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통신25 - 워싱톤 스케치
March 31, 2000
이춘아
미국온지 근 8개월만에 드디어 미국의 수도 워싱톤 D.C.(District of Columbia: 서울특별시 처럼 미국의 특별구라는 명칭의 약자라고 합니다. 서부에 워싱톤이라는 지명이 있어 반드시 워싱톤 디시로 호명하고 있습니다.)를 방문하였습니다.
워싱톤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1시 경. 우리가 숙소로 정한 곳은 아메리카 대학 옆 웨슬리 세미너리라는 신학대학원의 게스트 하우스였습니다. 이 신학대학은 한국인 여자목사님이 부총장으로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워싱톤 시내에는 주차가 힘들어 가능한 차를 가지고 다니지 말고 지하철을 이용하라는 것이 관광객들에게 이르는 충고이기고 합니다만 워싱톤 시가지를 구경하기 위해 차를 가지고 나가보았습니다. 숙소인 웨슬리 신학대학원에서 시내 중심부로 가는 길목에 각 나라의 대사관이 주욱 이어져 있는데 한국 태국기가 보이더군요. 가슴이 뭉클해짐과 동시에 아! 정치의 중심부가 저기구나 했습니다.
지리상으로 보면 워싱톤 디시는 직사각형으로 그 중심부에 백악관이 자리하고 있어 사방이 백악관으로 통하게 되어있습니다. 백악관 바로 앞쪽으로 워싱톤기념탑이 있고 the National Mall에 이어 국회가 보입니다. 도로연결 구조로 보면 시가지의 중심부가 백악관으로 연결되는 듯 하지만 어떻게 보면 또 국회로 연결되는 듯 합니다.
백악관과 국회 사이에 내셔널 몰이라는 곳은 스미소니언 박물관이라고 일컫는 뮤지엄들 9개와 국립미술관이 배치되어 있어 외관상으로는 백악관과 국회 사이에 흐르는 치열한 정치적 교류가 뮤지엄과 잔디밭을 거쳐가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국회 뒤쪽에 대법원이 있고 국회 도서관이 있습니다. 국회 뒤쪽에 있는 크고 작은 사무실들은 각종의 단체들이 로비하기 위해 포진해 있습니다.
미국의 수도라고 하는 곳 그 중에도 백악과과 국회를 연결하는 그 곳은 분명 미국 뿐 아니라 세계의 각종 정치적 이슈가 다루어지고 있는 치열한 삶의 현장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전역에서 세계 전역에서 온 관광객에 뒤덮혀 긴장감을 덜어주고 있는 듯 합니다.
시절은 바야흐로 봄. 지금쯤 한국 진해에도 벚꽃놀이가 한창이겠습니다. 한국의 날씨와 비슷한 워싱톤은 아직 날씨가 쌀쌀하지만 벚꽃은 보기좋게 피었습니다. 워싱톤으로 견학온 학생들과 봄방학을 맞이하여 찾아온 가족관광객, 그리고 또다른 외국어를 말하고 있는 관광객들로 관광지는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입니다.
3일동안 그 많은 볼거리를 가능한 놓치지 않기 위해 욕심부리지 않고 짜임새 있게 구경해 보리라 했건만 육체적 한계에 부닥치고 아이의 치건거림에 눌려 박물관을 중심으로한 구경거리에만 한정짓기로 했습니다. 3일동안 몰 부근에서만 놀았는데도 불구하고 구경못한 박물관이 많았습니다. 한국에서 발간한 관광안내서에는 하루만에 다 보라고 하니 무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뮤지엄 하나하나만 해도 커서 걸어다니기 힘든데 박물관 사이사이로 걸어 다니는 것도 힘들어 뮤지엄 몇군데를 돌고 난후 우리는 Hirshhorn Museum의 휴게소파가 제일 좋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세상에 그렇게 편안한 소파는 처음 앉아본 것 같았습니다. 이럴 때는 ‘금강산도 식후경’같은 적절한 표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가시면 반드시 그 소파에 앉아보십시오.
숙소에서 시내로 가는 교통편은 학교셔틀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하여 다녔습니다. 지하철에서 만나는 미국수도 사람들의 모습을 봅니다. 어디서 많이 본 인상이라고 여겨져 그것이 무엇인가 한참 생각했었습니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수도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은 같았습니다. 만성피곤에 지친 모습이었습니다. 특히 남부에서 올라온 시골사람같은 저의 눈에 비친 워싱톤 사람들은 두터운 외투에 2-3개씩의 가방을 든 세련되어 보이나 지친 얼굴들입니다.
혼잡한 지하철에서 몇 개씩 가방을 든 여자가 내 앞에 섰길래 얼른 가방을 받아들려고 했더니 차갑게 거절하더군요. 나중에 남편이 말하길 이 곳에서는 가방을 받아준다든지 그런 행동을 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짐을 들어주어 고맙게 여기기는커녕 오히려 이상하게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나는 동양인의 모습을 하고 있으니까요. 그럴수도 있겠다 생각하면서도 정떨어지는 도시의 느낌을 갖습니다.
지하철이든 버스에서든 책들을 많이 읽고 있습니다. 갑자기 웃음이 나옵니다. 미국 갔더니 거지도 양담배 피우고 있더라, 와. 하며 웃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양담배가 밀수되어 거래되던 때 미국거지는 양담배 피우고 있더라니 와! 할 수 밖에요. 그런데 미국오니까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두꺼운 원서를 읽고 있습디다.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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