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7.6 화
[한나] 감독: 안드레아 팔라오로, 출연: 샬롯 램플링, 앙드레 빌름스, 장미셀 발타자르…
샬롯 램플링.1946년생 영국 배우. 램플링 출연의 영화는 많이 보았었다. 45년후, 한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아이 애나, 아이 오브 더 스톰. 나이든 그녀의 모습만 많이 본 것 같아 비교적 젊었을 때 모습을 찾아본다. [아이 애나]가 2012년작. [잘가요 내사랑] 1975년작, 로버트 미첨과 출연했다. 내 기억으로 로버트 미첨은 옛날 배우인데 샬롯 램플링은 현역이다.
고사리 회원들과 세 번째 영화로 [한나]를 보았다. 디비디가 디비디 플레이어에 최적화되어 있어서 컴퓨터에서 잘 작동하지 않는다고 했다. 끊어서 장면을 골라 보기에는 좋으나 함께 보는 자리에서는 복잡해졌다.
[한나]는 샬롯 램플링의 내면 연기라는 것을 보여주는 램플링에 의한 램플링을 위한 영화이다. 2017년 제작, 1946년생인 샬롯의 나이 70세의 모습인 한나를 보여준다. 남편은 무슨 건으로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다. 그리고 한나의 일상이 순간순간 지나간다. 연극 연습, 소리 지르기, 교도소로 수감되기 전날 남편과 식사하고 잠이 드는 모습. 집에서 키우고 있는 개는 남편과 무척 정이 들어 있어 교도소로 간 남편을 문 앞에서 기다린다. 한나는 자가용이 없는 것 같다. 대중교통으로 이동한다. 지하철에서 보이는 사람들. 사랑 싸움하는 여성, 혼자서 마임하는 남자. 그들은 모두 흑인이었다. 지하철 이용자들은 프랑스의 하층 계급으로 보인다.
한나는 부잣집의 청소부로 일한다. 샬롯의 집 안은 어둡다. 커튼을 걷으면 밝아지지만 대부분 내려져 있다. 환한 장면은 개를 씻기고 드라이어로 말려주는 부분. 샬롯의 일상은 연극 연습하는 장소, 청소부로 나가는 부잣집, 수영장이다. 일상을 침범하는 이웃. 윗집에서 물이 흘러 천장에 얼룩이 지고, “우리집 아이가 잠을 못자고 있다”고 항의하는 소리. 샬롯은 그 항의를 외면한다, 듣지 않으려 한다. 손주의 생일파티를 위해 백합과 케익을 준비해서 가지만 아들로부터 다시는 오지 말라는 말을 듣는다.
청소다니는 부잣집에는 자폐아인듯한 소년이 있다. 그 소년은 머리카락을 만져달라며 한나의 무릎에 눕기도 한다. 한나와 그 소년은 정서적으로 친해보인다. 소년의 엄마는 소년에게 신문기사를 읽어준다. 그 내용을 듣는 한나.
머리가 아프다며 그 집에서 일찍 나와 손주가 다니는 학교를 찾아간다. 한참 쳐다보다가 돌아선다. 손주는 자신에게 있는 남아있는 사랑 덩어리였는데 아들로부터 만남 접촉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 가끔 가던 수영장에서는 멤버십 기한이 끝났다는 통고를 받는다. 샬롯이 좋아하는 것들이 하나하나 차단된다.
천장 수리를 위해 옷장을 옮기다 남편이 숨겨놓은 사진봉투를 발견한다. 교도소에 있는 남편을 찾아간다. 남편은 언제 다시 올거냐고 묻는데 샬롯은 모르겠다고 하고, 일어서서 가는 남편에게 사진을 찾았다고 말한다. 아마 그동안 남편의 죄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는데 물증이 나오면서 샬롯은 남편을 마음에서 떠나 보낸다. 그리고 남편을 무척 따랐던 개를 다른 집으로 입양시킨다.
모두 떠나보냈다. 연극대사 발표가 있던 날, 샬롯은 옷도 차려입고 발표하려하지만 대사가 나오지 않는다. 그 자리에서 나온 그녀는 신문기사에 났던 해변으로 밀려온 고래를 보러간다. 그 고래는 살 곳을 잃었다. 그리고 지하철을 타기 위해 긴 계단을 내려간다. 지하철을 기다리는 샬롯. 거기에서 영화는 끝난다.
그나마 믿었던 남편도 마음으로 떠나보내고 집에서 키우던 개도 보낸다. 아들과 손주도 접근이 어렵다. 그녀의 일상을 지탱해주던 것들이 하나하나 무너지면서 샬롯은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 지탱해주던 일상의 뼈대들인 공간, 사람들이 무너진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유튜브 제작 시간에 나는 ‘은퇴 후 반복되는 일상의 모습’을 찍고 싶다고 했다. 그 일상은 평온의 반복이다. 내가 그토록 기다려온 평온의 모습이다. 남편의 구속 건이 아니었으면 평온했을 한나 였지만 남편으로 인해 그녀의 온 일상이 모두 무너져가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영화 스토리만으로 보면 모두가 두려워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영화로서 샬롯 램플링이 보여주는 표정이 연극같아 객관화할 수 있었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반복되는 일상 (아침에 일어나 운동하고 밥 먹고 청소하고 산책하고 책보고 영화보고 글쓰고 영상 비대면으로 혹은 대면으로 고사리들을 만나고 다시 집이라는공간에 잠자는..)을 깨뜨리는 것은 누군가 아파서 또는 외부 사건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시간. 그 고통을 함께 하는 시간들. 하지만 직접적으로 일상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 그러다 남편이 아프거나 내가 아프게 되면 일상의 점 점들이 바뀌게 된다. 내가 원하는 일상은 먹고 사는 단순한 행위 사이사이의 평온이다. 그런데 외부의 내부의 틈입은 그 평온의 일상을 바꿔놓고 지옥이 된다. 눈 뜨고 씻고 움직이고 먹고 자는 반복되는 일상 사이사이의 시간들이 천국과 지옥이 교차하는 시간들이다. 그 사이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가 결국은 관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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