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죽기 직전까지 영화를 만든 바르다

이춘아 2021. 11. 9. 16:49


2021.11.9 화
죽기 직전까지 영화를 만든 바르다

어제 고사리들과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을 보았다. 이전에 보았지만 큰 화면으로 다시 보니 새삼스럽다. 영화는 역시 큰 화면으로 어두운 곳에서 집중해서 보아야 한다. 88살의아녜스 바르다와 33세의 JR이 함께 프랑스 시골 곳곳을 여행하면서 그 장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찍어서 벽에 붙인다.

곳곳을 다니면서 그동안 알고 지냈던 사람과의 추억이 있는 곳을 기념하는 사진작업도 하고 누벨바그의 전설적 인물인 고다르를 찾아가기도 하지만 그는 더이상 누군가를 만나기 원하지 않아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88세의 나이에 비해 체력도 있고 활기, 창작의 열정이 있지만 다큐멘터리영화 곳곳에서 아녜스는 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대도시가아닌 프랑스의 따뜻함이 있는 시골마을을 찾아가기도 하고 공장지대를 가기도 한다. 그의 관심은 그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얼굴에 삶의 모든 것이 함축되어 있는 것인만큼 아녜스는 얼굴을 영상으로 담아 크게 프린트하여 벽에 붙인다. 무채색의 벽이고 공간이었던 곳이 사진을 붙이자 그 공간이 살아난다.

대지예술가들의 작업과 유사하면서도 다르다. 사람들이 만들어낸 공간인 벽돌집 돌집 나무집 심지어 컨테이너에 사람의 얼굴과 몸의 사진을 붙이면 공간의 의미가 되살아났다. 그러한 작업의 결과는 그저 그런 사람들이 살아갔던 살아가는 공간이 아니라 특정의 사람의 가치가 표출되어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삶의 의미도 되새기게 하고 왜 예술인가, 를 생각하게도 한다. 그렇게 프랑스사람들의 예술적 심미안이 생겨났을 것임도 추측하게 한다.

88세의 아녜스 바르다는 이 영화를 2017년에 제작하고 2019년 사망하기 직전에 [아녜스가 말하는 바르다] 라는 다큐도 제작했다. 2019년 우리나라에서도 바르다를 기념하는 영화상영회가 열리기도 했다고 한다.

[아녜스가 말하는 바르다]에서 바르다는 자신의 삶을 이끈 것은 ‘영감 창작 공유’ 이 세가지였다고 한다. 어느날 시장에서 버려진 야채 등을 줍는 사람들을 보고 ‘우리가 버린 것을 이들은 줍고 먹는다’ 라는 단어가 떠올랐고, 영감을 받아 [이삭을 줍는 사람들]이라는 다큐영화를 만들었다. 영감이 떠오르면 창작으로 연결하는 작업들. 그 작업의 결과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영화로, 전시로 이어갔다. 죽을 시간이 없었던 바르다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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