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글은 전주국제영화제 다녀오고난 후 영화한편 더 보고 쓴 글입니다.
2003년5월11일
영화의 리얼리티
금요일 낮1시55분 상영의[살인의 추억]을 보았습니다.영화보러가기 직전까지 나는 일상에 있었고 영화를 보고난 직후 역시 일상에 있었습니다.그리고 지난 며칠간의 일상속에서 내가 보고온 영화에 대해 간간히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그러다 문득‘리얼리티’라는 단어를 떠올리고 보고온 영화의 장면들을 떠올려보니[살인의 추억]은 리얼리티에 충실한 영화였다고 정리해봅니다.사실주의 또는 사실성에 입각하여 만든 영화,이렇게 정리하기 보다는 우리식 발음의‘리.얼.리.티’가 더 맞는 것 같습니다.
추억 또는 기억은‘리.얼.리.티’가 아닌데 영화는 장면장면 하나가‘리얼’했습니다.경찰서에서 일어나는 일상을,사건을 추적해나가는 형사들의 일상을 내가 직접 단한번도 본적은 없지만 영화를 보면서 정말 그럴것이라고 믿게 했습니다.믿게되는 근거는 그들 생활의 리얼리티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며 내 생활속의 리얼리티와 닮아있거나 보아왔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사람들이,관객들이 보고 싶어하는 것,그리하여 결과적으로 대중성을 확보한 영화는 리얼리티를 담보해내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살인의 추억]을 보러가기 일주일전 목요일,우리 목요문화모임에서 전주국제영화제 구경을 갔습니다.국제영화제라고 하는 것을 처음 구경하러가는 나는,우리는 시간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영화제 팜플렛에 나온 일정표를 미리 보고 궁리한 결과 우리의 일정 각본을 다음과 같이 짰습니다.덕진공원에 차를 주차하고 셔틀버스로 이동하여 공원과 가까운 곳에서 진행하는[다큐멘타리 포럼]을 구경한다,그다음 다시 셔틀버스로 이동하여 전주비빔밥을 먹고 영화한편을 보고 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의 목요문화모임에서 전주국제영화제 구경가는 취지는 그야말로 국제영화제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가를 보기 위함이었습니다.하루종일이 아닌 반나절을 시간내어 가는 우리의 일정에 맞추어 나름대로 구경해보기 위함이었습니다. 4개국어로 진행된 포럼에서 우리가 보았던 것은 포럼에 나와 이야기하는 외국영화감독들의 태도였습니다.포럼 단상위에서 한 러시아 감독은 자신이 만든것과 다른 감독이 만든 짧은 다큐멘타리를 보여주었습니다.한 감독은 단상위에 앉아있으면서 캠코드같은 촬영기로 포럼 장면을 계속 찍고 있었습니다.또 한편의 기록물을 찍고 있는 셈입니다.포럼행사 자체가 마치 다큐멘타리를 보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포럼의 주제인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경계에 대해서도 처음이나마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했습니다.
전주에 온 기념으로 전주비빔밥을 먹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기에 한시간 반이 경과했음에도 더 진지해지려는 포럼장에서 나와야 했습니다.밥을 먹고 덕진문화회관에서[아사쿠사 키드]라는 일본영화를 보았습니다.영화를 보고 나온 우리는 나름대로의 감동을 갖고 대전으로 향했습니다.아마도 포럼에서 나온 이야기들이 어떤 영향을 주었기에 좀더 진지하게 영화를 볼 수 있어 감동이 더 해졌던 것 같습니다.어둠속의 고속도로를 질주해오면서 빡빡한 우리의 일상을 탈출해 문화행사를 즐기고 올 수 있었던 우리가 참 멋있게 느껴졌습니다.그렇게 국제영화제라는 것을 처음 구경해 보았습니다.
전주국제영화제를 구경하고온 나는 간간히 영화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아사쿠사 키드]라는 일본영화에 이어[추억의 살인]이라는 한국영화를 나름의 시각으로 비교해보고자 일년에 한편 보기도 힘든 영화관 영화를 일주일 사이에 두편이나 보았습니다.나의 일상에 영화의 리얼리티가 들어왔습니다.그 리얼리티는 나의 리얼리티에 영향을 주어 이른 새벽 잠에서 깨어나‘리.얼.리.티’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하였고 벌떡 일어나 이렇게 글을 쓰게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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