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책 이야기

내 안에 무엇이 살아있는가

이춘아 2023. 6. 27. 09:42

마셜 로젠버그, 가브리엘레 자일스, [상처주지 않는 대화], 파우제, 2019(2018 초판)

29: 앞서 말한 세 가지 개념보다 ‘부탁’이 가장 중요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아야 세상이 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묻기를 두려워 하는 사람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안다는 것은 곧 책임감을 갖고 스스로 원하는 세상을 만들어 간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일은 원래 단순합니다. 그러니 가장 본질적인 질문부터 던져 보십시오. 내 안에 무엇이 살아 있는가? 우리의 삶을 더욱 충만하고 아름답게 하려면 무엇을 함께 해야 하는가?

30: 우리가 상대방의 입장을 존중하고 이해하며, 자신의 의사를 표현했을 때 상대방이 어떤 이유와 상황에서도 감정적으로 부담을 느끼지 않아야 ‘부탁’이 됩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 부탁하려면 상대방이 진심으로 부탁을 들어줄 용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요구할 줄은 알아도 부탁하는 법을 모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고, 무엇을 필요로 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릅니다. 그만큼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들은 되도록 갈등을 피하려고 합니다. 따라서 늘 이런 마음가짐으로 사람을 대해야 합니다. 갈등을 피하는 일이 잘 안 된다면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감정을 자제하며 양보하고 타협하는 데 열린 태도를 보이는 것이 좋습니다. 열린 마음을 갖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어떤 감정 상태에 놓여 있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감정과 욕구는 비폭력대화의 핵심 개념입니다. 

32: 편한 감정이든 불편한 감정이든 모든 감정은 인간의 삶을 완성시키는 데 필요한 기능입니다. 다시 말해 고통이든 기쁨이든 감정이 존재한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감정이 아름다운 이유는 감정에는 거짓이 없고 우리가 살아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삶의 목표가 항상 행복한 것이 아니라, 기쁠 때 실컷 웃고 슬플 때 실컷 울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안에서 무엇이 드러날지라도 그 안에서 보이는 것이 삶이고, 우리의 삶과 감정이 이어져 있다는 것 자체가 선물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원칙적으로 감정은 고통과 기쁨으로 나뉩니다. 저 역시도 예전에는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을 분류했습니다. 그런데 이 표현에는 ‘부정적인 감정은 나쁜 것이므로, 삶의 일부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부정적인 감정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으로 치부해 버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고통 역시 온전한 나의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고통을 ‘욕구가 충족될 때 생기는 감정’과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 생기는 감정‘이라고 표현합니다. 

지금 내 마음 속 어딘가가 불편하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이때 그 원인이 배고픔이라면 무언가를 먹으면 바로 해결됩니다. 이렇듯 모든 감정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생존에 필요한 기능인 셈입니다. 

40~42:  흔히 분노라는 감정은 자신이 삶에서 단절되었다고 느낄 때 생깁니다. 분노, 죄책감, 수치심, 우울함과 같은 감정을 느낄 때 자신의 생각을 들여다 보면, 머릿속에 사나운 자칼의 무리가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때 분노의 뿌리를 온전히 들여다 보지 못하고 표출하는 순간, 이 자칼들이 밖으로 나와 다른 사람을 비난하게 됩니다. 심지어 때로는 그 대상이 자기 자신이 되기도 합니다. 이것은 장기적으로 물리적 정신적 영적인 면에서 파괴적 영향력을 갖습니다. 

자신이 느끼는 분노 뒤에 숨겨진 욕구를 찾는 법을 알아야 합니다. 그러면 한층 더 강렬한 감정을 만나게 되는 겁니다. 감정의 본래 기능은 생존을 위한 것이고 욕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보듬어 주는 것입니다. 따라서 슬픔, 절망, 무기력, 상처 혹은 두려움과 같은 감정들을 그대로 내뱉는 행위가 실제로 도움이 됩니다. 그저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자신이느끼는 감정 그대로 소리를 질러보십시오. 이러한 감정들은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지만 파괴적이지 않습니다. 

분노는 단순히 자신의 고통을 공격적으로 표현하는 감정이나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에너지와 구분되어야 합니다. 분노의 감정은 우리에게 채워지지 않는 욕구의 표현입니다. 머릿속 자칼의 말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자칼이 무슨 말을 하는지 귀 기울여 들어야 합니다. 이것을 통해 분노에서 벗어나 이 감정을 멈추고 그 뒤에 숨겨진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