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꽃은 단연 코스모스였다.
코스모스 외에도 가을 꽃들이 많아지면서 코스모스는 잊혀졌다.
수운교의 풍광을 관리하는 자상한 조경사가 올해의 가을색을 코스모스로 살려냈다. 수운교에서 코스모스를 이렇게 많이 본 적은 없다.
초등학교 4학년 때, 학교에서 가을이 오기 전 단체로 신작로 길따라 코스모스 씨를 뿌리게 했다. 먼지나는 신작로 따라 오래된 플라타너스들이 줄지어 있었다. 고목의 홈 속으로 코스모스 씨를 슬쩍슬쩍 심었다. 고목에 핀 코스모스가 멋질 것 같았다.
그 뒤로 확인은 해보지 못했지만 지금까지도 그때 고목의 홈에 흙과 함께 심었던 씨들이 꽃을 피우게 됐을까 궁금해하곤 한다.
당시 시골학교의 단체노역은 신작로 길따라 코스모스 씨를 뿌리게 한 것외에 학교 마당에 떨어진 플라타너스 잎을 줍게 한 것. 긴 대바늘 같은걸로 잎을 꽂아 가득차면 한곳에 모으게 했다. 플라타너스 잎이 상당히 컸던것 같다.
또다른 노역은 피마자 씨 한주먹씩 나누어주고 집에가서 심어 한됫박 이상 학교로 가져오는 것이었다. 나는 담 아래 심었는데 너무 깊이 심어 친구들은 싹이 나오는데 내 것은 나오지 않아 안타까와했다. 심은지 얼마되지 않아 2학기 때 부산으로 전학되었다. 겨울방학이 되어 집에 왔을때 내 키보다 훨씬 크게 자란 피마자의 마른 대궁과 잎만 있었다. 싹이 안나와 걱정했는데 잘 자라주었구나.
시골학교에서 강제 전학되어 도회지에서 중학교 입시공부하고 있을 때 친구들은 학교마루에 피마자콩으로 기름 멕이는 노역도 했을 것이다.
수운교의 코스모스는 기쁨도 주고 50년 동안 가두어져 있는 추억을 소환시켜 주었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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