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민, [기분만 좋으면 된다], 미다스북스, 2023.
(44~46쪽)
아침에 일어나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3분 가량을 누워 있다가 일어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누워 있는 시간, 이 시간이 무척 중요하다.
그 시간은 바로 기분을 살피는 시간이다. 아직 잠에서 완전히 깨어나지 않은 순간, 의식이 몽롱한 상태에서 기분이 어떤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잠을 푹 자서 몸이 개운하고 마음도 가볍다면 기분이 좋다. 기분이 좋으면 향긋한 이불 냄새가 더욱 진하게 느껴진다. 좋은 기분이 몸의 감각을 깨우는 걸까? 반면 잠을 설쳐 몸 상태가 불안정하거나 오늘 처리해야 할 일이나 보기 싫은 동료가 떠올라 마음이 심란하면 기분이 나빠진다. 머리는 복잡해지고 생각은 많아진다. 순간 스트레스가 치솟아 이마가 찌뿌려지기도 한다. 남아 있던 몸의 생기도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이처럼 침대에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은 지금 이 순간의 기분이 어떤지를 알아차리는 시간이다. 기분이 몸과 마음의 상태를 정확하게 보여준다는 걸 우리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아침에 잠에서 깨자마자 기분을 통해 몸과 마음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다.
기분은 몸과 마음의 상태를 정확하게 비추는 거울이다. 감기 증세나 염증 질환으로 열이 나고 콧물이 흐르고 근육통 등의 통증이 있으면 기분이 나빠진다. 위장질환이 됐든 호르몬이나 근육계통에 이상이 생기든 어떤 질병에도 기분은 몸 상태 그대로 반응한다. 특히 미세한 질환에도 기분은 민감하다. 소화불량이나 편두통, 미열 등의 가벼운 증상에도 기분은 처진다. 또한 기운이 없어 입맛이 없거나 의욕이 떨어져도 기분은 가라앉는다. 기분이 나빠지면 체력도 평상시보다 일찍 고갈된다. 패배에 몰려 기분이 나빠진 운동선수들이 체력이 떨어져 경기를 뛰지 못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갑자기 기분이 나빠졌다면 제일 먼저 몸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기분은 마음의 상태도 정확하게 보여준다. 좋지 않은 일이 생겨 마음이 힘들거나 괴로우면 기분이 급격하게 나빠진다. 마음이 어수선하거나 부안하고 초조해도 기분은 좋지 않다. 마음이 불편해도 마친가지다.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나 특정한 상황 속에서 마음이 거북하고 갑갑하면 기분도 금세 가라앉는다. 만약 마음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모욕감과 자괴감, 절망을 느끼고 있다면 기분은 최악으로 내몰린다. 어떤 경우에든 마음이 안 좋다면 기분은 그 마음을 그대로 나타낸다. 특히 마음이 찜찜하거나 두 가지 이상의 감정으로 마음이 꺼림직할 때도 기분은 마음의 상태를 날카롭게 꿰뚫어보고 있다. 몸과 마찬가지로 기분이 급작스레 나빠졌다면 마음이 어떤지를 확인해야 한다. 결국 마음도 기분에 의해 좌우된다. 마음이 힘들거나 괴로우면 가장 먼저 기분을 좋게 해야하는 이유다.
이처럼 기분은 우리 몸과 마음의 상태를 컴퓨터처럼 똑똑하게 알고 있다. 있는 그대로 매 순간 드러내고 있다. 기분이 좋지 않다면 몸이 아프거나 마음이 편치 않다는 뜻이다. 기분은 몸과 마음의 에너지를 통합적으로 보여준다. 기분이 좋다는 건 몸과 마음에 에너지가 꽉 차 있다는 뜻이고, 기분이 나쁘다는 건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몸과 마음의 상태를 한 번에 비추고 있는 기분을 자주 살펴야 한다. 몸과 마음이 다 괜찮은데 기분이 안 좋을 수 도 있다. 그러면 기분 나쁜 일이 벌어졌거나 기분 나쁜 생각에 빠져 있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며 실제로 몸이 어딘가 안 좋을 수도 있고, 마음에 찜찜한 감정이 남아 있을 수도 있다. 기분이 나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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