 없다. 쉼이 없으면 오래가고, 오래가면 징험이 드러난다. 징험이 드러나면 유원하고, 유원하면 박후하고, 박후하면 고명하다. 박후하기 때문에 만물을 실을 수 있고, 고명하기 때문에 만물을 덮을 수 있고, 유구하기 때문에 만물을 완성시킬 수 있는 것이다. 박후는 땅과 짝하고, 고명은 하늘과 짝하고, 유구는 시공의 제약성을 받지 아니 한다. 이와 같은 자는 내보이지 않아도 스스로 드러나며, 움직이지 않아도 세계를 변화시키며, 함이 없어도 만물을 성취시켜 준다. 천지의 도는 한마디 말로써 다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니, 그 물됨이 두 마음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한 물을 생성함이 무궁하여 다 헤아릴 길 없는 것이다. 아! 천지의 도이시여! 드넓도다! 두텁도다! 드높도다! 밝도다! 아득하도다! 오래도다! 이제 저 하늘을 보라! 가냘픈 한 가닥의 빛줄기가 모인 것 같으나, 그것이 무궁한데 이르러서는 보라! 해와 달과 별들이 장엄하게 수를 놓고 있지 아니 하뇨! 만물을 휘덮는도다! 이제 저 땅을 보라! 한 줌의 흙이 모인 것 같으나, 그것이 드넓고 두터운데 이르러서는 보라! 화악을 등에 업고도 무거운 줄을 모르며, 황하와 황해를 가슴에 품었어도 그것이 샐 줄을 모르지 아니 하뇨! 만물을 싣는도다! 이제 저 산을 보라! 한 주먹의 돌덩이가 모인 것 같으나, 그것이 드넓고 거대한데 이르러서는 보라! 초목이 생성하고 금수가 생활하며 온갖 아름다운 보석이 반짝이지 아니 하뇨! 이제 저 물을 보라! 한 바가지의 물줄기가 모인 것 같으나, 그것이 헤아릴 수 없는 경지에 이르러서는 보라! 자라와 악어와 이무기와 용과 물고기와 거북이가 자라나며 온갖 귀중한 재화가 그 속에서 번식하지 아니 하뇨! 시는 말한다: "하느님께서 우리 문왕께 내리시는 명이시여! 아~ 참으로 아름답고 충실하여 영원히 그치지 않는도다!" 이 시구는 하느님께서 만물의 본원이신 하늘되신 까닭을 말한 것이다. "아~ 크게 빛나는도다! 문왕의 덕의 순결함이여!" 이 시구는 문왕께서 문이라는 시호를 얻으신 까닭을 말한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천명과 문왕과 대자연의 순결한 성실함이 그침이 없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27. 존덕성

아~ 위대하도다! 성인의 도여! 성인의 도는 지상 어느 곳에나 흘러넘치는 듯하여 만물을 잘 발육시키는도다! 만물이 드높게 자라 하늘에 이르도록! 성인의 도는 진실로 넉넉하고 크도다! 예의가 삼백 가지나 되고, 위의가 삼천 가지나 되는도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사람을 기다린 연후에나 행하여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옛말에, " 지극한 덕이 아니면 지극한 도는 모이어 결정되지 아니 한다"라고 한 것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덕성을 존중하는 동시에 반드시 문학을 통하여 도를 실천한다. 광대함을 지극히 하는 동시에 정미함을 극진하게 탐구하며, 고명함을 극한까지 밀고가는 동시에 일상적 중용의 길을 걸어가며, 옛것을 내면에 온양시키는 동시에 새것을 창조할 줄 알며, 후덕한 내면을 돈독히 하는 동시에 사회적 예를 존숭한다. 그러므로 덕성과 학문을 겸비한 자는 윗자리에 거해서는 아랫사람에게 교만하게 행동치 아니 하며, 아랫자리에 있게 되면 윗사람을 배반치 아니 한다. 나라에 도가 있게 되면 언변으로 정사에 참여하여도 높은 지위에 오르기에 족하고, 나라에 도가 없으면 은거하여 침묵하여도 세상이 그를 용납하기에 족하다. 시에 가로되 "이미 도리에 밝은데 또 지혜까지 있으시니, 그 몸을 잘도 보전하시는도다!"라고 하였는데, 바로 이것을 두고 한 말일 것이다.

 

28. 오종주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어리석으면서도 자기 생각만을 고집하려 하고, 신분이 낮으면서도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려 하고, 지금 세상에 태어나 지금 세상의 법도로 살고 있으면서도 옛날의 도로만 돌아가려고 하는 자들이 많다. 이와 같은 사람들은 재앙이 그 몸에 미칠 수밖에 없다." 천자의 위를 얻은 자가 아니면 예를 의논할 수 없고, 도를 제정하지 못하며, 문을 고정할 수 없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는 수레가 같은 바퀴간격을 공유하며, 문서가 같은 글씨체를 공유하며, 사람의 행동방식이 같은 습속을 공유하고 있으니, 참으로 새로운 문명을 작위하기에는 좋은 시절이다. 그러나 비록 그 위를 가지고 있더라도 그 덕이 없으면 감히 예악을 제작할 수는 없는 것이요, 비록 그 덕이 있다 할지라도 그 위가 없으면 또한 감히 예악을 제작할 수 없는 것이다.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내가 하나라의 예를 말하고는 있으나, 그 하나라의 후예인 기나라가 충분한 증험을 대주지 못하고 있다. 나는 은나라의 예를 배운 사람이다. 그리고 그 은나라의 예는 송나라에서 제한적으로 보존되어 있다. 그런데 나는 또 주나라의 예를 배웠다. 그런데 이 주나라의 예는 지금 어디에서나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니 나는 주를 따를 수밖에 없다."

 

29. 왕천하

천하에 왕노릇하는 데 세가지 중요한 것이 있다. 이를 잘 행하면 허물이 적을 것인저! 고대사회의 예악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그것은 좋기는 한데 증험할 길이 없다 증험할 길이 없으니 믿을 수 없다. 믿을 수 없으니 백성들이 따르지 않는다. 현대사회의 예악으로 내려오면 그것도 좋기는 한데 존엄하지 않다. 존엄하지 않으니 믿을 수 없다. 믿을 수 없으니 백성들이 따르지 않는다. 그러므로 군자의 도라고 하는 것은 반드시 먼저 자기 수신의 상태에 근본하여, 그것을 뭇 백성들에게 징험해보아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하 은 주 고대 선왕들의 제작에 상고하여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검토해야하며, 또 그것을 천지 대자연의 법칙 위에 세워 놓아도 어긋남이 없도록 끊임없이 조정해야 하며, 또 그것을 천지조화의 생명력인 귀신에게 물어 보아도 의심될 만한 것이 없어야 하며, 마지막으로 백세 삼천 년이 지나도록 성인을 기다려, 그때 성인의 판결을 받는다 해도 미혹함이 없을 정도로 지금 완벽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을 천지조화의 생명력인 귀신에게 물어보아도 의심될 만한 것이 없다라고 한 것은 하느님을 아는 것이다. 백세 삼천 년이 지나도록 성인을 기다려, 그때 성인의 판결을 받는다 해도 미혹함이 없을 정도로 지금 완벽해야 한다는 것은 사람을 아는 것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동함에 영세토록 천하의 도가 되고, 행함에 영세토록 천하의 법이 되고, 그를 가까이 하여도 싫증나지 않는다. 시에 가로되: "저기 있어도 미움받지 아니 하며, 여기 있어도 역겨움이 없어라!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항상 노력하니, 영원토록 명예롭게 살리라." 군자가 이와 같이 하지 않고서 갑자기 천하에 명예를 얻는 자는 있어본 적이 없다.

 

30. 중니조술

우리의 위대한 스승 중니께서는 요임금 순임금을 조종으로 삼아 그들의 모든 덕성을 펼쳐내시었고, 문왕과 무왕의 도를 본받아 그것을 만천하에 빛나게 만드시었다. 위로는 하늘의 때를 본받고, 아래로는 생명의 본원인 물과 흙, 그 땅의 덕성을 구현하시었다. 우리의 스승 중니의 덕성을 비유컨대 하늘과 땅이 실어주지 않음이 없고 덮어주지 않음이 없는 것과 같도다. 또 비유컨대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어김없이 차례대로 운행하면 해와 달이 번갈아 빛을 발하는 것과 같도다. 저 대자연에 피어나는 만물들을 보라! 저 만물들은 서로 같이 자라나면서도 서로를 해침이 없다. 저 대자연을 수놓는 무수한 길들을 보라! 저 길들은 서로 같이 가면서도 서로 어긋남이 없다. 소덕은 시냇물처럼 자연스럽게 흐르고, 대덕은 우주의 끊임없는 화생을 도타웁게 하니, 이것이야말로 천지가 위대한 까닭이다.

 

31. 총명예지

오로지 우리의 스승 중니와 같으신 천하의 지극한 성인이라야 능히 총명예지할 수 있어서 족히 임할 수 있으며, 관유온유하여 족히 임할 수 있으며, 관유온유하여 족히 용할수 있으며, 발강강의하여 족히 집할 수 있으며, 재장증정하여 족히 경할 수 있으며, 문리밀찰하여 족히 별할 수 있다. 아! 위대한 중니의 덕성이여! 보박하시고 연천하시니 때에 맞추어 솟아 넘쳐 천하에 펼쳐지는도다! 아~ 보박하심은 저 넓고 드넓은 하늘과 같고, 연천하심은 저 깊고 깊은 샘과도 같아라! 그 드넓고 드깊은 덕성을 살짝 내보이시면 백성들이 공경치 아니 함이 없고, 말로 옮기시면 백성들이 신뢰하지 아니 함이 없고, 행동으로 실천하시면 백성들이 기뻐하지 아니함이 없어라! 그러하므로 지극한 성인의 명성은 중원의 땅에 양양히 넘칠 뿐 아니라 아직 개명치 못한 주변의 만과 맥의 땅에도 널리 미친다. 배와 수레가 미치는 곳이나 사람들이 걸어서 통하는 곳이나, 아니! 하늘이 덮고 땅이 싣고 해와 달이 비추고 서리와 이슬이 내리는 모든 곳에, 생활하는 혈기가 생동하는 인간이라면 그를 존경하지 아니 하는 자가 없고 그를 친애하지 아니 하는 자가 없다. 그래서 그 분이야말로 하느님과 짝하신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32. 성지천덕

오직 천하의 지성이라야 천하의 개경을 경륜할 수 있고, 천하의 대본을 세울 수 있고, 천지의 화육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지성의 도를 실현하는 인물이 자신의 성실함을 도외시하고 무엇을 따로 의지하리오? 우리의 위대한 스승 중니의 지성한 모습이시여! 호호하시니 천 그 자체로다! 만일 진실로 총명과 성지를 구비하고 천덕에 통달한 자, 우리의 스승 중니가 아니라면 과연 그 누가 천지의 화육을 알아 소통시킬 수 있겠는가!

 

33. 무성무취

시에 가로되: "화려한 비단 옷을 입었네. 그 위에 망사 덧옷을 드리웠네." 이 노래가사는 그 문체가 너무 과도하게 드러나는 것을 싦어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군자의 도는 언뜻 보면 어두운 듯하지만 날이 갈수록 찬연하게 빛나며, 소인의 도는 언뜻 보면 찬란한 듯하지만 날이 갈수록 빛이 사라진다. 군자의 도는 맛이 담박하지만 싫증나지 않으며, 간결하지만 치열한 질서가 있으며, 온화한 빛이 흐리게 감돌지만 그 내면에 정연한 조리가 있다. 아무리 먼 것도 가까운 데서 시작함을 알고, 아무리 세찬 바람도 이는 곳이 있음을 아록, 아무리 미세한 것이라도 그것이야말로 잘 드러나는 것임을 안다면 나아가 덕을 닦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시는 말한다: "물고기가 물에 점겨 깊게 꼭꼭 숨어있네. 그렇지만 물이 맑아 너무도 밝게 잘 보여라!" 이와 같이 내면을 숨길 길이 없으므로 군자는 안으로 살펴보아 부끄러움이 없어야 하고 그 마음의 지향하는 바가 미움 살 일이 없어야 하는 것이다. 범인들이 미치지 못하는 군자의 훌륭한 점은 오로시 타인들이 보지 못하는 그 깊은 내면에 있는 것이로다! 시는 말한다: "그대 방에 홀로 있을 때라도 하느님께 비는 제단 있는 저 구석에서 남이 안 본다고 부끄러운 짓을 하지는 말지어다." 그러므로 군자는 움직이어 자기를 뽐내기 않아도 사람들이 저절로 공경하고, 말을 하지 않고 침묵을 지켜도 사람들이 믿음을 준다. 시에 가로되: "열조께 제사음악을 연주하니 하느님께서 내려오시지만, 제사지내는 이와 하는 이, 모두 말이 없어라. 제사 지내는 모든 사람이 같이 하느님의 감화를 받아 서로 다투는 일 없어라." 그러므로 군자는 백성들에게 구태여 상을 내리지 않아도 백성들은 서로 기뻐하며 권면하고, 군자는 진노를 보이지 않아도 백성들은 망나니의 큰 도끼를 두려워하는 것보다도 더 그의 위세를 존중한다. 시에 가로되: "아아! 크게 빛나는 선왕의 덕이시여! 뭇 제후들이 그 덕을 본받지 않을 수 없나이다!" 그러므로 군자가 공경함을 더욱더욱 돈독히 하면 천하가 평화스럽게 되는 법이다. 시는 말한다: "하느님께서 문왕에게 이르셨도다. 나는 명덕을 가진 자를 사랑하노라. 나는 큰소리치고 얼굴빛에 감정을 노출시키는 그런 자를 귀하게 여기지를 않노라." 이에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소리와 얼굴빛은 백성을 교화시킴에는 말엽적인 것이다." 또 시에 가로되: "덕이란 가볍기가 털과 같아도 진실로 실행키가 어렵다." 그렇지만 "털"이라고 말해도 그것은 실오라기만큼의 무게라도 있어 비교될 수 있지 아니 한가? 문왕을 찬양하는 노래에,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은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어라!라는 가사가 있는데 이 표현이야말로 더 이상 비교할 바 없이 지극하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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