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료마전

이춘아 2022. 7. 1. 05:55

2022.6.30 목

오래전 일본 시코쿠에 갔을때 깊은 산골이었는데 용마의길 이라는 작은 표지판을 보고 말이 이 길을 지나다 떨어졌나, 하면서 스쳐지나갔었는데
용마가 료마 라는 메이지유신 주도자 중 한명이고, 시코쿠가 자랑하는 역사인물이었어요. 
그래서 기억하고있었는데 왓챠에 료마전 드라마(2010년 제작, 18부)가 올라와있어서 며칠에 걸쳐 보고, 원작소설 [료마가 간다]도 빌려와 보고 있어요. 

근대화시기 개화파 수구파로 나누어 싸웠듯이 일본도 엄청난 내분이 있었더군요. 유신으로 그 시기를 잘 넘긴덕분에 일본이 아시아에서 제국화할수 있었던 걸 볼수있었어요. 

필자인 시바 료타로는 료마가 남긴 말 중 ' 내가 관리가 되기위해 막부를 쓰러뜨린건 아니다' 라는 말 하나를 염두에 두고 긴 소설을 써나갈수 있다고 했어요. 책과 드라마에서 일관된 흐름은 사심없이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고 따라갔음을 강조하고 있어요. 

[료마전]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시대의 영웅으로 부각되었던것은 
일본인들 역시 료마 같은 순수한 사람을 찾고 있었음을 알게되었어요. 

내가 처음보았던 용마의길 작은 표지판이 다시 떠올랐어요. 
료마가 오랫동안 찾아다녔던 길. 

사람들이 이리저리 계파 짓고 있을때 자신의길을 찾아 끊임없이 움직였던 료마의 길, 료마의 도 를 무더위 속에서 보고 있습니다.

. . . . .
아래는 2005년 처음 일본을 방문했던 해.
일본답사기 일부입니다. 

일본문화답사기 ③
가지 않은 길
이춘아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를 따르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성경구절에서 ‘길’이 특별한 의미로 쓰여지고 있음을 깨달은 적이 있다. 그리고 老子의 道가 성경에서 언급하고 있는 ‘길’과 유사하다고 여겨 재미있게 대조하며 읽어본 적이 있다. 그 길과 道와는 또다른 진짜 길을 언제부터인가 좋아하게 되었다. 길을 좋아하게 된 뒤부터 지도를 보면 그냥 마음이 부풀어 오른다.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미련과 가본 길에 대한 정감이 뒤섞이면서 들뜨게 된다.
 
길에는 사람의 흔적이 있다. 어떤 형태로든 존재한다. 그것을 확인하는 것이 재미있다. 일본 松山공항에서 자동차로 2시간여 도착한 숙소는 깊은 두메산골이었다. 산이 높다는 것과 별이 보이고 은하수까지 느껴지는 산골이라는 것쯤을 짐작하고 자고 일어나니 별천지였다. 우리가 묵은 숙소인 센마이다는 빗물로 유지되는 산등성이 논인 천수답(天水沓) 한가운데 있는 곳이었고, 천수답이 천개 있다고 하여 千枚田(센마이다)라고 불리고 있는 곳이었다. 천수답을 살려내기 위해 도농협약을 맺어 유지하고 있는 것 같았다. 논마다 팻말이 있었는데,이름과 지역명이 적혀있다. 우리의 숙소는 이곳에 모심기나 벼베기 중간중간에 다니러 오는 도시사람들이 묵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곳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꼼꼼하게 잔손질이 잘되어있는 천수답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일본을 보기시작하였다. 논 사이에 오래된 이끼낀 묘지석도 보았고 작은 개구리와 사마귀같은 벌레들도 보았다. 그리고 길을 따라 올라갔다.길 옆에는 띄엄띄엄 집들이 있었다. 나와있는 사람은 없었지만 집안의 인기척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조용한 곳이었다. 향기가 나길래 돌아보니 길가에 천연스레 백합이 피어있었다. 한참 길을 따라 올라가니 <板本龍馬脫藩の道>이라는 팻말이 내리막산길을 가리키고 있었다. 전설적인 ‘용마가 뛰어내린 길’인가보다 여기고 되돌아왔다. 더 가기에는 무서웠기 때문이다.
 
나중에야 板本龍馬가 사람이름이었고 脫藩은 藩을 이탈한 19세기 중반 일본의 維新혁명의 기수였음을 알게 되었다. 고치縣 곳곳에서 板本龍馬라는 이름을 볼 수 있었다. 요사코이 마쯔리를 보러 고치市에 갔을 때 팜플렛에서 그의 생가, 박물관 등이 그림지도에 표시되어 있었다. 고치시에서 자동차로 2시간여 떨어진 유스하라 지역에서 내가 본 팻말만 해도 네댓개는 될 정도로 문화상품이었다. 그 길을 따라 가서 어쩌겠다는 것일까. 그 길을 따라 간 사람은 모두 죽었다.  유스하라 중심지 높은 언덕에 維新の門이 있는데 그곳에 있는 동상의 사람들 8명 모두 20~30대에 비명에 간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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