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통신

제2외국어 습득

이춘아 2019. 8. 6. 07:46


미국통신4 - 2외국어 습득, 미해결의 과제

October 6, 1999

이춘아

 

 

나는 왜 이다지도 영어학습을 열심히 하는 걸일까요. 대학원 입학 등의 똑부러진 목표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물론 미국에 오기전 나름대로 세운 목표가 제대로 영어를 배우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오로지 배우겠다, 시간을 내어 제대로 배워보겠다는 단순한 학습기회 포착이 목표였을 뿐입니다.


미국에 온지 두 달이 가까워 옵니다. 그동안 저는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어학코스 등록을 하였습니다. 일주일에 41-2시간 conversationlab실 사용 등록을 하였지요. grammar, writing, reading 등을 포함하여 기본과목으로 한 과목당 255달러(30만원 가량)인데 저로서는 모두 등록하기에 너무 비싸 conversation만 등록하였지요. 그리고 9월 중순경부터는 미국감리교회가 지역사회를 위해 서비스하고 있는 외국인들을 위한 영어수업에 일주일에 두 번 다니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이 곳 미국에 와서 영어를 배우기 위해 투여하는 시간이 일주일에 12시간입니다. 전체 시간은 일주일 12시간 정도이지만 영어배우는데 매우 바쁜 편입니다. 어학코스시간은 학생들이 어학연수를 오거나, 대학원 입학을 위해 옵니다. 그리고 교회제공의 ESL은 대다수 주부들로 한국인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습니다. 막연하나마 그들은 이 곳 생활에 적응하기 위하거나 못다한 외국어를 보충하기 위한 것이지요.


며칠전 Lab실에서 옆에 앉은 중국인 여학생들이 말하더군요. 내가 영어를 잘 한다고. 어디서 왔냐고. 한국이라고. 한국인들은 영어를 잘하나 보다고. 쓴 웃음을 지었지요. 속으로 나는 그랬지요. 그래 우리가 얼마나 오랫동안 영어를 배웠는데. 12년동안이나 학교에서 배웠다. 읽는 것이야 잘하지. 하지만 막상 말하는 것은 지금 너보다 못한 것 같다.

지방에서 자란 사람들은 모두 겪어본 것이겠지만 저도 고등학교까지 지방에서 자랐기에 책읽을 때는 표준으로 읽습니다. 그러나 막상 사람들과 말을 할 때면 겉잡을 수 없는 경상도 억양으로 그것도 사투리까지 곁들여가며 말을 하지요. 언어라는 것. 저도 영어를 읽을 때는 그 중국인 여학생 말마따나 잘 읽습니다. 그런데 막상 말문을 꺼낼려면 단어도 떠오르지 않고 어떻게 시작해야할 지 한참 생각해야 합니다. 그러다보면 대화에서 제외되고 자연 과묵해질수 밖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우선은 영어를 열심히 배웁니다. 이 행위는 오로지 나의 여생에서 해결해야할 과제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혹자는 여행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라고 합니다. 물론 나도 그렇긴 하지요만은 나의 더 깊은 뜻은 왜 그렇게 오래 공부했었는데 이렇게 듣지도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가라는 언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입니다. 조금만 더 집중해서 하면 잘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어떤 교포가 그러더군요. 6개월은 지나야 들린다고. 나는 일년동안만 있을거니까 더 빨리 해야되는데. 초조해지더군요. 언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나는 12년 이상을 투자했는데도 시간이 해결해준 것은 아니었다고.


내가 중학교부터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요즘 애들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 배우니까 요즘 애들은 내가 받았던 영어와 관련된 각종의 고통을 더 오래받으면서 살게 되는 것은 아닐까. 왜 나는 영어를 못하는 것일까 라는 스트레스를 그들은 더 많이 느끼며 살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습니다.


일년 후 나는 하나의 답을 갖고 돌아갈 것입니다. 기대하십시오. 어떻게 하면 영어가 되는지. 어느 순간에 뚫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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