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통신

Women's History Month

이춘아 2019. 8. 8. 11:19


미국통신23 - Women's History Month

March 10, 2000

이춘아 


 

31일 내쉬빌 시내에 위치하고 있는 Scarritt-Bennett Center가 운영하는 도서관에 들렸습니다. 도서관 중앙 테이블에는 그 달과 관련한 책과 자료들을 전시해 두고 있습니다. 지난 2월은 흑인역사의 달이라고 하여 미국흑인들의 역사와 관련한 자료를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미국흑인에 관한 한 공식적인 명칭은 반드시 African-American이라고 표기하고 있음)

 

3월은 여성 역사의 달이라 여성해방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책을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이 책 저 책들을 들춰봅니다. 한국에서 언젠가 본 책들도 있고, 제목만이라도 익숙한 책들도 있습니다. 그 중 재미있을 것 같은 책을 뽑아들었습니다. 제목이 [Beyond Beijing - the next step for women]입니다. 이 책은 저자가 19958월에서 9월 사이에 개최된 각종 여성회의에 참석하면서 기록한 것입니다. 헬싱키에서 열린 평화와 자유를 위한 여성국제연맹회의에서 출발하여 베이징 세계여성회의에 이르기까지 두달 동안의 여행일지인 셈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Joan Chittister 수녀님입니다. 제가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한 부분은 열정적인 여성권리옹호자인 한 여성의 눈으로 본 personal journal이란 점입니다.

 

또 다른 자료가 눈에 띕니다. 여성역사의 달을 기념하여 열리는 Bible Study 안내자료입니다. 3월 한달 동안 매주 1회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이 곳 센터의 예배실에서 열린다는 것이었습니다. 강사는 Paula Mcgee라는 흑인여자목사님입니다. 성경공부의 주제는 당신의 위대함을 받아들이라입니다.

 

지난 2월부터 저는 나름대로의 기념행사를 갖고 있습니다. 흑인역사의 달이었던 2월부터는 Nashville DID(Diversity in Dialogue)라는 인종차별과 관련한 시민대화 모임에 매주 참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성역사의 달인 3월에는 여성관련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이 성경공부시간에 들어갔습니다.

 

첫날 20여명이 참석한 이 모임에는 3-4명의 백인을 제외하고는 모두 흑인여성들이었고 아시안인은 저 한명 뿐이었습니다.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열리는 모임이라 방청객들은 내쉬빌 시내에 직장을 두고 있는 여성들이었는데 멋쟁이 흑인여성들은 다 본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강사인 여자목사님은 머리카락을 일센티 정도만 남기고 짧게 짤랐는데 그 분위기 자체가 지적이고 간결한 흑인여성해방론자를 대변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설교도 열정적이어서 일반 교회의 설교와는 다른 감동을 받았습니다.

 

두 번 참석해본 이 성경공부는 설교중심의 예배형식이었는데 성경구절을 인용하여 여성자신의 위대함을 찾아가도록 설교하는 것입니다. 이름하여 여성신학에 기초한 예배입니다.

 

인용된 부분은 구약 사무엘 상에 나오는 다윗에 관한 구절입니다. 첫 주에는 다윗의 직업변경에 관한 것이었고 두 번째 주는 다윗이 골리앗과 싸울 때 사용한 무기에 관한 것입니다. 줄거리는 이렀습니다. 다윗의 직업은 애초에 목동이었지 적군과 싸울 수 있도록 훈련된 군인은 아니었다. 그리고 다윗은 적군의 장수인 골리앗과 대적할 때 갑옷으로 무장하고 칼을 들고 싸운 것이 아니라 평상시의 목동 옷을 입고 자신의 주 무기였던 돌팔매를 이용하여 적군을 물리쳤다는 것입니다.

 

목동이었던 소년 다윗이 적군과 싸우고자 했을 때 다윗의 형을 비롯하여 주변 사람들이 극구 반대합니다만 다윗은 창조주 하나님의 소명을 따라 자신도 할 수 있음을 받아들이고 적군과 맞섰고 자신에게 익숙한 무기를 사용하였다는 것입니다. 여성해방과 관련지워져 이렇게 해석됩니다. 남들의 이목에 가리워진 여성 개개인의 위대함을 다윗처럼 찾아나가되 남성적인 방법이 아닌 여성고유의 방법을 찾아 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몇 달전 제가 다니고 있는 한인감리교회에서 성경퀴즈 대회가 있었는데 바로 이 사무엘 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읽은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러나 이 구절을 읽으면서 그 주인공은 남성이고 다윗이라는 위대한 왕에 관한 이야기라고만 여겼지 나와 관련지워서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는 생각이 지나가더군요. 이제까지 제가 성경을 받아들이는 틀은 하나님의 말씀에 복종하면 결국에는 복을 받는다는 것입니다만 구체적으로 여성인 나와 관련지워 해석한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여성신학에 바탕한 이러한 설교는 감히 그 위대한 다윗의 용기가 여성인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음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난 1995년 베이징 세계여성대회에서 그렇게 많이 거론되었던 empowerment라는 단어를 이제야 이해하게 됐습니다.

 

내친 김에 도서관에서 여성설교모음집을 빌려왔습니다.

 

이곳 내쉬빌에는 테네시주가 남부의 하버드 대학이라고 자랑하는 사학명문 Vanderbilt 대학이 있습니다. 이 대학에 Margaret Cuninggim Women's Center가 있어 다양한 여성학 강좌가 개설되어 있습니다. 이 연구소 역시 여성의 달을 맞이하여 여러 가지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그 중 가장 큰 행사가 321일에 있을 Rebecca Walker라는 여성학자 초청 강연입니다.

 

Walker1989년부터 [Ms.]잡지 편집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페미니스트재단이 주는 올해의 페미니스트로 선정된바 있고, 타임지가 선정한 미국의 미래지도자 50인중의 한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또한 워커는 1996년에 Brooklyn에서 <Cyberlounge/Espresso bar/Bookstore>를 열었다고 합니다. 이름이 멋있지요. 사이버라운지/ 에스프레소 커피향의 바/ 그리고 책방까지. 우리의 톡투미같으네요.

 

* Scarritt-Bennett Center를 다시 소개합니다. 이 센터는 1988년까지는 대학이었다가 재정난으로 문을 닫고 미국감리교 여선교회가 인수하여 센터로 바꾸어 교회여성들을 위한 교육센터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스캐릿 대학은 과거 우리나라에도 여러명의 여성 선교사를 보낸바 있으며 이런 영향으로 김대중대통령의 부인이신 이희호여사가 1956년부터 1958년까지 이 대학에서 공부하여 사회학 석사학위를 받은바 있습니다. 내쉬빌에서 가장 아름다운 교정으로 제가 선정한 곳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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