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하리, [도둑맞은 집중력](김하현 옮김), 어크로스, 2023.
잠 들지 못하는 사회
101:
아주 오랫동안 기계의 리듬에 따라 살려고 노력했다. 배터리가 고장 날 때까지 밤이고 낮이고 끝없이 돌아갔다. 이제 나는 태양의 리듬에 따라 살고 있었다. 하늘이 캄캄해지면 서서히 속도를 늦추다 마침내 휴식에 들었고, 해가 떠오르면 자연스럽게 일어났다.
이러한 생활이 몸에 대한 나의 이해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었다. 몸이 평소에 내가 허용하던 정도보다 잠을 훨씬 많이 원한다는 것, 약물의 도움 없이 잠든 날에는 꿈이 더욱 생생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잔뜩 움츠려 있던 몸과 마음이 서서히 긴장을 풀고 원기를 회복하는 듯했다.
이러한 변화가 내가 지난 몇 년간보다 훨씬 오래 더 명료하게 사고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일지 궁금했다. 우리의 몸이 갈망하는 수수께끼 같은 긴 무의식의 시간(그리고 우리가 너무나도 자주 부인하는 시간)이 집중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최상의 과학적 증거들을 탐구해보기로 마음먹었다.
105:
그는 수면 부족이 특히 어린이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성인은 잠이 부족하면 보통 꾸벅꾸벅 조는 반면, 아이들은 보통 행동 과잉 상태가 된다. 찰스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아이들의 수면을 만성적으로 빼앗고 있습니다. 그러니 아이들이 다양한 수면 부족 증상을 보이는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예요.. 그리고 그중 가장 심각한 증상은 집중력 상실입니다.”
107:
“잘 자지 않으면 우리 몸은 그 상황을 위기로 해석합니다.” 록산느가 말했다. “잠을 빼앗겨도 살 수는 있습니다. 잠을 줄이지 않으면 아마 아이들을 키울 수 없을 거예요. 허리케인에서 살아남을 수도 없을 거고요. 우리는 분명 잠을 줄일 수 있어요. 하지만 거기에는 대가가 따라요. 그 대가는 바로 몸에서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된다는 거예요. 그럼 우리 몸은 이렇게 생각해요. ‘어, 잠을 줄이고 있네. 비상 상황인 게 분명해. 그런 비상 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온갖 생리적 변화를 일으켜야겠어. 혈압을 올리자. 패스트푸드도 더 당기게 만들 거야. 심박도 올릴 거고…’ 이 모든 변화는 나는 대기 상태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의 몸은 자신이 왜 깨어 있는지 모른다. “뇌는 우리가 빈둥거리면서 드라마를 보느라 잠을 안 자고 있다는 걸 몰라요. 우리가 잠을 안 자는 이유를 모르죠. 하지만 그 결과로 일종의 생리적 비상벨이 울리는 겁니다.”
109:
“카페인을 마심으로써 스스로에게 연료를 주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연료가 얼마나 텅 비었는지를 알아차리지 못할 뿐이죠. 카페인이 없어지면 두 배로 피곤해집니다.”
잠을 적게 잘수록 세상은 모든 면에서 더 흐릿해진다. 집중력도 나빠지고, 깊이 사고하고 관련성을 찾아내는 능력도 줄어들고, 기억력도 감소한다. 찰스는 사회에서 그 밖의 다른 변화가 발생하지 않는다 해도, 수면 시간의 감소 자체만으로 집중력이 실제로 위기에 처했음은 증명되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변화를 막지 못하고 그저 지켜만 보는 경험은 매우 슬픈 일입니다.” 그가 말했다. “충돌 사고가 벌어지는 것을 바라만 보는 기분이에요.”
소설의 수난 시대
124:
미국 시간 사용 조사는 2004년에서 2017년 사이에 재미로 독서를 하는 비율이 남성은 40퍼센트, 여성은 29퍼센트 줄었음을 발견했다. 현재 미국인의 약 57퍼센트가 1년간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는다. 이러한 경향은 점점 커져 2017년에 미국인의 하루 평균 독서 시간은 17분, 하루 평균 핸드폰 사용 시간은 5.4시간이 되었다. 복잡한 소설은 특히 수난을 겪고 있다. 현재 역사상 처음으로, 오로지 재미로 문학을 읽는 사람 수가 미국인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미국만큼 철저히 연구되지는 않았지만 영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도 비슷한 추세로 보인다.
다른 형태의 몰입과 마찬가지로 독서 역시 끊임없이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문화 속에서 점점 사라져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많은 사람에게 독서는 자신이 경험하는 가장 깊은 형태의 집중 상태다. 사람들은 독서를 통해 차분하고 침착하게 인생의 긴 시간을 한 가지 주제에 바치고, 그 주제가 우리의 정신에 스며들게 한다.
나는 내가 고른 책에 더욱 깊이 침잠하고 있다. 무척 긴 시간 동안(때로는 온종일) 책 속에서 길을 잃었고, 읽은 내용을 더 많이 이해하고 기억하고 있다고 느꼈다. 해변에 펼친 접이식 의자에서 책을 한 권 한 권 읽어 나가면서, 지난 5년간 정신없이 전 세계를 오갈 때보다 더 멀리 여행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127:
아네의 말을 들으며 독서의 붕괴가 어떤 면에서는 집중력 감퇴의 증상이자 원인임을 깨달았다. 이러한 변화는 나선의 형태를 띤다. 우리는 책에서 화면으로 이동하기 시작하면서 책에서 나오는 더 깊은 형태의 읽기 능력을 잃기 시작했고, 결국 책을 더욱더 안 읽게 되었다. 몸무게가 늘면 운동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과 비슷하다.
132:
종이책이라는 매체에 담긴 메시지는 뭐지? 글자가 구체적 의미를 전달하기 전부터 책은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한다. 먼저, 삶은 복잡하다. 삶을 이해하고 싶다면 깊이 숙고할 시간을 충분히 마련해야 하며, 속도 또한 늦춰야 한다. 둘째, 다른 걱정을 제쳐두고 한 가지에 주의를 기울이며 한 문장 한 문장, 한 쪽 한 쪽을 따라가는 경험은 가치 있는 일이다. 셋째,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고 생각하는 방식은 깊이 사고해 볼 만하다. 다른 이들에게도 우리처럼 복잡한 내면의 삶이 있다. 이 메시지가 인간본성의 가장 훌륭한 면(깊이 집중하는 순간이 많은 삶이 좋은 삶이라는 사실)을 북돋는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이유로 소셜미디어에서 시간을 보내면 (심지어 그들의 규칙에 따라 ‘좋아요’와 팔로우 수를 늘리며 잘해내고 있을 때조차) 지치고 불행해진다.
133:
우리는 소설을 읽을 때 다른 사람의 머릿속에 있는 경험에 푹 빠져든다. 사회적 상황을 그려보고, 깊고 복잡하게 타인과 그들의 경험을 상상한다. 키스 오틀리 교수는 그러므로 소설을 많이 읽으면 책 밖에서도 실제로 타인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어쩌면 소설은 타인과 공감하는 능력과 우리가 가진 가장 풍성하고 귀중한 형태의 집중)을 키워주는 일종의 공감체육관일지 모른다.
134:
설험 결과는 명확했다. 소설을 많이 읽을수록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읽어냈다. 막대한 영향이었다. 이것은 그저 교육을 잘 받았다는 증거가 아니었다. 비소설 독서는 공감 능력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레이먼드에게 물었다. 이유가 뭐죠? 그는 독서가 “독특한 의식 형태”를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책을 읽을 때 사람들은 종이 위의 단어를 향해 관심을 바깥으로 돌립니다. 동시에 그 내용을 머릿속에서 상상하면서 내면을 향해 엄청난 주의를 쏟습니다.” 눈을 감고 아무거나 상상하려고 애쓰는 행동과는 다르다. “그때 사람들의 관심은 구조화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종이 위의 단어를 향해 바깥으로 기울었다가, 그 단어의 의미를 향해 내면으로 기우는 것을 오가는 매우 독특한 상태가 되지요.” 독서는 “바깥을 향한 관심과 내면을 향한 관심을 결합하는 방법”이다. 특히 소설을 읽을 때 우리는 다른 사람의 삶을 상상한다. 레이먼드는 그때 우리가 “다양한 인물과 그들의 동기, 목표를 이해하려 애쓰고, 그런 다양한 요소를 따라가려 노력”한다고 말한다.
138:
타인의 내면에 대한 복잡한 이야기에 오랜 시간 노출되면 이 이야기가 우리의 의식 패턴을 다시 형성한다. 우리는 더욱 통찰력 있고 개방적이고 공감을 잘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반면 소셜미디어를 장악한 단절된 비명과 분노의 파편에 하루에 몇 시간씩 노출되면 우리의 사고 역시 그렇게 될 것이다. 내면의 목소리는 더 상스럽고 시끄러워질 것이며, 부드럽고 온화한 생각에 전만큼 귀 기울이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자신이 사용하는 기술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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