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숲밭

실을 감으며

이춘아 2020. 3. 3. 12:17

 

 

 

 

 

 

2020.3.3

 

오래전 사두었던 실을 감는다. 언젠가 하겠지하면서 사두었던 실을 자가격리 기간에 드디어 손을 댔다. 이불을 꿰맬 작정이다.

발에 감으면서 옛 시간을 좇아간다. 각종 실을 감을 일이 많았을때 엄마나 언니는 나의 팔을 벌리게 하고 실을 감았다. 왜그리 지겨웠던지. 이제 내 발에 걸고 실을 감으며 추억거리를 떠올린다.

 

오늘처럼 볕이 좋은 날 팔을 내어준 나는 졸다가 저절로 팔이 내려가면 한마디 소리나면 또 팔을 올리고..

아~ 그 때는 실 감을 일이 그리도 많았던지.

 

드디어 이불 꿰매다. 오랫만에 덮어볼 솜이불이여!

 

2020.3.10

솜이불 하나를 더 꿰었다. 전혀 짝이 맞지 않을 시트들인데 덧대다보니 모양이 그럴듯하다. 햇볕에 다시 말렸다. 오리털 거위털 이불이 유행하면서 솜이불이 밀려버렸다. 우리집도 마찬가지여서 솜이불의 싸개를 빠느라 벗겨진채 십년가까이 이불장에 모셔져 있었다. 이불집에서 해준 겉싸개가 예쁘긴한데 나이롱기가 많은지 미끌거리는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꿰매지 않고 두었다.

 

햇볕 많은곳으로 데리고와서 충분히 거풍을 한후 이런저런 면 시트지로 꿰매고 나니 이리 좋은걸. 솜이불은 적당한 무게감과 함께 몸에 감기는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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