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1월4일
사소해보이는 것에 대한 미련
한 친구가 전화를 해 주었습니다.자신은 동안거 중이라고.단5일간의 동안거이며 장소는 집이라 하고는 나의 주소를 묻어봅니다.분명 그 친구는 카드를 보내려는 의도로 물어보았을 것이며, ‘동안거’라는 거창한 이름의 명분으로 휴가를 내어 집에서 차분히 지내면서 기껏(?)하고자 하는 일이 오랫동안 직접 연락하지 못했던 어른들과 친구 들에게 카드보내는 것이었다는데에 생각이 미쳤습니다.
참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그 친구가 마음한켠으로 늘 미련을 두었던 부분은 어쩌면 사소해보이기도 하고 구시대적인 산물인듯한 카드쓰기이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아마 카드쓰기 이면에는 자신의 소식을 메일로서가 아닌 자신의 필체로서 전하고 싶었던 마음이었을겁니다.카드를 써서 보냈다고 하여 그 마음이 완전 덜어지지는 않았을 테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그렇게 사소해 보이는 것에 대한 미련을 늘 갖고 지내고 있고 그 미련이 있기에 세상 한켠이 따뜻할 수 있습니다.
몇 년전 직장을 그만두고 쉬고 있을 때 친구에게 편지를 쓰고 있었습니다.햇볕들어오는 창가에서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틀어놓고 엎드려 편지질을 하고 있노라니 바로 이런 일이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늘 무엇인가 하고 있었지만 정말 하고 싶었던 것이 고작 창가에 엎드려 편지질하는 것이었다는 사실이 왜그리 신기했던지요.아마도 그 한가함과 느긋함과 사춘기시절 같은 느낌 때문이었을까요?그것이 내 젊은 시절을 되돌릴수 있는 유일한 느낌이었을까요?모르겠습니다.
연초 일간지 두곳에서 틱낫한 스님에 관한 글을 특집으로 실었습니다.내용은 집중(concentration)과 마음다함(mindfulness)이란 두 단어로 집약됩니다.요즘 마음이 산란하여 우왕좌왕하고 있는 중이어서인지 이 두 단어가 다가옵니다.몇 년전 틱낫한 스님의 글을 읽었을 때도 인상깊었던 것이 밥먹을 때 밥만 먹고 똥눌 때 똥만 누란 것이었습니다.너무나 평범한 말들에 새삼스럽게 충격을 받는 우리 자신들이 놀라울 따름입니다.너무나 사소해보이는 것에 못미치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무심함과 중요하다고 여기고 있는 것에 대한 무상함이 덧없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사소해보인다고 여겨왔던 것,그러나 미련을 두어왔던 것에 대해 좀더 집중하여 마음을 두어보기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