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칼럼

인생은 아름다워

이춘아 2019. 8. 12. 17:01


2007.9.15

이춘아

인생은 아름다워 (1)

무표정한 얼굴 속 내면의 깊이를 찾아내자


 

참 이상하지요. 우리는 왜 꼭 확인을 해보아야만 알 수 있는 것일까요. 어르신들의 영어연극 발표를 보기전까지만 해도 우리 유성문화원의 어르신들 한명한명이 그렇게 빛나보이리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지난달 818일 토요일 오후 한남대학교 소강당에서 이루어진 <춘향전> 영어연극 발표에 20여명의 어르신들이 참여하셨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연극발표를 보기위해 온 가족들이 오셨습니다. 어르신 발표회에 이어 어린이들의 영어연극 발표를 보기 위해 온 가족들이 참여했습니다. 소강당 객석에는 전 연령층이 앉아 발표회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저는 과장되게 말해 천지개벽이라 여깁니다. 손자손녀의 발표를 보기위해 할머니 할아버지가 오시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만, 할머니 할아버지의 발표를 보기위해 손자손녀 아들 딸이 온 가족이 왔다는 사실은 그것만으로 놀라운 변화입니다.

 

그들은 보았을 것입니다. 제가 느꼈던 것처럼, 평소의 무표정한 어르신의 얼굴 이면에 저토록 밝고 빛나는 내면이 있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리허설까지만 해도 흥분된 모습이었습니다. 발표회를 앞둔 흥분된 모습은 누구나 갖는 감정형태입니다. 이날 제가 발견한 것은 우리의 감정표현은 서로 다르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딱딱하게 굳어진 인생의 주름뒤 편에 감춰진 보편적인 감정은 보지 못했나 하는 것이었지요.

 

우리 관객들이 본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줄거리의 춘향전을 영어연극 형태로 어르신들이 배우로 참여했다는 아주 객관적인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진짜로 본 것은 연극이라는 문화적 매개로 인해 사람의 감정은 누구나 똑 같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관객만 그렇게 느낀 것이 아니고 연극발표에 참여한 어르신도 그러했다는 것입니다. 잃어버렸다고 여기고 있었던 어쩌면 잊고 있었던 감정을 연극 연습과 발표에 몰입해 있는 순간 되찾았습니다. 우리는 그 감정을 되살리고 싶습니다. 살아온 삶을 주름진 얼굴, 무표정한 얼굴로 가리지 말고 자신의 삶의 깊이를 드러내는 감정표현을 해보자는 것입니다.

 

연극이 끝나고 다음에 만났을 때 어르신의 모습은 예전으로 돌아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연극발표를 이야기하자 또다시 흥분된 얼굴표정이 되살아났습니다. 바로 저거야, 저 표정, 저렇게 숨어있는 자신의 감정을 되살리는 작업이 문화활동의 존재 이유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인생은 아름다워(2)

내 삶을 내가 표현한다

 

유성문화원의 어르신들이 다시 모였습니다. 이제는 우리 자신들의 삶의 이야기를 끌어내 연극화하기 위해서입니다. 올해 봄 어르신들을 지도해주시는 한상근 교수님이 처음 어르신들의 삶의 이야기를 극화하여 보자고 하셨을때만 해도 그것이 가능할까 생각되면서도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유명작가의 극본이 아닌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삶의 이야기, 평범한 이야기이지만 누구나 다 알고 있을 수도 있는 이야기, 자신들의 이야기를 만들어 극화하여 보여주고, 그것을 본 사람들, 어르신들이 그 이야기에 동감하고, 나도 내 삶을 저렇게 표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8월 어르신들의 영어연극 발표회 이전까지만 해도 내심 자신은 없었습니다만, 이제는 할 수 있으실 것 같다는 확신이 듭니다. 올 봄부터 무대에 서는 태도, 발성법, 자신들의 이야기 끌어내기 등등을 해왔습니다. 이제는 그동안 끌어냈던 자신들의 이야기를 극화하는 작업이 남아있습니다. 1121일 발표를 목표로 하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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